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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쯤은 누구나 갈 수 있다 - 보통학생들의 공부 역전 프로젝트
박재원 지음 / 길벗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류의 학습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러 종류의 책을 보았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공부하여 성공한 '인생 역전 드라마'도 좋아하고,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가 들려주는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하는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런 류의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학습법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 경험을 담은 책은 주위의 시선을 확 잡아 당깁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그런 얘기를 읽으면 갑자기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저놈도 별것 아니네, 역시 나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몇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열심히 줄을 쳐놓은 책을 다시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책 속의 인물이 분명 나와 비슷한 사람일진데 왜 나는 쉽게 따라할 수 없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 《서울대쯤은 누구나 갈 수 있다》는 꽤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학습법' 서적에서 소개하고 있는 학습 방법을 한마디로 <전통학습>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학습을 <두뇌기반학습(Brain Based Learning>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말씀 드린, 성공한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는 대개 <전통학습>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걔 중에는 어느 순간 경험을 통해 두뇌를 잘 살리는 학습 방법을 터득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여러 사례가 등장합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참조한 여러 서적(책 뒤에 세 쪽에 걸쳐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를, <전통학습>과 <두뇌기반학습>이라는 기준에 따라 잘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전통학습과 두뇌기반학습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두뇌를 살리는 공부이냐 두뇌를 죽이는 공부이냐,하는 것입니다. 두뇌를 죽인다는 말은, 두뇌가 싫어하는 방향인데도 억지로 하는 공부를 말합니다. 이를 잘 비유한 예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이처럼 '집으로 들어간다'는 하나의 행동을 실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 두뇌학습은 열쇠로 문을 열듯 순리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고, 무작정 암기하는 것은 대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결국은 두뇌라는 집을 망가뜨리는 미련한 짓이다.(p.48)"
누구나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책 제목에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서울대가 무슨 애 이름도 아니고, 걸핏하면 서울대~ 서울대~ 하는데, 서울대는 커녕 서울에 있는 대학 문턱에도 못 갈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심한 자괴만만 느끼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언컨데, 이 책의 전체 내용에서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순전히 '책을 팔기 위해' 억지로 과장한 말은 아닌 듯합니다. 책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보통 학생들의 공부 역전 프로젝트 5단계>를 진실로 충실히 이해한다면, 꼭 서울대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엄청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저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해 상당한 신뢰가 듭니다.
"끝으로 각 단계별로 필요한 시간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야겠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바로 여러분의 두뇌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1단계부터 시작해서 계속 발전시켜 온 공부일기를 정리하다 보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단, 절대 서두르지 말자는 얘기는 해야겠다. 6개월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상관없다. 중간 단계에서 꼭 필요한 과정을 건너뛰지만 않았다면 누구나 5단계를 마칠 수 있다. 기간은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가다보면, 그게 바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p.243)"
여러 권의 두뇌과학 또는 학습법 서적을 읽었지만, 매우 단편적인 한 면을 과장하여 마치 순식간에 성적이 향상되는 것처럼 다루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와 다르게, 저자는 절대로 순식간에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오히려 제게 신뢰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다보면 간혹 저자의 '절박함'마저 느껴집니다. 마치 잘못된 학습법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이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느껴집니다.
체계적이고 덜 고통스럽게 공부하려고 하는 이 땅의 많은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부모님들께 꼭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