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션 전략
김위찬 외 지음, 강혜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경영서를 읽고 감동하신 적이 있습니까?

사업과 마케팅이 현실의 삶과 맞닿아 있다면, 이런 책을 읽으며 결코 마음이 편할 수 없습니다. 앎에 대한 희열을 느끼기도 전에 현실 고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경제경영서에서 다루는 문제가 삶의 문제가 직결될 때, 이에 대한 혜안을 줄 수 있다면, 그 어떤 책보다 진한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예전에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 ≪포지셔닝≫을 읽고 감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저 그런 얘기 또는 다 아는 얘기라고 하기에는 그 책이 주는 사고의 명쾌함은 실로 위대했습니다. 그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마케팅의 관점을 정립하고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소소한 과過를 능히 넘어서고도 남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예지銳智에도 감탄을 한 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의 지혜를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는 다소 시차가 생깁니다. 그의 말은 지극히 옳고 노인老人의 날카로운 지혜가 감동을 주지만 전적으로 실행하는 자가 감내해야 할 몫이 너무 큽니다. 따라서 그의 책은 원론이지 당장의 실행 지침서가 아닙니다.
잭 트라우트나 알 리스 역시, 이 점에서만큼은 피터 영감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마케팅을 계획할 때 그들의 혜안에 많은 도움을 받지만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막막함을 해결해야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몫입니다. 나만의 방법론이 따로 필요합니다. 거기에 이론과 실행의 시차가 발생합니다.

≪블루오션 전략≫을 읽고 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위에서 말한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감동의 핵심은,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신선함에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도구'를 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저자는 영원히 성공하는 기업도, 영원히 성공하는 산업도 없으므로 기업이나 산업이 그들의 분석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한 산업 또는 기업이 강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 궤도에 오르는 결정적인 핵심 요소는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전략적 이동'에 있다고 말합니다.

말이 어렵지만 풀이하자면 이렇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시장은 '블루오션'을 말하고, 매 시기마다 그 블루오션으로 이동한 기업이 성장 궤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블루오션은 레드오션에 대비되는 말입니다. 레드오션은 유혈의 붉은 바다를 뜻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시장 공간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이미 게임의 법칙이 있고, 그 법칙을 주도하는 자가 경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블루오션은 기존의 게임의 법칙이 미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시장입니다. 한 마디로 미개척 시장 공간입니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레드오션의 경쟁에서 벗어나 블루오션으로 가라"

이쯤 얘기하면, 혹자들 중에 '말 장난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실제 이 책에 대한 인터넷 서평을 보면, 누구는 출근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고, 누구는 또 블루오션이 신기루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런 의견에 모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가볍게 읽고 덮기에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와 사고의 틀이 너무나 강렬하고, 신기루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책의 핵심 주제인 "가치혁신"에 대해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레드오션에서 무조건 벗어나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전략이 절실한 자는 기존의 게임의 법칙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자입니다. 게임에는 승자보다는 패자가 다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략은 불행한 자의 몫입니다.
블루오션은 기존의 게임 법칙을 벗어난 곳입니다. 메테를링크는 그의 동화 ≪파랑새≫를 통해, 행복은 찾아 나서야 할 만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 줍니다. 마찬가지로 블루오션 역시 다행히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모든 구매자들은 어떤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항상 마음 속으로 대안 상품을 함께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에 갈 것인가 영화를 볼 것인가를 저울질합니다. 레스토랑과 영화관은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고려의 선상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판매자의 입장이 되면 이런 직감적 사고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여기에 블루오션으로 가는 첫 번째 열쇠가 있습니다.

저자는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이렇듯 먼저 대안 산업을 관찰하고, 산업 내 전략적 그룹을 관찰하고, 구매자 체인을 관찰하고, 보완적 제품 서비스 상품을 관찰하고, 구매자의 기능적, 감성적 매력 요소를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을 고찰하라고 합니다.

그런 다음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라고 합니다.
이 그림을 위해 저자는 '전략 캔버스'라는 도구를 선물합니다.
왼쪽 그림은 옐로 테일이라는 와인이 미국 내 와인 시장을 석권한 까닭을 설명해주는 전략 캔버스입니다.
기존 와인 시장은 저가 와인과 프리미엄 와인으로 양분되었는데, 그들 각각의 그룹 내에서 와인 업체들은 별 차별성 없이 동일한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가격과 산지 전통, 숙성도나 품질, 와인의 종류 등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 와인은 높게, 저가 와인은 낮은 상태를 유지했습니다(가로 축은 해당 산업의 '경쟁 요소'를 나타내고, 세로 축은 그 경쟁 수준의 높낮이를 표시합니다).그들은 급級이 다를 뿐 게임의 규칙은 동일했습니다.
이 때 카셀라 와인즈는 와인 시장이 아닌 맥주나 완제품 칵테일 시장에 주목합니다. 가격과 산지 전통, 숙성도나 품질이 과연 중요한 것인지 의심합니다. 기존에 와인을 멀리한 고객들은, 사실 이런 속성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과감하게 기존의 맥주나 칵테일 시장으로부터 고객을 뺏어 오려고 합니다. 맥주와 칵테일 시장에 사람이 많은 이유, 그들이 와인을 멀리했던 공통된 원인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기존의 와인 업계가 중시하던 요소가 아니었음을 간파합니다. 그 요소들을 모두 버리거나 축소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추구한 전략이 바로 위의 그림입니다.

저자는 전략 캔버스를 그리는 방법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역시 쉬운 건 없습니다. 그림 도구를 선물받았으나 정작 그림을 그려야하는 것은 우리 몫입니다. 다른 산업을 곁에서 평가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막상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가로 축의 '경쟁 요소'를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부터 우리의 몫입니다.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이 도구를 만든 자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전략 캔버스' 그림의 핵심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있지 그 모양에 있지 않습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의 그림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름을 미리 각오해야 합니다.

지난 한 주 이 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좀 더 밝고 가벼운 얘기로 출발하지 못한 것은 아직 제가 이 책이 던져 준 과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번 한 주, 멋진 그림 하나 완성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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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휙휙 2005-05-1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경영서를 읽고 감동하신 적이 있습니까? 라고 처음 시작하셨네요? 저도 블루오션 읽고 감동했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날마다좋은날 2005-05-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꽤 있네요. 제 주위에도 있구요.

밥이점영 2005-05-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성공한 기업과 산업이 없기 때문에 전력적이동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신선하면서도 시장세분화는 무조건 레드오션 도구라고 단정을 지어버린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입니다. 시장세분화도 얼마든지 블루오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날마다좋은날 2005-05-18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보다 근본적이고 '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블루오션으로 이동하자는 뜻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 회사 업무에 실제 적용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봤습니다. 여러 경영서들 중에서 단연 추천하는 책입니다.

jellysky 2005-06-0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퍼가도 되죠?

날마다좋은날 2005-06-0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물론이지요~ 여쭤보시니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