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의 말

 

 

당신은 앳된 새들의 말로 이야기합니다.

찌르륵거리는 당신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어

사자의 말로 으름장 놓으며

날랜 뱀의 혀로 당신께 간청해보지만

여전히 찌르륵거리며 짹짹거리는 당신은

그저 옹알이를 할 뿐입니다.

혹독한 겨울날, 사람들의 구둣발에 짓밟혀

검게 물들어버릴 눈발들을 보며

할머니의 주름살을 떠올리고

잔인한 정오의 태양 아래 총성을 울린

한 사내가 못내 아쉬워

당신은 바람의 말로 구름에게 부탁하여

너무 찬란한 태양을 품어주기를 기도합니다.

처녀성을 잃어버린 슬픈 봄날의 끝자락

당신은 눈 먼 소녀가 되어

너무 높지 않은 하늘이기를 소원하며

어차피 무너져 내릴 모래성이지만

뜨겁게 포옹하는 파도의 말로 가 닿아

너무 아픈 우리네 봄날을 고이 보내줍니다.

그러나 저는 도무지 당신의 난해한 언어를

이해할 수가 없어

찌르륵거리며 당신을 흉내내보고

짹짹거리며 당신께 말해보려 하지만

그저 나의 모든 의미는 당신께 한낱 옹알이일 뿐

우린 서로 결코 가 닿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앳된 새들의 말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당신의 말을 배우지 못한

당신의 깊은 자궁 속 어느 거친 몸부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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