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쯤에

 

지천명이 없는 이에게

불혹이란 없을 줄

어차피 알고 있었다.

한 밤 자고 두 밤 자고

머리터럭 한 가닥 한 가닥

바닥에 수북이 쌓이고

저녁이면 날렵했던 턱 선에

듬성듬성 내려와

퇴근하는 전철 유리창에

푸석하고 덥수룩한 얼굴 하나

전부일 뿐이라고 이제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보지만,

그토록 두려웠던 서른이

몇 해가 훌쩍 지나고

어느 여관방에서 우연히

어느 여자와 헤어진 후

생애 처음으로 외롭다고

혼잣말을 했던 것처럼

이태가 지나고 서 해가 지나고

문득, 사랑하는 이 품에서

나는 생애 알지도 못한

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설움에 그 품에서 펑펑

아이처럼 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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