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오랫동안 고수했던 머릿결 방향을 바꾼다
툭 튀어 불거진 상흔을 어설프게 감춘
거울 속 내 모습이 영 거북스럽기만 하다
하루아침에 결이 쉬 바뀔 수는 없으리라
내 생에 그 얼마나 많은 결이 바뀌었던가
숱한 시도와 바람들로 한결같기를 꿈꿨지만
일렁이는 걸음에도 쉬 흐트러지는 머릿결
얼마나 자주 거센 바람을 맞으며 걸어왔는지
언젠가 아버지처럼 머리숱이 다 사라지면
그때쯤 모든 결이 사라진 진짜 내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마주할 수 있을까
더 이상 그 어떤 결도 없는 무결한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