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태풍이 올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연일 거센 바람이 여기저기 불어왔지만

폭풍우는 어디에도 쏟아지지 않았고

높은 습도에 가끔 잔비만 흩뿌렸습니다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기승을 부리며

연일 들이칠 거라고 위협을 알리는데

소문만 무성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국에서 나래 짓을 한 나비효과라고

누군가는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더러는 북한의 고냉저습한 독립적 기후가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끼쳐 안전하다고

해괴한 해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과장에 과장을 더했지만

연일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았습니다

나도 아무 일 없이 그렇게 잘 지냈지만

뜻밖에 집에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드르륵 드르륵 태풍 소리를 들어야했습니다

너무 낡아버린 김치냉장고를 바꿔야한다고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께 간청했지만

나이가 들어 옹고집이 되어버린 아버지는

수리하면 괜찮을 거라고 끝까지 버텼습니다

오래된 세월은 쉽게 청산할 수 없는 것인데

이젠 더 이상 어찌할 도리도 없이 방치되어

집에서 태풍 소리와 함께 김치 쉰내가

연일 진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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