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력의 재발견 - 자기 절제와 인내심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로이 F. 바우마이스터 & 존 티어니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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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이 강림하여 절제력도 없이 신나서 책 쇼핑만 해 놓고 읽지 못할 때마다 자괴감에 휩싸이곤 했었는데, 요즘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서 초조해지는 강박관념을 버렸다. 비록 잠시 찬 밥 신세가 되어 잊히더라도, 꾸준히 관심을 놓지 않은 주제이면서 필요하면 언젠가는 다시 찾아 읽게 된다는 것을 다년간의 독서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2018년 재발견한 책. 의지력이 너무 나약해서 자극 좀 받으려고 5-6년 쯤 전에 사 놓고 읽지 않아 책장 한 구석에 얌전히 숨 죽이고 있던 책이었는데 요즘 다시 의지 박약 상태가 되어버린 나를 도우시려는 신의 계시인지, 최근 번뜩 눈에 띄어 단숨에 읽어내렸다. 다만 읽고 바로 감상을 남겼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두 달이 넘어 리뷰를 적으려고 하니 감동만 남고 막상 체계적으로 언어화된 감상은 거의 남지 않아버렸네. 나의 언어로 재정의가 확고히 되지 않은 채 많은 부분이 증발해버렸다. 하아. 크게 자극을 받고 도움이 된 책이었는데, 역시나 짧게라도 감상문을 적지 않으면 금세 휘발되어 버린다. 주의하자. 


사설이 길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니 적절한 때에 효율적으로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저자들은 “생각, 느낌,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소진된 상태”를 ‘자아 고갈’ 상태라고 정의하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역설한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회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자아 고갈 상태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인간 본성임을 보여주고, 생리학적인 연구 결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의지력 발휘를 위해 뇌는 상당한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포도당 고갈상태가 되고 결과적으로 더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며 따라서 기초적 욕구를 지향하는 원시뇌의 지배하에 떨어지게 된다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시한다. 위로가 된 것은, 의지력이 강하다고 널리 알려진 사람들조차도 당연히 자아 고갈 상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저자들은 어떤 요인들이 자아 고갈 상태를 가속화시키며 따라서 어떤 전략이 유효한지, 특별히 의지력이 강한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는지 보여준다. 


굉장히 재미있는 사례가 많았는데 읽은 지 두 달 정도 지나서 다 기억은 안 나서 아쉽지만 몇 가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예를 들면 다이어트 산업이 흥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히 실패율이 거의 100퍼센트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과 3학년 때 한 외과 교수님께서 위장관의 생리학과 호르몬 조절에 대한 강의 도중 비만 치료에 대한 연구 결과 몇 가지를 소개하시며 다이어트 산업은 사기꾼 산업이라고 일갈하셨는데 (일종의 불편한 진실) 맞는 말이다. 단기간으로 보면 급격히 감량한 것이 가능해 보이지만 10년 내에는 거의 100퍼센트의 확률로 본래 체중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분명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이 정신적 지주가 되어 강한 정신력으로 많은 다이어터들의 귀감이 되며 그들을 이끌어 주고 있는 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사회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사회적 선언’효과인 것인데, 유명인이고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위치라는 사회적인 강력한 체면이 그들에게 놀라운 의지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도 요요가 찾아오지만 대중 앞에 서기 위해 다시 뼈를 깎는 절제력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몇 년 후에 또 체중이 불었다가 다시 감량하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음주나 금연 교육을 할 때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금연일이나 금주일을 정하고 되도록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하라는 것이 이를 응용한 것이다.

내가 배운 또 좋은 전략은 많은 일들을 습관화시키라는 전략이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 아침에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의지력을 낭비하게 되고, 앞서 기술했듯이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므로 결국 그날은 망쳐버리고 ‘나레기’라면서 자기비하를 하게 되는 것인데(아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의지력을 사용하지 않게 습관화를 하라는 것이다. 가장 흔한 예로 매일 아침 영어 학원을 등록한다든지 말이다.

종교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종교인들이 비종교인들에 비해 자기 절제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재미있었다. 종교인들은 그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신이 도와주셔서’라고 믿겠지만, 좀더 보편적인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해석을 해 보자면 종교 집단마다 특유의 공동체 규범이 확고히 자리잡아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공동체 속에서 같은 교인들과의 친교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절제력을 더욱더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한경쟁시대에서 감수성이 섬세하며 의지력이 나약한 사람들은 낙오자라는 딱지가 붙거나 결핍이 있는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고 나 또한 스스로의 의지력 부족을 나약한 정신력 문제라며 생각하고 자책하곤 했었는데, 큰 위안이 되었다(하하). 기타 재미있는 사례가 넘쳐나서 정말 즐겁게 읽었다. 이과계통 전공이고 문알못이라 인지심리학 실험은 항상 볼 때마다 그 재치와 기발함에 무릎을 치거나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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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계미래보고서 2018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18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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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혁명 시대를 앞두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의 진보가 점점 더 가속화되는 것이 이 분야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도 체감이 되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4월에 구입해놓고 다른 과업들 때문에 치여서 읽지 못하다가, 제목이 《세계미래보고서 2018》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지 못하면 엄청난 자괴감으로 남을 것 같아서 뭔가 숙제같은 느낌으로 허겁지겁 다 읽고 나서 리뷰를 남기려고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이미 절판된 책이라고 뜬다. 미래학자들은 역시 참 부지런하시구나. 하하.


사실 좀 더 어렸을 때는 인간 본성에 대해 시니컬하고 회의주의적, 패배주의적 시각이 커서 미래학에 대해 냉담했었고 여전히 인간 본성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 읽으면서 가끔은 미래예측서 특유의 낙관적이고 희망찬 서술이 뭔가 오글거리고 거부감이 드는 요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미래 예측에 대해 개괄하기 좋았고, 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발전과 복지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 저자들의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이나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빠지지 않고 점검하면서 대비책 또한 제시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아무리 인간이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며 막고 싶어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인류는 호기심 많은 창조적인 종족이고 그간 불가능해보였던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해 왔던 무수한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았던가. (특이점이 오면 기술이 기술을 진보시킨다고는 하지만)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일상화. 영화에나 등장하는 상상으로 생각했는데 기어이 이 기술을 현실화시킬 단초가 보인다니 참 대단하다. 2031-2035년 사이에 알츠하이머가 정복된다는 이 책의 예측이 맞는지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서 지켜봐야겠다.


흥미있었던 주제들을 정리한다.



2018년에 주목해야 할 10대 신생 기술


1. 액체 생체검사liquid biopsy - 사실 나의 의학적 지식으로는 어떻게 target organ의 조직과 세포의 분석이 아닌 혈액검사로 이상이 있는 조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상상이 잘 되지 않으며 과연 가능한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하여 시간이 있다면 이 주제에 대해 더 자세히 찾아 읽어봐야겠다.

2. 공기 집수 기술 - 다공성 결정체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물을 추출하는 방법.

3. 딥 러닝 - 몇 주 전 아이폰의 ios가 업그레이드 된 이후 저장된 사진을 뒤적이다가, 아이폰 사용 이래 6-7년간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해온 수만 장의 사진 중에서 자동적으로 고양이 이미지만 골라서 카테고리에 넣어준 것을 보고 경악했었던 기억이.

4. 태양광을 통한 액체 연료 - 나뭇잎을 모방, 인공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기술. 연소로 매출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연료로 변환되는 폐쇄계를 만든다는 이야기인데 역시 나의 아주 짧은 물리학적 지식으로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궁금하고, 가능하다면 굉장히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5. 인간 세포 지도 - 모든 조직의 모든 세포 유형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 인류의 지적 욕구과 호기심은 역시 대단하다.

6. 정밀 농업 - 작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수확량과 작물의 품질을 높이며 물과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기술.

7. 친환경 자동차를 위한 적정 가격의 촉매- 희귀금속이며 값비싼 백금 촉매의 대체제 개발.

8. 게놈 백신

9.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디자인 - 친환경적인 건물의 설계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혁신적으로 줄인다.

10. 퀀텀 컴퓨팅


인공지능의 진화에 대한 예측을 살펴보면, 2024년에 번역 능력, 2026년에 고등학교 수준의 에세이 쓰기 능력, 2027년에 트럭 운전 능력, 2031년에 매장에서 일하는 능력, 2049년에 베스트셀러를 집필하는 능력, 2053년에는 외과 전문의의 능력에서 인간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정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가상현실을 비롯한 새로운 도구들이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뉴스는 좋은 소식이다. 미국의 마약 중독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마약중독 문제는 한국인들이 믿는 것처럼 쾌락을 위해 마약을 사용한다기 보다는 제약회사의 로비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하는데, 암성 통증 치료에 쓰이는 아편계 진통제를 쉽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하였고, 처음에는 관절통이나 근육통 같은 가벼운 증세로 이용하다가 중독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으며 심각한 사회문제와 비용적 손실을 초래하는데 가상현실을 통한 통증 치료가 개발된다면 분명 이러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데스크포그래피Desktopography라고 불리는 증강현실 기술도 기대된다. 작은 프로젝터와 심도 센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모든 표면 위에 멀티 터치 디스플레이를 투사하는데 이 기기는 전구 소켓에 끼워 넣을 수 있다고 하며 아이언맨처럼 모든 표면을 증강현실 디스플레이로 바꿀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3D 프린터 기술


3D 프린터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으며 2017년에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계의 선두주자인 미슐랭에서 개발한 클린 타이어 '비전Vision'은 타이어와 휠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가볍고 공기가 들어가지 않으며 재충전이 가능하고 유기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이다. 건설업에서는 도시를 프린팅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아디다스와 리복에서는 이미 3D 프린터로 신발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인공장기 생산 분야로 과연 3D 프린터로 인공 장기를 생산해내는 기술의 여러 가지 한계는 언제쯤 극복할 것인지이다. 




생체인식기술


생체인식기술의 발달은 모두가 크게 실감하는 분야일 것이다. 이미 공항 출국 심사에서 활용도가 높아졌으며, 특히 나는 아이폰X 유저인데 10개월째 사용하면서 학습을 통해 얼굴인식 속도와 정확성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얼굴인식카메라를 통해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식별하여 스크린에 경고하는 의미로 즉각 공개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고 한다. 고객의 얼굴을 스캔하여 감정에 대응하도록 상용화되었다니 혀가 내둘러진다. 그렇지만 이 기술은 프라이버시 침해, 생체인식정보 악용과 같은 문제로 대두될 여지가 크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경제의 도래


비트코인 하면 막연히 투기성이라는 인식만 있었는데 저자들이 블록체인의 의의에 대해 큰 장을 할애하여 설명하였기에 문외한인지라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 놓는다. 사실 아직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출범 자체가 자유주의적이며 반정부주의적이었으며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일반인에게 권력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스마트 계약이라고 한다. 블록체인이 강력한 근본적인 이유는 사용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확인되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이란다. 기존에 공인 받은 제 3자만 검증, 기록, 보관할 수 있었던 금융회사의 중앙 집중형 장부 서버를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하는 기술이며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고 안정성 측면에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솔깃했는데, 세계 인구 중 20억 명은 아직도 은행이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인터넷 접근성이 높아지고 가상화폐가 연결되면 국가와 상관없이 단일통화를 사용하게 되고,국가는 이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서 힘을 잃게 될 것이라 예측하는 부분이다. 코인과 토큰은 모두 흔적이 남기 때문에 절대로 부정부패에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화폐 가치가 없어지는 짐바브웨에서는 이미 비트코인만 통용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이다. 2017년 5월 31일 요르단의 아즈라크 캠프에 있던 1만 명의 시리아 난민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원조를 받았는데 이더리움을 통한 전자 바우처 형태로 유엔세계식량계획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그 밖에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여러 가상화폐들이 있는데 스위치토큰은 신 재생에너지인 태양열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가치로 reward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환경혁명이며 인류 최대 과제인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AI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하여 화석연료를 태양광으로 바꾸고자 하는 거대한 시민운동이라고 의의를 설명한다. 싱귤래리티넷 토큰은 선의를 가진 인공일반지능과 특이점의 가속화를 추구하는 가상화폐이다. 참 공부해야 할 분야가 많다.



자율주행차가 만드는 새로운 세계


중국은 자동차산업은 후발주자지만 전기자동차 산업에서는 선발주자에 해당되며 이미 재생에너지 자동차 의무생산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18년부터는 전체 자동차 생산량 중 8퍼센트를 전기자동차로 생산해야 하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대도시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아직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일 것이며 가장 큰 전기자동차 시장의 공략을 위해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자동차 기술을 진화시킬 수밖에 없고 기존의 석유를 이용한 자동차는 점점 사장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자율주행차가 바꾸게 될 미래의 모습들로,

1.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간의 기술, 조정력, 반응 능력보다 뛰어난 정확도로 진보할 것이며 '최소한 자율주행차는 집에 돌아오기 전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

2.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의 25퍼센트는 자동차 때문이다. 

3. 집값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도로와 주차장이 상당히 많은 도시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 자율주행차가 자동차를 대체하게 되면 많은 주차공간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남는 토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직장에서 멀더라도 주거비가 싸고 환경이 쾌적한 곳에 거주할 수도 있다.

4. 모든 것이 배달된다.

5. 자동차 브랜드의 가치 변화. 자동차 브랜드에 부여하는 가치가 감소된다. 

자동차를 팔아야 이익이 생기는 자동차 제조업은 소멸하고 '서비스로서의 운송Transport as a Service, TaaS' 개념으로 대체된다.



배양육과 인공지능 레시피


육류 소비를 줄여야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유명하다. 중국의 경우 중국 국민의 고기 소비를 50퍼센트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니 참 놀라운데, 이는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해서 기후변화 운동가들에게 환영받고 있다고 한다. 기술의 진보를 통한 배양육이 개발되었으며 상용화가 시급하다. 또한 사진만으로 음식에 들어간 재료와 요리 방법, 칼로리를 파악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인공지능 신경망이 개발중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이용자들이 업로드한 음식 사진 데이터베이스가 방대한데 이런 데이터들이 기초 자료로 이용되는 것이다. 집단적인 이용자들의 발자취들이 기술의 진보를 이룬다는 것이 이러한 것인가 싶으며 한편 생각없이 인터넷 공간에 올린 사진들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들을 상상해 보았을 때 그 끝을 알 수가 없기에 섬짓하기도 하다.




혁신적인 농업 자동화 시스템


저자는 농업 분야에서 사용될 로봇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자동차 공장의 로봇보다 훨씬 더 유연하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하퍼아담스 대학교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에 보리농사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여 첫 수확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니 경이롭다. 현재 기술로서 위성 시스템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날씨 데이터 및 기타 실시간 데이터를 결합하여 작물 수확량을 99퍼센트의 정확성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한 작황 분석은 식량 문제가 기근과 정치 불안과 같은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같은 예측이 힘든 문제도 있으며 따라서 통제환경농업에 대한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프라이버시의 종말과 개인 정보의 새로운 정의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는 지금과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두뇌-기계 인터페이스가 이루어지면 뇌 해킹이 이루어지게 될 위험성이 크다니 오싹해진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는 이미 기술과 인터페이스되어 있는 사이보그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 기기는 우리의 정체성이 확장된 것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기억을 저장하고 정보를 검색하며 서로 통신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디지털 세계는 이미 물리적 세계의 확장이라는 관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계에 알게 모르게 많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신원과 관심사와 견해와 성격을 공유하는 개방사회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를 비밀로 유지하면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생각은 낡은 견해이며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정부와 기업이 정보를 사용하는 방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며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의 개인적 정보를 엿보는 경우 어떻게 엿보는지를 감시할 권리를 가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이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는 생각되나, 소위 '개방사회'에서 분명 소수자들은 정체성을 공격당할 소지가 큰데 이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짚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쉽고 다소 나이브한 인식이 아닌가 싶다.


기타 생명공학과 헬스케어의 기술에 대해 크게 할애한 장도 있었으나 전공 분야라 크게 새로운 이야기들은 아니라 스킵한다.


'먼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는 물론 힘들다. 그러나 먼 미래 기술에 투자를 해야 그것이 가까운 미래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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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 영어로 된 컨텐츠를 몇 달간 공부하다 답보 상태에 빠져서 잠시 쉬고 요 며칠동안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만 잔뜩 읽었다. 20대때는 독서 취향이 고상(?)하셔서 감히(?)’ 실용서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셨는데 세월이 흐르니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구나재미있다.


신효상·이수영,《스피드리딩》,롱테일북스,2007. (절판된 책)



도서 바자회 중고 장터를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책이다. 평을 보니 새로울 것이 없다는 사람들의 의견도 보이지만 나는 그동안 실용서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어 영어 학습법에 대한 이론적 베이스가 참 약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목표로 하는 스피드 리딩은 분당 150단어로 정의되는데 책을 읽고 나서 측정해보니 150-170 단어 정도가 나왔다. 하지만 본인은 훨씬 빠른 속도의 리딩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훨씬 혹독한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공부 방식보다는 영어 공부의 효율적인 방식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건졌던 내용들 몇 가지 정리.





영어 원서 읽기를 방해하는 세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모국어 수준 어휘력의 부족(단어 자체의 이해 불능)

2. 한글과 영어의 생각을 조립하는 방식 차이(단어의 조립 불능)

3. 관습적 영상의 부족(조립된 단어의 이해 불능)


"언어학에는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라는 이론이 있다. 그 내용은 '두뇌가 생리적으로 언어를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특정 시기가 있으며, 이 시기를 넘기면 언어 습득이 힘들어지고 어린아이처럼 제2언어를 쉽게 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략) 레니버그에 따르면, 소리에 노출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사춘기를 전환점으로 사라지며, 다라서 원어민과 동일한 발음을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춘기 이후 좌뇌와 우뇌가 완전히 분화되고 두뇌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언어습득장치(LAD:language acquisition devise)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어 사용자는 영어를 배우기에 악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언어는 VO계열(SVO, VSO, VOS) 56%이고 OV(SOV)계열은 4%에 불과하며 대표적인 언어로 한국어와 일본어가 있고 한국과 일본은 영어 못하기로 대표적인 나라들이라고 한다미국 외교연구원은 세계의 언어들을 자국민이 배우기 힘들어하는 정도에 따라 네 종류로 나눴는데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네 번째 부류에 속하며 우리가 영어 어순에 익숙해지기 힘들듯원어민도 한글 조사와 어순에 익숙해지기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VO계열 언어권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3-4개 국어를 마스터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영어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따라서 성인의 공부 방식은 외국어를 그냥 많이 접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인에게도 장점이 있는데, 관습적 영상이 풍부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통찰력 있고 이해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관습적 영상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외국어의 용례를 풍부하게 익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고를 때도 자신이 잘 아는, 즉 관습적 영상이 풍부한 책부터 도전하여 실력을 키워 나간다. 관습적 영상 없이 수준에 안 맞는 리딩을 하는 것은 자기학대일 뿐이며 난독증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궁합이 안 맞는 책과는 과감히 헤어지고 관습적 영상이 쌓이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한다.


영어를 배우면서 목표 실력을 예측하자면, 모국어인 한글로 읽는 속도가 영어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잠재적인 최대치 속도가 되는데, 우리 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평균 한글 독서 속도는 분당 150-200단어 정도이고 스피드 리딩 훈련을 통해 영어를 분당 150단어 정도로 독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최적의 학습모드를 만들어내면 능률이 빨라진다. A.L.State Accelerated learning State의 약어로 보다 가속화된 학습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 들어가면 두뇌의 학습 기능이 최고조로 움직이며 물흐르듯이 정보를 빨아들이게 된다. 학습을 담당하는 두뇌조직이 각성되면서 두뇌 활용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좋아한다/중요하다라는 감정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가속화된 학습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감정에는 육체와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독특한 힘이 있다. 각각의 감정에 따라서 두뇌의 활성화되는 부분도 각기 달라진다.

공포, 두려움, 분노, 질투, 시기심, 불안, 초조와 같은 감정은 ‘Fight or flee?’를 결정하는데 사용하는 감정으로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되었으며 파충류뇌라고도 불리는 원시뇌인 구피질을 자극하므로 학습과는 전혀 상관없는 두뇌와 근육들이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호기심, 관심, 즐거움은 학습을 담당하는 편도, 해마와 신피질을 자극한다. 이 상태에 들어가면 뇌세포가 왕성히 활동할 최적의 조건이 되어 엔도르핀이 해마에서 다량 분비, 아세틸콜린 분비가 촉진되고 이 물질은 뉴런의 외부절연체인 수초를 형성시키는데 기여하며 수초가 형성된 신경은 정보전달속도가 수십 수백 배 빨라지고, 뇌파가 안정화되면서 시냅스의 정보전달이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노이즈가 줄어든다. 우리가 공부를 하면서 흔히 느끼는 지루함과 무기력은, 생존을 위해 자신에게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것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으려는 두뇌의 자연스러운 방어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가치 없고 무의미한 일엔 지루함과 망각으로 대응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고, 이 상태에 장기간 빠져 있으면 학습 능력이 극도로 저하되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상태에 들어가게 되며 이 상태에 빠져 있는 대표적인 예가 노예이다. 감정이나 자기 의사 없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무관심과 무기력으로 대응하는데 강요에 따라 강제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도 노예 상태에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부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일이 목숨을 걸 만큼 소중하거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 만큼 즐겁다는 감정을 느낀다면 생존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 두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제공한다.

오늘날 영어 리딩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학습자가 글을 읽으면서 가속화된 학습상태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채 별 관심도 없고 재미도 못 느끼는 내용을 시험이나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리딩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원서를 읽는 것이 두뇌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리딩 방식이다.


정리하자면,

단어, 문장, 개념의 반복으로 리딩 속도를 향상시키고

잘 발달된 모국어 회로와 관습적 영상을 활용해 이해가 빠르며

가속화된 학습상태에 들어가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앞으로 영어공부를 하면서 이 이론을 적용시켜 가면서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고수민, 《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은행나무, 2009.


고수민 선생님의 블로그는 검색하다 알게 됐으며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감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노력으로 영어를 잘 하려고 했다니 통렬하게 반성했다.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영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지만 위의 책처럼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의 축적을 통해 90퍼센트 수준까지는 구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고수민 선생님의 공부 방식을 보면 실제로 우직하고 성실하게 영어 공부를 해오셨으며 영어를 잘하려면 어휘력, 문법, 리딩, 듣기 모든 분야를 다 열심히 해서 잘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실제로 효과적인 많은 방법들을 제시해주는데, 내가 건진 몇 가지 내용만 간단히 정리한다. 

-듣기 실력이 딸리는 이유는 독해 실력이 딸리기 때문이다. 독해 실력을 키워야 듣기도 잘 할 수 있다. 나도 실제로 원서를 통독할 수 있을 정도로 독해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듣기가 자연스레 향상된 경험이 있다.

-읽기는 두뇌와 입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원서를 소리내어 읽는 방법을 권한다(생각도 못한 방법이었다).

-영화로 영어공부를 할 때는 처음부터 영화를 딕테이션해 볼 것. 대사 이외의 잡음이 많은 액션 영화류는 가급적 피할 것. 한글 자막부터 함께 보면 내 듣기 실력으로 다 듣고 있다는 착각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영어 일기를 쓰면 자신이 표현하려는 내용을 실제로 찾아보고 적용하면서 오래 기억에 남으므로 짧더라도 매일 영어 일기를 쓰기를 권한다. 이건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던 방식이다. 매일은 못해도 일주일에 2-3번, 바쁠 때는 일주일에 1회 정도는 영어 일기를 써오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이걸로는 택도 없겠다고 반성함. 고수민 선생님처럼 매일 써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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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글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2007.


10년쯤 전에 대형 서점 신간 코너에 전시된 이 책을 보았던 것 같은데, 여전히 초특급 스테디셀러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진다. 세계 기아 문제와 그를 야기하는 구조적 모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구나 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항상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무려 10년 전 부터 읽을지 말지 고민하며 서점에서 집어 들었다가 여러 번 내려놓은 책이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바자회 중고 장터에서 발견하고 냉큼 구입, 집에 와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사실 나는 이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감수성이 섬세한 편이라 아주 오래 전부터 쭉,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이미지를 기아와 굶주림의 이미지로 소비하는 방식이 상당히 불편했었다(게다가 이 책에 따르면 기아 인구는 숫자로만 따지면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시아에 훨씬 많다고 하는데, 국내 번역본에서 굳이 안일하게 관습적인 방식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분명히 문제이다). 특히 작년 초에 한 달 동안 서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로 더더욱 거부감이 든다. 흔히 소비되는 어떤 종류의 이미지들은 구조적 모순을 은밀히 은폐하고 유지하고픈 기득권의 이해관계와 부합하며 차별적 인식을 강화하는 시스템의 세련된 선전물로서 작용한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수많은 국가와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민족들이 있으며 그들이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삭제된다. 타인의 불행을 포르노처럼 소비하면서, 구조적 약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그 이외의 가능성을 차단시켜버린다. 인식론적인 폭력이다. 강대국들은 아프리카의 자원을 헐값에 착취하는 대가로 독재자들의 장기집권과 만행을 눈감아주거나 은밀히 후원하는 한편, '못 사는 아프리카를 도와주는 발전한 서구권 국가들의 선량함'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며 생색내듯 원조와 봉사활동을 한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오브 아프리카》와 같은 아프리카의 오랜 사회구조적 문제와 그를 야기한 역사를 다룬 책들에 의하면 서구권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착취해서 얻는 금전적 수탈이 원조하는 양의 2-3배를 훨씬 상회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국제적 단체들의 노력과 활약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고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적인 존재이며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은 경외스럽고 그들의 행동 앞에서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기아와 국제 원조에 대한 감상적 접근은 위험하며 (저자는 원조 물자가 테러 집단으로 흘러들어가 내전을 더욱 촉발시킨 예를 든다) 원조하고자 하는 나라의 사회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역학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책의 저자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서 기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로서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기아 문제에 대한 실상을 알리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제국주의 시대의 수탈로부터 시작하여 신자유주의 시대에 고착화된 부의 불평등과 자본의 자기 증식 욕망, 투기 때문에 식량이 버려지는 극심한 분배의 불의가 기아 문제의 핵심이다.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은 전 지구 인구를 먹여 살리는 데 결코 부족하지 않으나, 식량 자본으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세력이 수요공급 곡선을 따라 줄타기를 하며 시카고 곡물거래소에서 투기 놀이를 하는 동안 죄없는 많은 어린이들은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받지도 못한 채 죽어간다. 자국민의 안위보다는 장기집권이 더 중요한 독재자들과 끊임없는 내전과 같은 정치적 혼란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런 국가들은 도로, 항구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도 부족하여 식량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접근성도 떨어진다. 양심의 가책을 달래기 위한 생색내기 원조로만으로는 뿌리깊은 기아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아프리카 대륙의 문제들에 방점을 두긴 하였지만 기아 문제는 아프리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기아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의 국가들, 동유럽과 구 소비에트 연방의 일부 국가와 북한의 인권과 기아 문제도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북한의 기아 문제는 오래된 이념 논쟁과 맞물려 현실적인 접근은 거의 미비한 실정이다. 한쪽 진영에서는 이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도구로만 소비하고 있으며 다른쪽에서는 또 다른 이념 때문에 북한의 기아 실상을 애써 축소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단다.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중략) 이런 설명은 전형적인 유럽적·백인 우월주의적 '정당화'란다.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p.38.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 pp.42-43.


금융자본은 결코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증시는 매일 24시간 돌아간다. (중략) 그러나 유능한 물리학자들이 조립한 모든 컴퓨터 모델에도 불구하고 - 컴퓨터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봉사한다 - 증시는 완전히 비이성적으로 돌아간다. 증시를 돌아가게 하는 엔진은 이윤극대화, 손실에 대한 공포, 파산 리스크에 따르는 신경전, 그리고 정신착란과 황홀경을 뒤풀이하는 무제한의 이윤추구 등이다. p.160.


아들에게 설명해주는 포맷을 차용하고 있어서 용어의 명쾌한 정의들이 돋보이는데, 신자유주의의 비인간성에 대한 일침이 뜨겁다. 


저자는 원조보다는 개혁이 우선이라고 역설한다. 사회적 인프라의 확충과 오랜 모순을 개혁하는 것이 기아 문제의 핵심이다. 사회의 오랜 모순을 해결하고 개혁하며 민중을 위한 정치를 펼치려다 살해당한 부르키나파소의 개혁가 상카라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에서도 만났었기에 반가우면서도 착잡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표지였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출간된지 (원서 기준) 17-18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그 사이에 인류의 기아 문제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관련된 이야기들에 관심을 잃지 않고,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 다음은 아프리카의 사회구조적 모순의 깊은 뿌리에 대해 개괄식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책들이다.

루츠 판 다이크,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웅진지식하우스, 2005.

월레 소잉카, 《오브 아프리카》, 삼천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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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자본주의공화국 - 맥주 덕후 기자와 북한 전문 특파원, 스키니 진을 입은 북한을 가다!
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지음, 전병근 옮김 / 비아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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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약점 중 하나가 현실주의다. 정치에서 그렇고 국제 장치에서 그렇고 남북관계에서 특히 그렇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봐오던 대로만 봐오던 것을 이제 한 번쯤 탈피해보면 어떨까. 이 책은 상투적인 북핵 보도의 운무에 가려져 온 북한 사회의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역자의 말 중에서.


원래 북한에 관심이 많았었던지라 북한에 관련된 책을 한 권쯤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못 읽다가 남북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여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구 동독 지역의 몇 개 도시, 부다페스트, 부쿠레슈티, 사라예보, 모스크바와 같은 구 공산권 국가들의 주요 도시를 여행해 본 적이 있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지 이십 년이 넘었지만 이런 도시들은 공산권 특유의 체제를 과시하는 외관이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대도시라면 있는 땅뙈기를 악착같이 집약적으로 활용하여 고층빌딩이 즐비하기 마련인데, 이와 달리 대규모 열병식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은 드넓은 광장, 이를 에워싼 웅장한 너비에 펼쳐진 주요 부서 건물들과 같은 생경한 풍경들이 전혀 다른 체제를 품었던 과거를 암시하는 듯 보여 매력적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지녀 국가보안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절대 불가능한 북한 여행을 언젠가는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통일을 바라왔었다. 가끔 인스타에 북한 여행을 한 외국인들이 올리는 사진으로만 만족할 뿐이지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고 세계 어느 곳이건 인간은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지니며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쉽게 간과한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다. 억압적인 체제 하에서 경직되어 있긴 하지만 희로애락을 즐기며, 식욕과 수면욕 같은 본능 외에도 최신 유행을 따르고 싶은 욕망, 여가를 누리고 문화적 컨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욕망 등 인간으로서 엄연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서술하기 민망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밝게 웃거나 자연스러운 북한 주민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저거 다 체제 과시용으로 잘 사는 척 연기하는 거라고, 대부분 못살고 굶어 죽고 김씨 부자에게 세뇌된 기계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니 정말 복장이 터지지 않을 수가. 65년 간의 분단과 세뇌된 대북관이 사람의 이성적 사고를 이렇게 마비시키는구나 싶어 한숨만 나온다)


영국인이지만 한국 특파원으로 오래 거주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해와서 유명한 마이클 튜더와 제임스 피어슨이 이번엔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두루 분석했다. 북한의 경제, 정치 체제, 정치범 수용소, 패션, 대중 문화, IT 산업 및 디지털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 등 여러 분야를 한 권에서 다뤄서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얕지만, 핵심적인 내용들을 잘 짚어주어 개괄적으로 북한 사회에 대해 알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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