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맛보지 않은
부드러운 비누 향의
혀끝으로 전해지는 쓴맛과
싱그러운 샴푸 향 속에
감춰진 역겨운 뒷맛
그리고 빨랫비누의 퍽퍽하고
무미건조한 맛없음을
알거나 기억하고 있다
누구도 배우지도 않았지만
누구도 보지도 못했지만
우리는 모든 사물들의 맛을
상상하며 몸서리치곤 한다
그런데 왜 사람이 아픈 건
공감할 수 없는 걸까
왜 사람이 슬픈 건
공유할 수 없는 걸까
왜 누구도 상상하지 않고
누구도 몸서리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