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늘 담배를 피우면서
새똥이 떨어지는 걸 두려워한다
왜 새똥이 두려운 걸까
맞아서 죽는 것도 아니고
몸이 찌릿하게 고통스러운 것도
아닌데
득실거리는 세균에 대한 혐오가
새똥에 대한 공포로
실은 그 속에 감춰진 동족에 대한
혐오를 마주하게 된다
담배 연기로 도시의 매연으로
더 이상 고기로도 먹을 수 없는
새들에 대한 연민이
우리들에 대한 혐오와 연민으로
그리고 여전히 담배를 태우는
나에 대한 혐오와 연민으로
변주하여 빙빙 돌아 돌아
다시 새똥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른하늘 위 공포를 달고서
담배를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