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리움에 관한 시
10년 만에 시낭송회를 하자고 해서
한껏 들떴는데 후배들이 바쁘다고
취소하겠다 전한다
그 후 자꾸 나를 피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리다
시를 나눌 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어쩌면 다시 본다는 기쁨이었는데
시 때문에 다시 볼 수 없다니
혼자 마시는 커피 위에
흩날리는 눈발이 떨어지고
문득 자욱한 안개를 떠올린다
모든 생각의 편린들이
시가 될 수 없어
젖은 담배처럼 불이 붙지 않고
모든 그리움의 흔적들이
젖은 담배 연기처럼 피어나질 못하고
그래도 불을 켜고 연기를 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