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깊이 얽혀있다
아주 먼 옛날 바다에
표류한 누군가가
물고기의 밥이 되어
분해돼서
박테리아가 되고
또 썩고 또 썩어져
짙은 원유가 되어
당신의 날개가 되어서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
데려다주는 꿈을
이어준 검처럼
혹 다른 누군가는
나무의 거름이 되어
당신의 의자가 되고
당신의 집이 된 것처럼
나는 언젠가
당신의 등나무가 되어
당신이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이 되고 싶다
당신이 잠시 바라볼 수 있는
휴식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