달팽이
아직 한 번도 날개를
펴 보지 못한 나비,
시린 한 겨울 지켜주던
허물을 벗으려
힘겹게 얼굴을 내밀고
발을 내밀고
버둥버둥 날개를 펴려다 그만
단단히 굳어버린 허물에 갇혀
하늘 꿈 버리고서
바닥을 기기 시작한다.
꿈틀꿈틀 느릿느릿..
그래도 지렁이처럼
느물느물해 질 순 없어
행여 닿으면
단단한 허물 안으로 숨어
산산이 부서지는 꿈, 꿔보지만
아무도 모르고 아모도 몰라
하늘빛 그리움으로 길게
목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