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기도
나방이라고 너무 쉬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도 어엿한 나비목에 속해있어요
꽃을 찾아 꽃무늬를 한 나비는 아니지만
나뭇결에 고요히 잠든 나뭇결을 닮은
저의 무늬가 징그럽다면
꽃가루가 아닌 밤의 가루를 뿌리고 다녀
위험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랍니다
저는 그저 밤을 사랑하는 나비일뿐
찬란한 태양 대신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형광등의 불빛과 가로등불을 사랑하는
나비보다 더 당신과 친해지고 싶은
그런 존재일뿐입니다
그래도 제가 밉고 보기 싫으시다면
한밤에 촛불을 켜주세요
그 촛불에 오직 당신을 위해
불타올라 사그라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