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자꾸 거꾸로 되뇌게 된다
중세의 농노가 떠오른다
양분 없는 땅에 뿌리박혀
고목이 되고 혼령이 된
수만 가지 신의 이름이
거대한 톱니바퀴 아래
초 단위로 다시 태어난다
팔이 삐걱거리고
무릎이 시큰거리고
등, 목이 뻑뻑하게 굳어
삐거덕삐거덕
가고 싶은 길을 가지만
경로를 이탈할 수 없다
가끔 피가 역류하여
거꾸로 돌아가려 하면
강철로 된 심장은
강력한 피스톤 운동으로
팔, 다리를 붙들어 매고
짜낼 수 있는
모든 기름을 짜낸 후
까무룩 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