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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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 너무 짙거나, 숨 막히는

 

 

 처음 들어가는 순간부터 좋았다. 명쾌하고 단호한 정의, 정확한 심리를 꿰뚫는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 부분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승우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문제는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너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다른 글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특히 이 글이 그랬다. 너무 좋았던 첫 부분들이 계속 중첩되다 보니, 무뎌지고, 나중엔 사실 조금 지겨웠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로, 작가 스스로 글 속에서도 밝혔지만, 한 번 굳어진 인간의 신념은 쉬 바뀌지 않는다. 그런 이유를 아마 본인 스스로 잘 알았기에 그렇게 말했으리라 본다. 곳곳에 너무 강한 기독교의 박애주의와 사랑에 관한 관념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글은 철학이나 종교 서적이 아닌, 소설이라는 점이다. 소설을 빌려 너무 강한 자신의 신념을 집어넣는데, 조금 눈에 거슬렸다. 솔직히 전반적으로 이야기 서사도, 이런 차원에서 약간 빈약하긴 했다.

 

 둘째는, 첫째 이유를 그대로 받아온 서사의 부족함이다. 이 글의 주요 등장인물은 형배, 선희, 영석이다. 거기에 조금 더 덧붙이면 준호와 민영 정도일 것이다. 형배는 사랑을 시작하고, 배워가는 인물로 설정해 놓고서, 선희라는 여자의 영석에 대한 모성과 같은 사랑을 이 이야기는 강조하고 있다. 글에서도 누차 강조한 넝쿨 줄기의 강한 생존력은 아마 영석의 집착적인 사랑을 암시하는 것이고, 자신의 모든 몸을 내어준 참나무는 선희의 사랑을 빗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이 글에서 스토리는 거의 이게 전부다. 물론, 문학관 뒤 왕릉에서의 만남이라든지, 형배에 대한 영석에 질투, 우월감에 젖은 형배의 헛다리까지,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영석의 저 집착에 관해 너무나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그것도 거의 관념적인 언어들로. 솔직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준호의 각 개인에 대한 고유한 사랑의 관념은 뭐랄까, 약간은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냥 너무 은혜로운 사랑으로 가서, 갑자기 미안스러운 마음에 약간의 다른 가능성을 조금 열어두고 싶은 작가의 장난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대해 대충 느낌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절대 내 개인적으로 이렇게 치열하게 심리를 파고들 수 없기에, 그 부분에 관해선 많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하지만 약간의 설정의 변화들이 필요해 보인다. 고아, 이혼한 부모 등, 여전히 다룰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예전 방식을 답사한 그대로 심리 분석을 가져다 쓴 느낌이었다. 그리고 문장의 부피와 밀도는 조금 더 줄일 필요성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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