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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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미국이 한때 꿈꾸었던, 그리고 끝나버린

 

 

 처음부터 분량에서 진입장벽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글의 주인공 스위드의 동생 제리가 나올 때까지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에 조금 지친 느낌이었다. 우선 요즈음 글쓰기 방식과 너무 달라서, 같은 이야기를 너무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경향이라든가, 너무 많은 설정을 둔다든가, 이런 점들이 이 글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면이 있었다. 사실, 제리가 등장하면서, 이 글이 단순히 길게 쓰인 글이 아니라,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이란 사회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소설이란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존 에프 케네디, 베트남 전쟁,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그리고 자이나교와 목구멍 깊숙이까지, 이 글이 다루는 사건은 미국의 현대사를 아우르는 핵심의 한가운데 있다. 그렇지만 다루는 방식이 특이하다. 직접적으로 다루기는 하되, 한 가정사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올드림록이라는 첫 번째 장소적인 설정이 들어간다. 이름부터 무언가 아메리카 드림을 연상시키는 이 마을에 가장 이상적인 남자가 이 글의 주인공 스위드이다. 어릴 적부터 무엇을 하든 눈에 띄게 두드러진 그의 외모와 매너, 그리고 탄탄한 근육은 그 동네 모든 아이들의 모범이었다. 탄탄한 근육의 소유자답게 모든 스포츠에서도 두드러지게 뛰어나, 스카우트를 받아서 대학을 진학할 수도 있었지만, 스위드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여자 장갑 사업을 이어받는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는데, 스위드는 유대인이다. , 이민자이며, 유대인들은 전형적인 이미지상, 장사를 하게 마련이다. 스위드도 그런 유대인들의 전통에 따라 아버지 사업의 길을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다른 유대인들과 달리 스위드가 아버지에게 저항한 일이 있다. 결혼에 관하여 그는 미스 유니버스와 결혼하는데, 그녀는 아일랜드인이었으며, 가톨릭을 믿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하지는 힘들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에겐 그의 또 다른 성공의 증표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 둘 사이에 낳은 딸이 문제였다. 어렸을 때부터 말더듬이로 태어나 속을 썩이더니, 어느 순간 공산주의자로 변하여 반전운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대 자체가 베트남 전쟁이 이미 아무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 자각하기 시작하고, 젊은이들이 반전을 시작한 시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겨우 열여섯 살밖에 안 된 딸이 반전을 위해 뉴욕까지 외박을 일삼고, 급기야 올드림록의 작은 우체국이 딸린 상점을 폭파하는 테러범이 된다면, 과연 어떤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스위드는 늘 이해하려 하며, 어떻게든 딸과 대화하려 시도한다. 단 한 번도 그의 인생에서 누군가를 배척하거나, 호의를 무시한 적이 없는 스위드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어떻게 내팽개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딸은 단호하고, 둘의 대화는 서로의 뼈를 때린다. 아니, 미국 사회에 대한 뼈를 때린다. 다만, 여기도 조금은 너무 많은 반복이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여하튼 이렇게 딸에 대해 지극정성인 스위드는 딸의 테러 사건 이후 사라진 딸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5년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어느 하천 밑에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서 사는 딸을 발견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미국 사회의 아이러니가 보인다. 딸은 한 번의 테러가 아닌 세 번의 테러를 더 했다고 스스로 밝힌다. 그리고 그 후 자이나교도가 되어 채소만 먹고, 씻지도 않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했다. 그사이에 강간을 두 번이나 당했다. 스위드는 딸의 죄책감을 덜어내기를 바라며,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을 간절히 바라지만, 이번에도 딸 메리는 단호하다. 이에 처음으로 스위드는 동생 제리와의 통화를 통해 자신을 향한 분노와 울음을 터트린다.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절망한 상태에서 미국 상류 사회와 교류하는 스위드의 이중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진실도 없다. 아내는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놀아나고 있고, 모두 목구멍 깊숙이와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며 잘난 척하지만, 다 쓸데없는 이야기뿐이다. 이 가운데 공상인지, 실제인지, 딸 메리가 거지꼴을 하고 돌아와 스위드의 아버지는 혼절을 한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소설은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질문한다. 무엇이 문제냐고? 왜 아메리카 드림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졌냐고? 왜 끊임없이 당신들은 위선을 떨고 있냐고?

 

 이 소설의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글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설로써 여러 설정이나 메시지나, 서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하다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다만 모든 것이 너무 과하다. 설정도 너무 많고, 메시지도 너무 많다. 서사는 그리고 너무 길다. 만약 스타일을 조금 바꿔 조금 더 간략하게 표현했다면, 이 책 분량의 반만으로도 충분히 핵심을 담았으리라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에 추천할 여지는 있다. 미국 사회에 대한 어떤 여러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분명 좋은 소설이다. 그것도 사회적인 시선이 아닌, 가정적이고, 매우 주관적인 시선으로, 하나의 측면이 아닌, 다각적 측면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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