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의 말
당신은 앳된 새들의 말로 이야기합니다.
찌르륵거리는 당신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어
사자의 말로 으름장 놓으며
날랜 뱀의 혀로 당신께 간청해보지만
여전히 찌르륵거리며 짹짹거리는 당신은
그저 옹알이를 할 뿐입니다.
혹독한 겨울날, 사람들의 구둣발에 짓밟혀
검게 물들어버릴 눈발들을 보며
할머니의 주름살을 떠올리고
잔인한 정오의 태양 아래 총성을 울린
한 사내가 못내 아쉬워
당신은 바람의 말로 구름에게 부탁하여
너무 찬란한 태양을 품어주기를 기도합니다.
처녀성을 잃어버린 슬픈 봄날의 끝자락
당신은 눈 먼 소녀가 되어
너무 높지 않은 하늘이기를 소원하며
어차피 무너져 내릴 모래성이지만
뜨겁게 포옹하는 파도의 말로 가 닿아
너무 아픈 우리네 봄날을 고이 보내줍니다.
그러나 저는 도무지 당신의 난해한 언어를
이해할 수가 없어
찌르륵거리며 당신을 흉내내보고
짹짹거리며 당신께 말해보려 하지만
그저 나의 모든 의미는 당신께 한낱 옹알이일 뿐
우린 서로 결코 가 닿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앳된 새들의 말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당신의 말을 배우지 못한
당신의 깊은 자궁 속 어느 거친 몸부림입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312/pimg_766798137116703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