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한 덩어리
동네 편의점 그늘 쉼터 옆
이름도 생소한 고압 정유기
철책 너머 한 귀퉁이에
조그만 약과 한 덩어리를 보고
참새 한 마리가 날라왔다
짹짹, 짹짹거리며 쪼아 먹는데
어디서 알고 왔는지
여기저기서 참새들이 날라온다
다 먹지도 못 할 거면서
그 거 조금 붙어 먹어보려고
여기저기서 싸움이 붙는다
짹짹, 짹짹거리며 마치 투계인양
종종걸음으로 퍼덕이면서
서로 얼굴을 쪼아대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를 피해 몰래 주워 먹는 놈
그걸 또 쪼아서 빼앗아 먹는 놈
여기저기서 정말 가관이 아니다
이러보아도 저리보아도
그 놈이 그 놈 같고 저 놈 같은데
그래도 그 안에서 제일 센 놈이
모두 쫓아내고 혼자서 독식한다
다음날 참새들은 어데 간 데 없고
개미들이 한데 달라붙어 있다
며칠 후 약과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누가 다 먹어버린 걸까?
참새일까? 개미일까? 시간일까?
아니면?
다 꼴 보기 싫어 누가 치워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