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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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Unaccustomed Earth To walk on the Earth

 

 

 최근 마지막에 본 책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다. 그전에 읽은 책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인데, 내가 읽은 철학책 중 가장 최악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억에 이십 대 때 읽다가 포기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처음 1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자기복제이다. 그런데 그 복제가 400페이지 빼곡하니, 읽는 도중에도 내가 왜 이따위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얼마나 많은 허세와 잘난 체에 그만 내가 체증에 걸린 기분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문득, 소설이 그리웠고, 그래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집어 들었다. 비록 표절 시비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름 재밌었다. 다만, 너무 예전 책이라 그런지 조금 구태의연한 설명이 많긴 했다. 그리고 접한 책이 바로 이 책, 길들지 않은 땅(개인적으론 익숙지 않은 땅이 더 원제가 가깝다고 생각하지만)이다. 사실, 처음에 원제가 그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표제에 영어로 ‘Unaccustomed Earth’로 되어 있어서, 원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하튼 한 가지 의문이 든 건 왜 한국 제목을 그저 좋은 사람으로 했는지 의문이 든다. 일단, 내가 여기서 읽은 소설 중 가장 별로였다. 물론, 개인적 취향 문제이지만, 알코올 의존도에 대한 강력한 외국인의 혐오증 정도를 알려 줄 뿐, 솔직히 제목이 왜 그저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출판사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제목만 따온 것 같은데, 솔직히 이런 부분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작품을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이 있는데, 왜 굳이 이러는지,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 아쉽다. 여하튼 잡설은 여기서 끝내고, 글 전체에 대해 조금씩 평해보려고 한다.

 

 처음 길들지 않은 땅에서부터 이 작품집에 대한 좋은 예감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커다란 이야기가 아닌, 잔잔한 일상과 그 속에 감추어진 가족 간에 갈등과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어서 좋았다. 두 번째 작품인 지옥-천국은 정말 마지막이 압권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불살라지고 싶지만, 혹은 불살라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삶과 가족에 관한 부분이 노을과 연결되면서, 이웃의 이제 한참을 보셨지요.’로 마무리되는 장면이 훈훈하면서도 무언가 애잔한 기분이 들었다. ‘머물지 않은 방’, 역시 마지막 부분이 좋았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마지막을 섹스로 끝내는 게 뭐가 좋냐고 하면 별로 할 말은 없다. 다만 이 글에서 중요한 지점은 마지막 심장의 고동이 아닐까 싶다. 섹스 그 자체보다, 더 이상 무언가 기대할 게 없는 것처럼 보이던 부부가 약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자문해본다. ‘그저 좋은 사람아무도 모르는 일은 재미는 있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디서 이 소설의 의미를 찾아야 할지, 조금 더 솔직해지면 재밌다는 점도 조금 모자란 소설들이란 느낌이다


 2부 헤마와 코쉭은 그 제목도 모르고 지나치다가, 마지막 뭍에 오르다를 보고서, 이 소설들이 처음부터 조금씩 연결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한 해의 끝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었다. 작품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내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한 이유이다. 친구의 와이프가 죽으면서, 친구 아들이 극심한 방황을 하게 되어, 조금 들은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이 작품의 코쉭보다는 훨씬 어린 나이이고, 어른도 어찌할 수 없는 중2병의 시기인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 나는 친구에게 차라리 여자를 만나서 대신할 엄마를 찾아주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했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조금 내 생각이 무르지 않나 싶다. 다만, 조금 나이가 들면 코쉭이 자신 아버지를 보면서 또는 아버지가 코쉭을 바라보면서, 그 모든 일을 가능케 한 치트라에게 감사하듯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뭍에 오르다는 조금 아픈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지 않은 땅을 살아가던 누군가는 수장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평생 그 사람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 아프다.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고, 삶이고, 소설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뭍에 오르지 않고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아주 사소한 그 일상들이 쌓여 삶이 되는 것이고, 결국 하나의 어엿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본다. 이런 의미에서, 조금 더 내 일상을 소중히 하고,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때론 슬퍼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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