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의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례로 한 권씩이 안 되는 편이다. 언제나 이거 펼쳤다 저거 펼치게 되고 묵히다가 다시 돌아갔다가 아님 내쳐읽다가 비로소 작별한다. 어떤 식으로든 블로그에 소감을 남겨야 진짜 작별하는 느낌이었는데 지난 시간 오래 덜어냈고 또 비워서 이제 꼭 그렇지도 않다. 가장 좋은 독서법은 여러 분야 책을 한 권씩 골라 네다섯 권을 두고 내킬 때마다 돌려읽는 것이다. 사람 기억력이 이틀을 가기가 어려워 이틀 이내 반드시 그책을 다시 잡아 한 장이라도 읽어야 한다는 철칙 아래라면 충분히 가치있는 방법이다. (추리)소설 한 권, 역사책 한 권, 사회학책 한 권, 과학책 한 권 이렇게 하고 나머지는 끌리는 책으로 한 권 더. 거의 대부분 좋아하는 분야 책만 읽다가 다른 책은 밀리고 또 밀리고 그러겠지(만). 그래서 써본다. 지난 시간 털어내기, 지난 책과 이별하기-추리소설 편. 

 

<악의 숲>은 앞선 몇 작품으로 악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프랑스 스릴러 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소설이다. 평점이 그리 높진 않은데 난 좀 의외다. 지식형과 사회고발형이 뒤섞인, 사건과 결과, 일상 속 사건이 전부가 아닌 고인류학, 심리학, 유전학, 정신의학 언어들이 담겼다.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읽으니 그 기운이 배가 되긴 했겠지만 그후로 더 흥미로운, 오싹한, 뒤가 궁금한, 얼른 끝났으면 좋겠고 되도록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스릴러가 없었다. 오롯이 혼자이던 그밤이 그리워진 거겠지, 그래도 그밤에 누군가 지금처럼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며 옆에 있어줬다면 덜 무서웠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숲>이 가진 한계는 제법 빨리 범인이 보인다는 점이다. 스릴러에서는 멀쩡하게 제일 오래 등장하는 인물이 범인이기 마련. 스릴러 혼합형 소재로는 특이해보이는 자폐, 유전, 원시라는 키워드가 인도하는 중남미 어두운 역사를 거슬러가는 생생한 묘사는 범인 찾기보다 흥미진진하다. 예전에 읽은 스릴러가 문득 생각난 이유는 <마크드 포 라이프> 때문이다. 물론 이 소설은 <악의 숲>과는 장르가 다르고 지식형 소설도 아니며, 요즘 심각한 세계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난민이라는 훌륭한 키워드를 범죄스릴러 소재로는 흔한 마약으로 받는 결정적 실수를 하지만. 그렇게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한 작품으로 변한 데 대해선 아쉬움이 크지만 어쩐지 서글프고 불쌍한 사람들이 오래 남는다.

 

어떤 작품이든 두 번 읽으면 처음 읽을 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다시 말하면, 아, 다시 읽으니 그 정도는 아닌데 왜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지? 에 가까운 경우. 한번 좋았던 부분은 언제나 당연히 좋다. 어쩐지 한번 읽고 서랍 깊은 곳에 넣어버린 책 속 기억은 애증으로 양분되어 떠오른다. 왜.

 

 

<마크드 포 라이프>를 끝내고나서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와 같은 노르웨이 작가 비외르크의 소설인 걸 알지만, 서늘한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분위기와 숲에서 여섯 살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는 파격적 설정으로 시작하는 것 치고는 읽었다는 사실조차 희미해져버린 그리 기억에 남지 않는 작품이었다. <올빼미...>를 몇 장 넘기면서 미아와 뭉크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내가 <나는...>을 지루해했던 이유는 사건을 시리즈 등장인물들과 너무 엮어놨기 때문이다. 유난히 많은 팀원과 각자 사생활 보여주기에 할애하는 지면이 가정사나 섹스는 넣어두고 계속 사건을 물고늘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비외르크의 시리즈는 좀 약하다. 확 당기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휘몰아치듯 썼다기보다 이렇게 쓰고 싶어 이렇게 계획해서 쓴다는 조심성이 느껴진다. 사실 스릴러 소설로선 좀 실패일지도. 상징적 제목은 좋은데 살인소재의 광기에 비해 뒤로 갈수록 실망스러워진다.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며 결말로 나아가지 않고 궁금증을 증발시켜버리는 식의 허무함이 다음 작품에서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우린 이미 북유럽이란 타이틀만으로는 추리소설을 집어들지 않은 지 오래다. 스티그 라르손과 헤닝 만켈, 요 네스뵈를 거치며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낯선 지명과 공기의 차가움, 사회고발적 날카로움, 광기와 불안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여기까지 글감이 바닥났다 여기고 등록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신기해서 여즉 제대로 읽지도 못하겠는 이름을 가진 작가의 작품이 떠올랐다. 북유럽이라는 키워드로 위 작가와 묶을 순 있겠지만 <부스러기들>과 <마지막 의식>에서는 소설적으로 설정된 시공간적 배경이 강해서인지 공간적 배경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부스러기들>의 공간은 배이고, 사건은 발견된 텅빈 배이다. <마지막 의식>의 소재는 북유럽 신화와 중세 기독교 역사로부터 나온다. 소설 전반에 중세 마녀사냥과 흑마술에 대한 지식이 깔린다.

 

뿌려진 흔적과 단서를 통해 1486년 도미니크회 수도사 요하네스 슈프랭거와 하인리히 크래머가 집필한 마녀사냥 지침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를 추적하는 데 성공하고, 이 책은 실제로 번역되어 있는 책이다. 주인공이 피해자쪽 변호를 맡은 토라라는 여자인 점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지만, 두 작품의 사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어서,

 

 

 

 

 

 

 

 

 

이 책들은 진지하게 읽기 시작해 끝을 봤지만 리뷰를 쓸 수 없는 혹은 쓰지 않을 책들이 되었다. 이제 그만 결별하자, 안녕. The END.

 

 

 

 

 

 

다음에 읽을 추리소설은 제프리 디버였다가 이언 랜킨이었다가. 시리즈 순서는 뒤죽박죽된 지 오래.

 

 

 

 

 

 

 

 

 

이미 다른 분야도 쫙 줄을 세워뒀다. 이 독서법은 즉흥이 매력일텐데 난 늘 차후에 읽을 열 권의 책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니 언제쯤 이 대기열이 식어들지 궁금할 뿐이다. 독서에는 반드시 끝이 있고, 그러나 시작도 있다. 진짜 안녕.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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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8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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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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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8 0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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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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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4: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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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5: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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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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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0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다 읽자마자 바로 리뷰로 기록해야 합니다. 일주일 이상 지나면 내용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서 리뷰로 기록하기 어려워요. ^^;;

아이리시스 2017-07-11 13:58   좋아요 0 | URL
다른 책도 비슷하지만 추리소설은 특히, 비슷비슷한 소재나 구성 때문에 더 휘발성이 빠르게 오는 것 같아요. 마구잡이로 읽어서 그럴지도^^;;

2017-07-11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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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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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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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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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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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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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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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2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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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열매와 체리를 먹던 지난달부터 여름은 이미 와 있었다. 이미 보름도 더 전에 복숭아와 자두를 먹기 시작했다. 여름은 이미 시작했고, 저런 제목을 쓸 필욘 없었는데, 신호탄이 필요하다. 지난 일 년 삼 개월은 노트북을 거의 켜지 않던 시간이었고 최근에서야 노트북을 켜 뭘 해보려 한다. 주로 기사 검색, 웹툰 보기, 미드 보기에서 다시 꺼지는 경우 많지만. 지난 해 늦은 봄부터 아홉 달 가까이 걸려 자격증 따고 보이는 것보다 목표한 것보다 훨씬 더 먼 꿈을 꾸었다. 좋은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삶의 인맥을 열고, 이제 몇 년 더하면 인생 절반을 함께 했다 말할 수 있을 오래 사귄 애인과 결혼하고. 그러고도 반 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안 행사에 불려다니고 원하던 시험은 문앞에서 낙방하고. 그와 동시에 평생의 분신이 될 아기가 찾아왔고, 복잡했고 어쩐지 억울했고 마음과 달리 몸은 한없이 가라앉고. 그렇게 몇 달이 더 흐르고 여전히 시간은 멈춰있고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모른다. 시간과 삶은 나를 이끌어주지 않는다.

 

북플은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가볍고 간단한 기록이라 자주 접속했지만 책을 거의 사지 않았고 하지만 읽을 책은 손길 닿는 곳 어디에나 널려 있었으며, 정기검진을 다니기 시작하고 입덧이 시작되면서 매주 가던 도서관마저 끊었다. 이 순간에도 문자로 희망도서 도착알림을 차곡차곡 넣어주는 고마운 도서관이지만 빌려와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수많은 신간들은 유독 남달랐던 애착과 지식욕을 반영하는 물질이고, 이제 그것들로 나를 온전히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짧은 시간,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리다 집중력과 열정, 두 가지 모두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둘이라 생각했던 그러나 하나였던 어떤 일만 끝내면 돌아오겠다 생각한 알라딘 블로그에 다시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 이유가 있었지만 실은 아무것도 없다. 7년이 넘도록 일상과 생각과 감정을 차곡차곡 쌓았던 보물창고를, 그렇게 잊었다.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욕심도 없었다. 이미 많은 것들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기록하므로. 그저 하던 일을 더 오래 버려둘 엄두가 나지 않을 뿐.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걸 자각했고, 흐르는 시간을 자유롭게 놓쳐버릴 용기가 없었을지도. 정신을 차려보니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며칠 후면 본격적인 여름과 함께 올해 하반기가 시작된다.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 말고, 이 시간의 결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기분은 착각이었을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두 시간 넘게 달려 수목원을 찾았는데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거다. 여름이다, 무언가를 해야겠다, 이대로 시간이 나를 통과하도록 속수무책으로 둘 수는 없다, 는 생각을 한 것이.

 

아기가 간절한 친구는 뜨개질을 배운다며 필요한 거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나는 비타민D 결핍으로 핀잔 들으며 먹거리 검색한다. 시간이 생기면 편하게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었는데, 일단 시작하면 성과를 내야하므로 여기서 뭘 더 저지르는 건 욕심 아닐까, 하지도 못할 거면서. 평정심과 건강을 지키며 간헐적으로 외국어 단어나 외우는 게 더 가치있는지도. 그러다보면 나는 결국 책 근처로 돌아오겠지. 몇 달 동안 빌려볼까 살까말까 하면서 망설이던 책들이 저녁에 온다. 오늘이 시작이면 좋겠다.

 

펼쳐볼 때마다 보잘 것 없는 서재에 대해 생각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고르고 읽고 사모으는데 어째서 심야 이동도서관에 꽂힌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숨고 싶어지는지. 더 잘 고르고 더 잘 읽고싶다. 이 책 좋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정말 좋은 책을 골라 들고 싶게 하니까. 아주 작은 시간도 너무나 사소한 선택도 다 기록되고 있다는 무언의 감시. 기분 좋은 간섭. 내 세상엔 책이 전부가 아니지만 책을 빼놓고는 내 세상을 논할 수 없을 것. 심야. 이토록 매력적이고 관능적인 시간에. 책.

 

 

이 책이 일종의 메타텍스트로 사용하고 있는 마르케스의 <미로 속의 장군>을 당장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에 책을 읽어나가며 버거운 순간들이 있긴 했다. 심지어 마르케스의 저 작품을 실제로 읽더라도 흥미와 매력을 제대로 느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잊을 만하면 나오는 <미로 속의 장군> 줄거리와 인용문은 충분히 이 책을 덮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진지한 대만의 독서가가 들려주는 독서讀書라는 행위에 대한 깊고 폭넓은 사유가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란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얕게는 (본인이) 책을 고르는 법과 읽는 법, 감상과 글쓰기에서 깊게는 각종 사유로 뻗어나가는 내용도 그렇지만, 이 시대 독서와 책 읽기, 책이라는 자체에 대해 이토록 담담하면서도 진지하고 신랄하게 적어나가는 사람이라니, 부러웠다. 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편이 아니라 도중에 찾는 사람이라서. 사실 확신에 차 있는 듯 보이던 사람들도 정작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자신의 견고함을 다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금 나아졌다. 무엇이. 어쩌면 영원히 원하는 확신을 쥘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행위라는 것. 그래서 조금 더 기분이 나아지는 것. 하면 행복한 일들. 되찾기를. 

 

그리고 언젠가, 읽어낸 모든 책은 버려지기를. 숨겨진, 글로 쓴 모든 순간이 지나가기를. 좋았던 추억이 슬픔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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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6-2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그렇지 않아도 오늘 북풀에서 아이님 흔적보고
그 생각 잠시 했거든요. 늦었지만 축하해요.
예정일은 언젠가요? 가을쯤...?
암튼 모쪼록 건강했다가 순산하길 바래요. 힘내구요.
왠지 너무 차분합니다.ㅋ

아이리시스 2017-06-29 23:4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한테 낮에 북플 댓글 달고 이것도 쓰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나고 마음도 정리돼서 포스팅 올리고 싶던 차에 댓글이 와서 깜짝 놀랐고요. 아기는 올해를 꽉 채워야 태어납니다.마지막달에 태어날지도.. 고맙고 감사하고 또 사실 저는 그다지 오랜만 아니라서.. 뭔가 차분히 쓰고 읽고 하는 것만 오랜만이지 항상 여기 있던 느낌이라서.. 제 글은 저와 달리 언제나 차분했어요! ^__________^

cyrus 2017-06-2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활동이 너무 뜸해서 섭섭했습니다. 그래도 근황을 접하게 되니 정말 반갑고, 한편으로는 기분이 묘합니다. 아이리시스님을 처음 만났던 날에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기억도 안 나요. 아무튼 결혼, 임신 소식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셔야 되요. ^^

아이리시스 2017-06-29 23:49   좋아요 0 | URL
cyrus님도요. 한쪽이라도 늘 같은 자리에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거죠. 놀랍게도. 신기하게도. 저도 우리가 첨 만났던 날에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기억 안 나요. 첨이란 다 그런거죠. 늘 한결같은 모습, 힘이 많이 됩니다. 또 봐요, 생각보다 더 자주. :)

2017-06-29 2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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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9 2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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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6-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오랜만이다, 생각하고 왔더니 새로운 소식이 차곡차곡 많이도 쌓였네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읽고 쓰기가 다시금 찾아들어 힘을 주기를 바랍니다 :)

아이리시스 2017-06-30 00:04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에요, 다락방님. 저도 늘 변함없이 같은 자리 지켜주는 다락방님이 고마워요. 만약 제가 없을때도 이곳을 지켜준 분들이 없었다면 제가 돌아온 것도 별 의미가 없었겠죠. 제 시작도요. 어느 정도의 읽기가 뒷받침이 되어야 쓰기도 할 텐데 결심처럼 잘 될지, 많이 기록하고 또 얘기 나누고 싶어요. 더워도 힘내자구요! :)

2017-07-08 0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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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4: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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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9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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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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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15: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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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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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됐으니 새 책을 담아볼까 :)

 

 


15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주키퍼스 와이프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7년 09월 22일에 저장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7년 09월 15일에 저장
구판절판
우린 노예시대 흑인의 저항이 어떻게 끝날지 뻔히 알고있다. 대부분의 흑인노예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탈출 혹은 패배의 이야기가 되는 건 이 때문이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는 소재는 황홀했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였으며 이 소설의 별난점이지만 소설의 방향은 그대로였다. 서술이 좋고 문체가 빛나서 좀 더 좋은 작품이 된 것 같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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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당장 엄마를 보고싶게 했다. 엄마가 생각보다 훨씬 여리고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친절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아무리 멀리가도 결국은 엄마 곁을 맴돌게 될 거라는 걸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 그 누구의 삶보다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삶을 계획해온 날들. 그날들이 모여 나는 내가 되었다. 나를 나로 만든 건 엄마가 유일하다. 언젠가 내 엄마의 삶을 당신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루시 골트 이야기
윌리엄 트레버, 정영목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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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트레버의 매력을 아직까진 모르겠다. 잔잔한데 뜨거웠다, 그게 다이긴 한데, 좀 더 말해보자면, 그리움과 화해와 용서는 늦으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는 확인이다. 그래 그거. 길을 잃는 것의 의미를 너무 국한시켜 살아오지 않았나 싶었다. 조금 막막하고 무섭고 또 다행이고. 팔십 년을 기다려 처음으로 돌아오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조각으로 남는 삶. 이제 조금 알겠는데 그걸 말해주고 싶은 이는 대부분 곁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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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책은 왜 이렇게 쏟아지고 또 나는 어쩜 이렇게 게으른가. 세상은 언제나 내 안엔 없다.


7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12월 22일에 저장

속초에서의 겨울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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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세상
톰 프랭클린.베스 앤 퍼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2016년 12월 22일에 저장
절판

칼 세이건의 말-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한 인터뷰
칼 세이건 지음, 김명남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2월
17,500원 → 15,750원(10%할인) / 마일리지 8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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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1일에 저장

칼 세이건이 좋은건지 우주가 좋은건지. 칼 세이건의 문체가 아름다운건지, 칼 세이건의 생각이 매력적인건지. <코스모스>를 필사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그러면 전부를 삼킬 수 있을 것 같았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정말 좋은 일들은 해버리는 것보다 조금씩 아껴두는 것도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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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아니라 욕실이겠지? 집 넓고 자기 공간이 큰 사람들이 욕조에서 와인 마시며 음악 듣는다는 건 잘 알지만(뭔들 못할까?) 벽걸이 시디플레이어를 설치하고 캐롤 ost를 듣는 이제훈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일부러 다이얼식 전화라니, 버튼식 유선전화는 우리집에도 있지만. 남의 취향에 관심 갖는 거 잉여스러울 때가 많지만(대개 감놔라 배놔라 하고 싶어하니까) 재미있게 보던 <치즈 인 더 트랩>이 분노 유발로 방향을 틀며 끝나기에 삼일절에 다시 <시그널>에 버닝한 후 그동안 쟨 왜 저러고 사나, 뭘 위해 살지? 싶던 해영의 사정이 나오며 완전 좋아져서 금요일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도달한 <씨네21> 1044호. 너는 왜 티븨드라마로 표지모델이 됐니, 땡큐. 하면서 또 생각한다. 그 힘든 상황에 어떻게 그렇게 잘 컸니? 시니컬하긴 했지만 나빴던 적은 없잖아. 어쨌든 지금은 불의에 분노하고 타인(범죄자일지라도)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그런 남자가 됐잖아.

 

 

 

나는 가끔은 비싼 향초, 자주 싸구려 향초를 켜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고 온갖 형광펜과 색연필을 총동원하여 정성들여 다이어리를 쓴다. 읽은 책에 하트 스티커를 붙이고 간혹 책도장을 찍는다. 중고샵에 내놓을 때 값 떨어질까봐 최근엔 책 훼손을 조금 고민하게 됐다. 인생 끝까지 들고가야 할 책 많지 않은 것 같거든.

 

 

 

자주 간절곶에 간다. 구룡포항과 강구항을 좋아하지만 7번국도는 너무 멀다. 뉘엿뉘엿할 즈음이면 더 좋고 사실 화창한 봄날에도 좋고 아주 추운 겨울날에도 좋다. 어느 순간 카페와 레스토랑이 너무 많이 생겨서 예전처럼 고요하고 한가로운 분위기는 찾을 수 없게 됐지만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바다 덕인지 매력을 완전히 잃진 않았다. 낭만과 소요를 동시에 느끼면 평온해진다. 오랫동안 선적과 하역이 이뤄지는 부둣가 동네에 산다. 부둣가 낚시꾼들과 방파제와 수출입 현장의 분주함 가까이서 어린시절을 보내다보니 세상에서 제일 잔혹한 바다는 해운대. 아침마다 미어터지는 지하철에 실려 센텀으로 출근할 땐 미칠 것 같았다. 광안리, 해운대, 송정, 일광, 태종대, 기장, 다대포, 송도까지 바다 순례는 매번 많이도 한다. 바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우리가 바다를 버리면 대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산의 매력을 잘 알진 못하지만 바다의 매력은 밤새워 얘기할 수 있다. 섬은 로망으로 충분하다. 제주까지 갈 것도 없이 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정말 살고 싶은 동네가 많이 나온다. 바닷가 마을에서 사는 건 아직 좀 많이 두렵기는 하지만.

 

 

 

겨울엔 눈꽃 트래킹이 그렇게 좋더니 기온이 바뀌니 금방 봄이 올 것 같아 이렇게 신이날 수가 없다. 산 아래 계곡, 푸른 바람 아래 살려면 꽃은 핑크나 퍼플이 제격이겠지? 푸릇푸릇/ 울긋불긋. 사진 한 장으로 잊고 있던 봄이 되살아난다. 저 예쁜 풍광을 지나 외길로 굽이굽이 산을 오르던 캠핑장 가고오는 길. 한적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네에 봄은 더 빨리 찾아오는 것 같았다.

 

 

 

둘이 가는 캠핑에서 독서는 좀 버거운 일이다. 텐트치기도 밥도 설거지도 간식준비도 술상차리기도 나는 거의 하는 게 없지만 둘이 있는데 하나가 책에 빠지면 하나는 외톨이가 되니까. 그렇다고 여러 명 가면? 독서할 일이 있을까? 여기선 해지면 어두워서 책 못 읽는다. 겨울밤 난로 피워놓고 마쉬멜로 구워 먹으며 침낭에 들어가 영화보는 건 행복 그자체다. 온도는 후끈하고 바깥공기는 차갑고 어둠과 밤과 자연 그리고 나는 하나. 이게 다 취향 때문. 밀크티도 좋고 율무차도 좋다. 책을 한가득 빌려 나오면서 도서관 한켠 자판기에서 한 잔 뽑아마시는 밀크티나 율무차는 소소한 행복의 최선. 아직도 금요일이 아니구나. 아, 이번호에 실린 과학자 5인방 기획기사 중에 서민 교수님도 계신다. 『기생수』를 비롯한 몇 개의 텍스트를 소개한다.

 

 

 

 

 

 

 

 

 

 

 

 

 

 

 

 

 

<사울의 아들>은 상영이 끝나기 전에 <쇼아>랑 같이 보고 싶다. 『한 혁명가의 회고록』이 정말 아프면서도 재미있다. 기억해야 한다, 이름 없는 자의 이기지 못한 혁명이 어떤 것이었는지. 묵직한 것들이 자꾸 차올라서 뜨거움이 그리워지는 겨울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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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3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4 0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5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6-03-1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그널이 끝나서 정말 슬픕니다. 정말입니다. 어서 시즌2를 하란 말이다....라고 박해영의 위 사진을 보며 쓸데없는 푸념을..그래도 나는 박해영보다는 이재한을 더 사..아니 좋아합니다.^^

아이리시스 2016-03-15 11:45   좋아요 0 | URL
촘촘하다가 막판에 뭔가 나사가 풀려버려서 드라마란.. 이런 생각했지만 결말도 나쁘지 않았어요. 슬픕니다.. 돈 들여 배우를 키우는게 아니라 돈들여 작가를 키워야하는데... 당연히 이재한형사님이 더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