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 - 2014년 제3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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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 - One swallow doesn't make a summer!

    

 

 언제나 그렇듯이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다시 온다. 또,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간 계절을 추억한다는 건 한없이 부질없는 짓이지만, 누구에게라도 어쩔 수 없는 생리적 본능에 가까운 일이다. 아니,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가 거대한 계절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계절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나간 계절을 새삼스레 늘 회자하는 건 오늘을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그렇게 다음 계절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몬순’이란 소설을 읽어나갈 땐 다소 진부한 설정에, 진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 죽은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웬 과학과 비과학에 관한 이야기? 문체가 부드럽고 읽어 내려가기 쉽게 구성된 점은, 역시 기성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든 이야기가 너무 무난하고, 단조로웠다. 뭐랄까? 어떤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하지만 이야기에 어느 정도 절정에 이르러, 과학관 관장의 'One swallow doesn't make a summer.'1>라는 대사와 함께 몬순에 관한 이야기에 나올 때쯤 돼서, 슬슬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오히려 치열하지 않은 단조로움 아니, 담담함이 이 글에 어울리는 문체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한편으로 이것은 여성 작가가 남성을 화자로 여성의 내면의 고통을 표출하려했기 때문이 아닌가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 계절을 바꿀 수 없는 폭풍에 관한 이야기라면, 화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담담함이 오히려 제격일 것이다. 어찌됐든 이러한 담담함을 바탕으로 내 개인적으로 이 글에 관해 두 가지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앞에서 언급한 계절의 폭풍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마 이것이 이 글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언급한 듯이 그렇게 다소 담담한 투로 아기의 죽음에 대해 글은 서술해 나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다만, 아무리 커다란 폭풍이라도 한 계절을 바꿀 순 없겠지만, 폭풍 그 자체는 항상 무시할 수 없는 대상이며, 동시에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글속에선 폭풍에 대한 당혹감과 의혹을 남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두 번째는 위의 이야기를 이어받은 남자의 시선에 관한 문제이다. 사실, 이 문제는 남자의 시선이라는 측면보다는 관계라는 측면으로 확장해 나가는 편이 더 좋을 거 같다. 왜냐하면 기실 여기서 남자가 자신의 부인에게 갖는 당혹감과 의혹은 이상하게도 마치 부인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는 듯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의 후반부에는 이 부분에 대해 지면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이 부인에게 갖고 있는 의혹과 당혹감, 그렇지만 함께 아기의 죽음이라는 폭풍을 견뎌낸 그 묘한 동지애... 그들은 그 관계 속에서 아직 지난 계절을 다 정리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렇게 폭풍에 정전이 되고,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깨진 아파트의 창문들처럼...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다. 아파트는 새로운 계절의 폭풍을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전력공급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단전의 상황이 발생한다. 마치 그들의 상황처럼...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끊임없는 의혹과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는 글의 남자주인공은 그 어둠을 견딜 수 없어 밖으로 나가있고, 그래도 무언가 변화를 바라는 주인공의 부인은 단전한 아파트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는 어떤 측면에서 주인공의 부인이 갖는 당혹감과 의혹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의혹과 당혹감마저 이제는 너무 힘에 겨워 어둠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그러한 심리를 대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계절은 바뀌게 되어있다. 그리고 아파트는 더 이상 단전 없이, 언제나 환하게 빛날 것이다. 다만, 마지막 점검을 위해 깜빡, 깜빡 꺼졌다 켜지는 아파트로 진입해야할지 말지는, 아직도 밖에서 헤매고 있는 남자주인공의 몫일 것이다.



1> One swallow doesn't make a summer. 원래 의미는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해서 여름은 오지 않는다지만, 내 개인적으로 ‘아이의 죽음’을 제비로 표현하기엔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제비를 폭풍으로 바꿔서 비유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 때, 작가는 분명 의도를 가지고 Swallow를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죽음’을 그만큼 담담한 표현으로 비유하는 건 비상식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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