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의 환영
머리를 자른다.
길게 치렁거리는 머리카락에 숨어있는
무력한 박테리아균을 분절시키고
뾰족하게 눈을 찔러 들어오는
발작적인 히스테리균을 가다듬는다.
머리를 감는다.
관자놀이 근처를 박박 긁어
남은 좀벌레들을 말살시키고
눈자위 위를 꾹꾹 눌러
마지막 어른거리는 환영을 까뒤집는다.
샴푸 거품이 소독약처럼 하얗게 뻐끔거린다.
머리를 씻는다.
지난날들에 맺혀있던 모든 나쁜 피들을
모근을 쥐어뜯지 않고 펑펑 쏟아내 훌훌 털어낸다.
머리를 빗는다.
새색시 마냥 한 올 한 올 단정하게 가꿔
어데 좋은 곳으로 떠나지라고 한 자락 한 자락 고이 눕혀낸다.
거울 속에 잘린 머리가 두 눈을 치켜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