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아내 - 진화를 넘어서는 섹스의 심리학
데이비드 레이 지음, 유자화 옮김 / 황소걸음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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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아내 일부일처제의 대안을 찾아서

 

 

 몇 년 전 한 친구 녀석이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못 읽는 책이지만, 나라면 한 번 봐도 괜찮을 거라면서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제목부터 욕망의 아내인데다, 대놓고 표지에 여자 반나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평소 내가 대체 어떻게 행동을 하고 다녔기에 녀석이 이런 책을 주었는지, 조금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 괘씸하기도 했다. 물론, 녀석의 의도는 이렇게 진보적인 생각이나 심리학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읽기 힘들어도 나라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의도였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손이 잘 가질 않아, 몇 년 동안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책장 한구석에 처박아 놓았다. 그러다 요즈음, 욕망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쓰려고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즘을 읽으면서, 이 책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장장 550페이지가량이나 되는 이 책을 다 읽고서 떠오른 생각은 그때 이 책을 건네준 친구의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사실이다. 일단,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입관들을 많이 버려야 한다. 스와핑, 관음증, 마조히즘, 사디즘,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이 병적인 현상이라는 기존의 관념들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나는 그나마 조금 다른 사람들보다 육체적으로는 아니지만, 관념적으로는 항체가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친구가 오판한 건 내가 그때부터 몇 년이 지난 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비혼인 상태로 지내고 있기에, 이 책을 이해하기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하튼 이 책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기에는 너무나 위험천만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다. 아니, 그 위험천만함을 통해 기존의 관례들을 깨부수고 싶은 욕망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조금 낯설었던 것은 용어들의 문제였다.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용어들이 날 것 그 자체로 쓰이는 데다가, 번역도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일단, 핫와이프 현상부터 해서, 쿠콜드, 스윙잉, 스윙 커플, 폴리아모리까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낯선 용어들이었고, 우리나라와 관련 없는 문화현상들처럼 보였다. 게다가 웬 오쟁이 진 남자? 알고 보니, 부인을 다른 남자에게 넘겨진 남자를 폄하는 단어였다. 물론, 이 책에선 단순히 아내 나누기의 대안적 용어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굳이 이런 번역을 택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앞서 말한 이 용어들의 낯설음이란 정말... 하지만 쉽게 번역하면, 쿠콜드는 일부일처의 반대 개념인 비일부일처로 보면 될 것 같다. 한 마디로, 부부의 합의 하에 남편의 외도와 부인의 외도를 서로 용인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독려하는 형태의 부부관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여기에서 분류를 나누어, 스윙잉은 그런 부부관계 속에 참여하는 독신의 남자이거나 여자를 의미한다. 스윙 커플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스와핑으로 개념이 와전되어 있다. 어찌 됐든 적극적으로 이런 커플들이 만든 비밀 클럽에서 합의 하에 부부끼리 섹스를 즐기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여기에 폴리아모리는 섹스라는 쾌락을 넘어서 서로의 자아 추구를 위해 부부간의 외도를 독려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핫와이프 현상은 이러한 부부간의 외도, 혹은 아내 나누기의 일환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현상에 관한 용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하필 이 작가는 이런 기이한 형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솔직히,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남녀 간의 뜨거운 연애의 감정은 길어야 3년이다. 그 나머지 기간은 뜨거운 감정이 아닌 안정을 찾는 인간의 기본 심리로 돌아가, 예전의 일상으로 회귀하게 된다. 왜 그래야 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육아에 책임이 있고, 그 이유로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은 섹스를 추구하는 에로티즘의 적이다. 결국, 누구도 매일 자극적인 삶과 여행으로 일생을 살아갈 순 없는 법이다. 아무리 에로티즘을 추구한 사람도 결국엔 안정을 추구하게 되고, 평생 방황을 한 사람도 결국엔 돌아올 집을 찾게 된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여기 이 책에서는 일부일처제를 통해 인간의 생명 번식력과 노동력을 집약해온 방식에 관해 먼저 의문을 표한다. 그리고 그 반대 개념으로 적극적으로 아내를 나누고, 그를 통해 새로운 자극의 세계로 들어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펼친다. 물론, 읽다 보면 너무 극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리섬을 독려하고, 외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을 넘어서, 합의된 마조히즘과 사디즘까지 독려하고 있기에, 글을 읽는 내내 난색을 표명할 수도 있다. 아니, 초반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애초에 읽기를 포기하기를 내 개인적으로는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애초에 목적 자체가 새로운 결혼체제에 관한 대안으로써 비일부일체를 지지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충 이 책에 관한 소개를 마치고, 개인적인 소회를 말해보려고 한다. 기존 관념들에 대해 도전적인 정신들이 돋보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초반부터 들어서기가 너무 어렵다. 너무 많은 역사의 예시들에 대한 열거, 사례들에 대한 열거들이 책의 개념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게다가, 아직 이런 개념에 관한 책이 처음이라 그런지, 정확한 분석과 철학적인 사고도 미흡하다.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 가운데 부정적 사례도 마지막에 조금 소개하고 있지만, 거의 긍정적 사례들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금 더 고려될 사항은 이런 쿠콜드 개념이 가능한 계층은, 언급되기는 하지만, 일부 성공한 중산층 40대 이후의 부부라는 점들도 다소 간과하고서 설명한 측면이 많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핫와이프 현상이 포르노와 거의 동일선상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도 조금은 축소 해석했다는 생각도 든다. 끝으로, 남성이란 입장에서 여성의 성의 자유를 주장하려고 한 탓에, 다소간에 남성적 욕망과 판타지가 개입된 측면도 더러 보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도전이란 측면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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