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에 힘겨운 책 읽기 싫고 감상적이 되어보고 싶을 때 주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찾는다. 에쿠니 가오리는 평범하게 매일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언뜻언뜻 나타나다 고조되는 슬픔이나 절망, 애정 등의 감정을 깔끔하고 탁월하게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낙하하는 저녁》에서도 많이 실망했지만 이 작품에는 더더욱 실망했다(에쿠니의 최고작은 역시《냉정과 열정사이 Rosso》라고 생각한다). 설득력이 부족한 주인공의 절망이라는 감정에 거의 공감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과 가족이 전부였던 주인공의 세계.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지만, 유부남인 '애인'을 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이 작품에서 표현하는 '절망'은 철부지 어린애가 떼쓰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에쿠니의 재능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별 두 개 주려다가 하나 더 줬다. 왜냐하면, 읽다가 나도 그 절망이라는 감정에 전염되어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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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phiner 2005-04-1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설득력이 부족하다라... 저에겐 너무나도 와닿았는데... 덕분에 한 며칠동안 너무나도 절망스러워서 견딜수가 없긴 했지만요. 철부지 어린애의 떼씀과는 다르죠. 오히려 그녀는 '결국 우리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이다'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결론을 내림으로써 '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떼를 썼다면 매달리고 소유하려 했겠죠.^^

DJ뽀스 2005-05-0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작가죠...그래도 또 다음작품을 찾게되니 아이러니~
저에게 에쿠니 가오리 최고의 작품은 호텔선인장이랍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IshaGreen 2005-05-1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rphiner님. 제가 철부지 어린애의 떼씀과 같다고 한 것은, 그러한 현실에 대해 별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을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사실에 대해서 공감이 갈 정도로 마음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이지도 않으면서 '절망'에 대해서만 어영부영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같은 소설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저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하더군요^^

DJ뽀스님. 실은 호텔선인장은 못 읽어 봤습니다^^;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DJ뽀스 2005-05-1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르바시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나른하고 공허한 느낌을 가오리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가끔은 왠지 그냥 멋만 부리는 거 같아서 실망스럽다고 느껴질때가 많죠. 그래도 일종의 담백함이랄까 그런 쿨한 느낌때문에 다시 그녀의 책을 찾게 되는 거 같아요. 호텔선인장의 우화라고 할까..주인공이 모자, 오이, 숫자2입니다. 너무 따뜻하고 유쾌한 작품이니 가볍게 읽어보세요~ ^^

IshaGreen 2006-02-2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게서야 DJ뽀스님의 댓글을 보게되었군요. 워낙 제가 서재 관리를 잘 안해서.... 에쿠니의 작품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에 저도 공감해요. 실망스럽지만 일종의 쿨한 느낌 때문에 다시 찾게 된다는 거요^^ 한번 호텔 선인장 읽어봐야 겠군요.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한 파묵의《내 이름은 빨강》. 강렬한 제목으로 다가온 책이다. 내게는 생소한 터키 작가의 작품이며, 오스만 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오리엔탈리즘적인 선입견을 품고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뜻밖에도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작품의 주제 의식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신의 시간을 그리려고 하는 이슬람 전통 세밀화가들과, 서양에서 들여온 사실적인 화풍에 매력을 느낀, 당대의 입장에서 보면 반역적인 화가들. 자신만의 스타일과 화풍이 드러나도록 작품을 창조하느냐, 완벽한 신의 시간에 파묻혀 자신의 스타일을 죽이느냐 하는 문제로 고뇌하고 갈등하고, 그로 인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여인 세큐레를 둘러싼 카라와 하산 등의 러브 스토리가 얽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다만, 1권은 매우 재미있었지만 살인자가 윤곽을 드러내는 2권 후반부는 독자의 조급함에 이야기의 전개속도가 맞춰지지 못해서 주제를 파악하며 읽기 조금 힘겨웠다.)

전통적인 오스만의 세밀화가들은 신의 시간을 그리고 화가의 스타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며,  지상의 사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너머의 이데아적 사물을 묘사하는 것(현상 너머의 물자체를 그린다고 표현하면 잘못된 표현이려나;;) 것을 최상으로 여겼다. 그러한 전통에 익숙했던 에니시테가 베네치아에서 사실적인 초상화와 원근법을 접한 후의 강렬한 감동을 카라에게 이야기하는 장에서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들에서 나타나는 매혹적이고 반역적인 무신론을 접하는 듯한 쾌감과 짜릿함을 느꼈다. 단지 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던, 그로 인해 고뇌했던 사람들을 이야기는 지동설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했다.

나로서는 매우 낯선 이슬람 세계의 풍속, 종교적인 마인드, 우리가 접할 수 없었던 이슬람의 신화들과, 이슬람 세밀화의 다채로운 묘사 등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서 읽는 묘미도 강했다. 또한, 이 소설의 백미는 50여개의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어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등장인물들 뿐만 아니라 금화, 나무, 심지어는 색채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펼쳐내는데,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내 이름은 빨강〉장의 강렬함은 너무나도 인상깊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읽는 동안 전율이 흘렀던 구절.

[뜻밖에도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나에게 정직함과 선의를 기대한 아가씨처럼 떨면서 물었다.

"내게 스타일이 있나?"

순간 나는 눈물을 쏟을 뻔했다.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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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haGreen 2005-01-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는 감동만큼 글이 표현되지 않아 정말 심하게 맘에 들지 않은 리뷰이지만... 고치기 귀찮아서 그냥 올렸음...ㅠㅠ

물만두 2005-01-16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어떤 글로도 다 전할 수 없는 오묘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참 감동 깊게 읽었답니다...

라주미힌 2005-01-1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읽으려고 준비중.. ㅋ..

IshaGreen 2005-01-1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만두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반가워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라주미힌님// 준비중이신가요?^^ 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전출처 : 바람구두 > 책의 판형

책(문서)의 판형을 결정하려면 종이규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ISO/JIS 규격

ISO 규격은 A, B, C 세 종류가 있다.
cf.
[WWW]International Standard Paper Sizes
JIS 규격은 A 규격은 ISO와 같고 B 규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B사이즈를 지칭하면 일반적으로 JIS 규격이다.

A B C JIS B
0 841x1189 1000x1414 917x1297 1030x1456
1 594x841 707x1000 648x917 728x1030
2 420x594 500x707 458x648 515x728
3 297x420 353x500 324x458 364x515
4 210x297 250x353 229x324 257x364
5 148x210 176x250 162x229 182x257
6 105x148 125x176 114x162 128x182
7 74x105 88x125 81x114 91x128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종이 규격

우리나라에서는 46전지(788x1090)와 국전지(939x636)를 가장 많이 쓴다고 한다. 46전지의 크기는 JIS B1 사이즈와 유사하고 국전지는 ISO A1 사이즈보다 조금 크기 때문에, A 사이즈로 작업한 것은 대부분 국전지를, B 사이즈로 작업한 것은 46전지를 얹게 된다.
1연의 종이에서 전지 500장, 2절 1000장을 얻을 수 있다.

4x6판/국판

4x6판 국판
전지 788x1090 636x939
2절 545x788 468x636
4절 394x545 318x468
8절 272x394 234x318
16절 197x272 159x234
32절 136x197 117x158

책의 판형

종이를 이와 같이 사용하더라도 책의 판형은 관행상 다음과 같이 불린다. 종이를 자르는 방법이 다양하므로 변형판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판형명칭 크기 대응판형 사용종이 전지1매당페이지수
국판 148x210 A5 국전지 32 교과서, 단행본
국배판 210x297 A4 국전지 16 잡지
국반판 105x148 A6 국전지 64 문고
타블로이드 257x364 B4 4x6전지 16 정보신문
사륙판 128x182 B6 4x6전지 64 문고
사륙배판 182x257 B5 4x6전지 32 참고서
신국판 152x225 * 국전지 32 단행본
크라운판 176x248 * 4x6전지 36 사진집
30절판 125x205 * 4x6전지 60 단행본
3x6판 103x182 * 4x6전지 80 문고

일반적인 전지에는 국전지(A전지)와 4X6전지(B전지)가 있다.
현재 시중에서 통용되고 있는 국전지는 (636X939mm)이며, 4X6전지는 (788X1,090mm)이다.
전지 500매를 1연(ream)이라고 하는데, 이를 흔히 영문의 첫글자를 따서 : R"로 표기하기도 한다.
즉 1연을"1(R)"로도 쓴다.
판형이란 책의 크기를 말하는데 크게 표준판형과 변형판형으로 나눈다.
여기서 표준판형은 국전지, 혹은 4X6전지를 종이의 낭비없이 출판하고자 규격화 시킨것이다.


국배판형
국전지를 8절 크기로 잘라 만든 판형으로 크기는 210X297mm이다.
크기가 커서 소지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르나 지면이 커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여성지나 종합잡지들이 이 판형을 선호한다.


국판형[A5판형]
국전지의 16절 크기로 잘라 만든것을 국판형, 혹은5x7판형이라하며, 그 크기는 148x210mm이다.
이판형으로 만들어진 책은 갖고 다니기에 적절하다. 문예물잡지들이 주로 사용한다.


국반판형[A6판형]
국판형을 2등분(32절)하여 만든 책의 판형을 말하며, 크기는 105X148mm이다.
소지가 간편하여 가볍게 읽을 책의 판형으로 알맞다.


타블로이드판형[B4판형]
4X6전지를 8절로 잘라 만든 책을 타블로이드판이라고 하며 크기는 257x364mm 이다.
신문이나 혹은 화보위주의 잡지를 제작하는데 많이 사용된다.


4X6배판형
타블로이드판의 반(4X6전지의 16절 크기)만한 규격의 책인데 크기는 188X257mm이다.
대부분 이 판형으로 제작되고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판형이다.


4X6판형
4X6배판형 크기의 반, 즉 4X6전지를 32절 크기로 잘라 만든크기로(128X188mm)이다.
가볍게 읽을 책이나 잡지, 혹은 각종도서 목록집에서도 이 판형을 선호하고 있다.
예로서 월간지인 "샘터"나 "리더스다이제스트"가 이에 속한다.


4X6반판형
4X6판형에 비해 반만한 크기의 책을 4X6반판형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는 91X128mm이다.
단어 암기장이나 간단한 물품안내 책자 등에 사용된다.


신국판형
표준판형 이 외에 자주사용하고 있는 변형판형을 보면, 국판과 같은 절수(국전지16절)로
만들어 내는 "신국판형"이 있는데 크기는 국판형에 비해 가로의 길이는 똑같으나
세로의 길이가 큰것으로 148X225mm이다. 일반소설류 출판물은 물론 사회과학 도서,
각종 전문 도서에서 흔히 볼수 있는 판형으로 4X6배판형과 함께 대단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판형이다.


그밖에도 크라운판/신서판형(3X6판형)/다이아몬드판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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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9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2004년 작년 한 해 동안, 감각적으로 치중한 현대 소설(특히 현대 일본 소설)들만 읽다 보니 뇌가 비어가는 것 같은 위기감에 봉착했다(물론 감각적인 카타르시스의 효과는 강해서 감동적이기는 하다. 최근 1년간의 개인사가 복잡하다 보니 더욱 그런가....-_- ).

2005년은 고전 두 편을 읽으면서 시작했는데, 어제는 카프카의《심판》을 완독했다. 5~6년 쯤 전에 상당히 따분하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되었지만 다시금 이 작품의 모호하면서 괴이한 분위기에 젖어 읽어보니 흥미롭고 괴상한 매력을 느끼기까지 했다(읽는 고통은 여전했지만).

비현실적인 공간과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묘사들. 기괴한 상황의 설정. 비유적인 상황들을 통한 인간 삶의 부조리에 대한 성찰. 이런 점이 이 괴상한 천재 소설가의 작품들을 많은 이들에게 열광시키게 했던 요인일까? 소설 내내 사건들과 인물들, 배경들은 그로테스크하고 현실에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비현실적인 성격이 강하다. 특히 공간에서 이런 그로테스크한 비현실적 성격이 두드러지는데, 평범한 서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위치하고 있는 재판소의 배경 묘사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은, 이해할 수 없고 부조리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 삶 한가운데 있는 삶의 부조리함에 대한 선고의 필연적 실존을 비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인공 요제프 K는 체포당하고 심판받을 때까지, 자신의 체포에 정당한 이유도 없이 그저 그렇게 관련 사건들이 진행되어지는 것에 휘말리게 된다.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부조리한 점들을 밝히려고 하나 가능하지 않았던 헛수고였다는 괴이한 내용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멋도 모르고 읽었었는데 도대체 뭘 이해하고 읽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만 한다.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장은 3장인데, 자신의 삶에 부조리하게 선고된 체포의 원인을 밝히러 간 재판소에서, K가 그 재판소의 공기에 견디지 못해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다. 삶에 대한 선고에 관련된 공간에 있을 때마다 K가 강박증을 느끼고 그 공간의 공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면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비유하는 것일까? 부조리의 선고의 원인을 찾고자 하지만 막상 그 본질을 밝히고 대면하기에는 인간적 한계가 느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어느날 갑자기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부조리한 인간 삶에 대한 성찰... 공감은 가지만 인정하기 싫은 기분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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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연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주의 : 심각하지는 않은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누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도스또예프스끼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한다. 그 유명한《죄와 벌》과 세계 최고의 걸작 장편 소설이라고 일컬어지곤 하는《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그 외에 4대 장편 중 하나인《백치》는 각각 두세번 정도 읽었으며, 그 외 많은 단편집과 자전적 성격이 강한《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또예프스끼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백야》도 여러 번 읽었었다. 그런데 4대 장편 중 하나로 꼽히는《악령》을 어쩌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은 내가 2005년에 처음으로 완독한 소설이다. 제목부터 강렬하게 다가오는 1100여 페이지 가량의 이 소설을 다 읽으면서 든 느낌은 우선, 매우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뾰뜨르 스쩨빠노비치의 음모에 의해, 그리고 내면적인 원인으로는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그들의 세계관과 사상에 결부지어져 얽혀서 등장인물들이 비극적인 파국을 맞게되기까지의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사건의 뒷 이야기들과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파국까지 달려가는 과정들이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솔직히《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최고의 소설이고 너무나도 재미있긴 했지만, 읽는 데 조금 힘에 부치긴 했었는데 이 소설은 그에 비해서는 술술 잘 읽히는 편이었다.

다음으로, 등장인물들과 소설적 구성 및 그로 인한 소설의 느낌에 있어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가 강한 듯하다. 일단은 소설적 화자의 시점이 매우 애매모호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다른 소설들을 예로 들면, 《죄와 벌》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고,《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표면적으로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이지만 화자와 등장인물들이 관계를 전혀 맺지 않은데다가 내면 심리까지 서술하므로 거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소설도 시작할 때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시작하길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와 비슷한 시점으로 서술하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화자는 스쩨빤 뜨로피모비치의 친구이자 상담역로 등장하는 것이었다. 수면 위로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아서 화자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읽고 있었는데, 나중에 이 '화자'의 이름도 드러나고 등장인물들과의 대화도 나온다. 거기다가 아주 가끔 '화자'의 성격도 드러나며, 녹슨 대작가 까르마지노프와 마주쳤을 때의 '화자'의 행동은 매우 희극적인 성격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그래서 가끔씩 드러나는 이 '화자'가 도대체 어떤 캐릭터인지 궁금해서 자세히 관찰하면서 읽었지만, 소설 대부분에서 화자는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며, 화자가 없었던 장소에서 일어났을 법한 사건이나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까지 뻔뻔스럽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하기도 하며, 가끔씩 드러났던 희극적인 성격과는 달리 냉철하고 통찰력 있는 판단력으로 사건과 의의를 정리해서 서술하기도 하여 매우 기이하면서 모순적이다.

또, 이 소설은 주인공이 누구인지 종잡을 수 없다. 초반부에서는 스쩨빤 뜨로피모비치(뾰뜨르 스쩨빠노비치 베르호벤스끼의 아버지)에 초점이 맞춰져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특히 그와 그가 신세를 지고 있는 바르바라 뻬뜨로브나 (니꼴라이 프세볼로도비치 스따브로긴의 어머니)와의 관계에 큰 비중이 실려져 있다. 그러다가 그들이 있는 현의 주요 인물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스쩨빤 뜨로피모비치의 우스꽝스러운 약혼 사건을 배경으로 스따브로긴과 뾰뜨르 스쩨빠노비치 등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나서 스쩨빤은 잊혀지고 현지사 부인인 율리야 미하일로브나의 권력과 스따브로긴의 카리스마를 이용하여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뾰뜨르와 5인조, 그와 연관된 끼릴로프와 샤또프 등 제반 인물들의 사건들이 등장하며,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달은 후에는 다시 스쩨빤이 등장하고 스따브로긴가(家)의 비극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러한 시점의 불명확성과 중심인물의 불명확성, 충격적인 사건들, 상당히 특이한 캐릭터들의 성격으로 인해 소설 전체가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한 반면에 읽는 도중 실제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들도 여럿 등장하는데, 기이하면서도 희극적인 사건과 희극적 인물들의 캐릭터들은 소설의 기괴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만 보아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스따브로긴과 이반 샤또프이다. 스따브로긴은 매우 귀족적이고, 아름답고 완벽한 미모를 갖고 있으며(그 교활한 뾰뜨르가 이성을 잃고 이 점을 칭송하기도 할 정도로), 냉정하고 악마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사실, 몇 년 전 들었던 교양수업이나 평론집 등 도스또예프스끼의 다른 작품에 대한 평을 들을 때마다 평자들은 꼭 스따브로긴을 연관시켜서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하고 이 작품을 읽었지만, 의외로 스따브로긴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밝히기도 민망할 정도로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이반 까라마조프 처럼 방대하게 사상적 체계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소설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사건과 등장인물들은 스따브로긴과 얽혀 있으며, 실제로 모든 음모를 계획하는 것은 교활한 뾰뜨르 스쩨빠노비치이지만 상징적 의미로는 스따브로긴이 모두 조종하고 있는 기분조차 들 정도이니. 그런데, 스따브로긴의 개인적인 목소리와 생각, 자신의 본성에 대한 고백 등이 독자에게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마지막 장〈찌혼의 암자에서(스따브로긴의 고백)〉에서야이다. 하지만 이 막장에서 나타나는 스따브로긴의 성격은 매우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소설 내내 카리스마로 일관하던 그의 캐릭터는 찌혼 앞에서 비굴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로 나타나며, 매우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또 매력을 느꼈던 인물 이반 샤또프는 대학생이며, 한 때 스쩨빤의 모임에 등장하곤 했던 인물이다. 소설을 한 번 밖에 못 읽은데다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읽어서 소설에 나타나는 그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샤또프의 사상적인 성격에서라기보다는 보다는 인간적인 캐릭터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 인물은 고집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매우 현명하기까지 하나, 희극적인 성격도 매우 강하다. 2주만에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부인 마리 샤또바가 3년만에 갑자기 나타나 스따브로긴의 아이를 출산하는데 평소의 현명한 조심성까지 버려가며 그녀의 출산을 돕고, 생명의 무한한 신비를 느끼며 단란한 세 가족을 꿈꾸고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그 밖에도 이 소설에서 가장 인기있는 인물인 끼릴로프, 희극적 인간 유형의 극치를 달리는 스쩨판 뜨로피모비치도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자신의 무신론을 천명하기 위해 자살을 감행하는 끼릴로프의 매력은 일찌감치 많은 이들이 언급하기도 했었다ㅡ(예전에 읽어서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예를 들면 알베르 까뮈도 《시지프의 신화》에서 끼릴로프를 언급했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제목인 '악령'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유명한 맨 마지막 장 〈찌혼의 암자에서〉에서 스따브로긴의 고백에 나타나듯 흉악한 짓을 저지름으로서 느끼는 새디스트적인 쾌감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소설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사상적으로 혼란한 그 시대의 러시아에 만연하게 떠돌아다니는 어떤 기운을 뜻하는 것일까?

여러 의문점과 이상한 점들도 많았지만 매우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무척 재미있었지만 역시나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과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며, 새해 처음으로 고전 소설을 읽었다는 점에 아주 뿌듯해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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