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사소한 아픔에 관해

 

 

책장을 넘기다 손을 베었습니다

상처도 없고 그렇게 아프지도 않아

약도 바르지 않고 가만히 낫기를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나날이 날짜가 지나갔지만

샤워를 할 때마다 물건을 집을 때마다

책을 읽으려 할 때마다

엄지손가락 보이지 않는 상처가

아리고 저며왔습니다

때론 이렇게 보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상처가 오래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대여 하루하루 무사히

옷을 갈아입다가 가구 모서리에

팔뚝이 부딪히지 않기를

문을 열고 지나가다가 문턱에

발가락이 부딪히지 않기를

그렇게 그대의 무사하고 무난한 하루가

내내 지속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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