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 동안 주말농장에 가질 못했습니다. 일부러 게으름을 피면서 가지 않은 것도 아닌데 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오늘은 기필코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내도 잠깐 동행하겠다고 하네요. 마침 폐렴 증상이 있던 동주의 몸도 상태가 아주 좋아진 듯하여 세 식구가 모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농장은 지지난 주에 비해 훨씬 더 푸르렀습니다. 집집마다 모두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습니다. 우리 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예상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지만, 저런~, 온통 잡초 투성이 밭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밭을 갈아 엎을 생각으로 왔지만 막상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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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바로 삽을 들고 와서 잡초 밭을 갈아 엎기 시작했습니다. 푸석푸석한 흙에서 먼지가 피어 오릅니다. 시금치와 상치는 먹을만한 것 얼마만 따냈습니다. 고추와 방울 토마토, 깻잎, 가지가 자라는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갈아 엎었습니다. 갈아 엎은 곳에서 잡초를 골라냈습니다. 잠깐 왔다 가리라 생각했던 아내도 예상 외의 상황이 벌어진 것을 감지하고는 호미를 들고 거들었습니다. 고추와 토마토, 깻잎, 가지가 자라는 사이 사이에 난 잡초를 캐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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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비가 올 하늘에 다행히 햇볕은 없었으나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겨우 세 평 될까말까한 그 밭에 잡초를 뽑고 땅을 고르는 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출퇴근 길에 집과 지하철 역 사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운동의 전부인 제게 오늘 하루는 꽤나 무리한 듯합니다.
밤이 되니 장맛비가 내립니다. 낮에 두고 온 우리 밭이 떠오릅니다.
농장에서의 일 뿐만 아니라 이래 저래 힘 쓸 일이 많았던 오늘, 비록 몸은 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첫 장맛비처럼 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