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없는 자의 기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모두 기도를 하기 위해 올라섰던

신학교 뒷산 마루

혼자서 몰래 담배를 태우러

빠져나왔던 겨울날이면

뻣뻣이 언, 마른 나뭇가지에 서린 달빛에

무성했던 그림자들의 잔가지

도망쳐도 쫓아오고, 쫓아가도 도망가고

바람에 툭, 툭 분질러지는 소리

끈덕지게 늘러 붙어

그 얼마나 어둠에게 영혼을 팔기를

갈망했건만,

유유히 남아 등 뒤를 지켜준

긴 그림자 끝자락에 걸려

하늘의 것은 하늘로 돌아가시라고

땅의 것은 땅에 남겨지라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어

잘게 부수고, 갈아

담배연기처럼 바람에 실어 보냈다.

그러나 살아있는 것들이란 그 얼마나

잔혹하단 말인가?

길가에서 술 취해 비명을 지르는

여자의 울음처럼

차도에 누워 발을 내밀고 있는

주정꾼의 겨울잠처럼

살아있는 것들을 위해 그 누가 미리

염불을 외울 수 있단 말인가?

 

추운 겨울 밤, 나는 아직

너를 지우지 못하고 허기져 거리를 헤매다

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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