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맨 나중에 설명하다 지친 깊은 밤중에_

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책으로 가는 길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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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허무,절망,폐허,죽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경건하고 기품있게 써내려간 사람, 으로 기억되겠지만 에밀 시오랑의 단아하면서 핵심만 찌르는 문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의미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 살 날이 매우 많고, 경험이 부족하고, 절망은 보잘것없고, 고독은 미궁이다. 언젠가 가장 어둡고 복잡한 날들에, 가장 어둡고 복잡한 미로 속에서 차라리 머물라는 에밀 시오랑의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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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탁월한 (교양)철학자로 단연 독보적인 강신주의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를 이런 형태로 끌려가듯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강신주를 연달아 읽으며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철학자를 다루는 책만 읽어야겠다. |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8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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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함에 질식할 수도 있고 아름다움에 눈멀 수도 있다. 홀가분해지고 싶지 않다. 가장 뜨겁고 쓴 차를 한 잔 만들어 착 가라앉은 마음이 점점 더 가라앉을 때까지 홀로 독일 거리를 거닐었다. 섬세하고 절제된 슬픔이 문을 두드리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시절의 숨겨진 이야기를 이름없는 너에게 들려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발트는 카뮈와는 다른 방식으로 서글프고 독자적으로 탁월하다. 항구, 사막, 굴뚝, 묘지, 치솟은 탑, 초원, 호수, 기슭 앞에 나는 몇번이나 무너졌던가. 그 불빛들 앞에 얼만큼 마음을 빼앗겼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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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고전 개괄서가 사실 처음은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다.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진 동양 고전에 자연스럽게 관심 가도록 하는 쉬우면서 알찬 책이다. 인간, 사회, 우주라는 삼각형으로 본 동양 철학을 짧고 굵게 전달하고 있다. 일상과 어우러진 설명과 설명을 돕기 위한 서양 철학자 등장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독서의지를 높여준다. 간단한 발췌가 이토록 재밌다니, 다음에 나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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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읽은 책인데,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살걸 그랬다, 이제 다 읽었는데 어쩌지. 지금껏 다 읽어버린 책을 샀던 기억은 없다,어쩌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모든 예술가들이 다 나온다. 멋진 사람들은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멋진 주관을 갖고 알맞은 온도에 맞춰 제삶을 살았다, 때때로 슬프거나 가혹하기도 했지만. 나는 자칭 예술애호가라고 말해왔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정말 그런것같다,별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삶이 버무려지면서 내 길이 열리는 느낌. 자기계발서같지만,그렇다고생각할수도있지만,물론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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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을 거치는 풍경과 예술과 음식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 단아하면서 다채로운 통영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음식에 대한 도전도 별로, 항구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바다에서 난 재료로 만든 음식을 거의 못먹는(미역국만!) 나는, 통영의 예술가들, 백석, 박경리, 이중섭이 더 기억에 남는다. 바다내음이 물씬 끼쳐온다. 더없이 반짝이는 투명한 코발트 블루가 눈앞에 펼쳐진다. 맛있는 통영으로, 지금 통영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하늘과 바다와 사람 마음이 같은 빛깔일것만 같은 통영은 맛있다, 같은 이름 다른 의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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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거 더운거배고픈거잠오는거등등보다 싫어하는데 북극곰,툰드라,빙하,순록,얼음,눈,북극여우,북극고래,고립,소외,백야같은단어들에는 이상하게 가슴이 뛰곤 했다. 지금으로부터는 좀 오래된 경험담이지만 두 북극여행자들로 인해 새로운 북극을 꿈꾼다. 알래스카,스발바르,후사비크,라플란드등등 그곳은 북위66.5도. <설국>의 문장도 담는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아, 환경 또 환경. 생명체. 날것의 삶. 모든것이 눈물겹도록 슬프면서 아름답다. |
 | 천사의 게임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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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의 게임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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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의 조합. 한번 들어간 미로는 돌아나올 수 없거나 나오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세계. [˝정말로 글을 쓰는데 전념하고 싶다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네 작품을 읽히고 싶다면, 종종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고 욕하고 경멸하고 심지어 거의 언제나 네게 무관심을 보이더라도, 그것에 익숙해져야만 해. 그게 바로 이 일이 갖는 장점 중의 하나야.˝]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어. 어두운 그림자, 영혼과 마음의 끝, 능력의 한계, 영원한 사랑, 불가능한 아름다움. 믿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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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한몫 거들었겠지. 언젠가 TV 다큐에서 본 사할린 동포들의 갑작스레 배척되어버린 끔찍함이 뭉클하면서도 오래 아팠다. 삶 전반으로부터 흘러나와 고착되어버린 의식과 제도의 문제였으므로 개인적 차원으로도 국가적 차원으로도 단숨에 해결할 길이 없는 사연이. 모두가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모습인 디아스포라들의 형태가 존재로서 내뱉을 수 있는 온갖 비명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술렁이지 말자. 그저 존재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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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별로였다가 읽을수록 점점 재밌어진다. 명확한 문장으로 구축하는 세계가 힘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거꾸로 읽는 세계사], [청춘의 독서]처럼 본인이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들려줄 때 더 멋진 사람.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방향제시로는 부담없이 유익하지만 두고두고 볼 책은 아니고 분석할 책도 아니고 시류에 가까운 준비론에 가까운 물음이다. 좀 더 깊고 한정된 새로운 지식소매상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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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문학은 내가 만든 세상의 틀 안에서 스스로 창조하고 해석하며 읽는 게 더 낫다. 널리 알려진 작품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바람직하고 성실하다. 정석처럼 너무 단정하고 단단해서 답답한 사람과 마주앉아 억지로 견디는 소개팅 자리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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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이 땅바닥에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여자한테는 달콤한 말을 쉼없이 쏟아내는 그 자식이 다르게 보였겠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거니까. [결혼의 여신]에서 3년 사귄 재벌2세 김지훈이 파혼을 선언하고 잠수탔다가 제주에서 한 남자를 사랑하고 돌아온 남상미에게 덧붙이며 평생 너만 바라보며 개처럼 살게, 프로포즈했을 때 나는 하루키를 읽고 있었던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로 만나선 안되고 만나더라도 피해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색채를 가졌다.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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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한없이 좋다는 평만 보았다. 골고루 정말 두루두루 유익한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동양철학에 대한 숭숭뚫린 구멍만 확인했을 뿐이다. 다른 부분들은 쏙쏙 들어온다. 공자, 맹자, 장자도 좋았다. 최근, 진시황의 진나라에 매력을 느낀 참이었다. 걸러 듣기만해서 그런지 덮고나자 무슨 책으로 동양철학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지, 초점과 기준을 놓쳐버렸다. 그래도 출판시장의 빈틈을 파고든 유익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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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이해하게 되진 않았지만 어째서 남자와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 삶의 의미나 가치는 자기 자신에게만 두어야 한다. 적어도 세상의 뿌리는 타인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혼란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는 참 많이 다른 존재지만, 그 차이가 구타, 학대, 강간을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문제는 세대와 시대를 넘어선 인류 보편의 고민거리이기도 한 것 같다. 사연과 이론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책이지만 흥미롭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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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이지만 소화시키기에는 텍스트와 담론의 수준이 나를 넘어선다. 역사, 철학,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짐작 이상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인용과 발췌, 주석과 참고문헌이 어마한데도 이상하게 그게 더 좋고, 구절구절에 더 가슴이 뛴다, 언젠가는 소화될 이야기의 이야기이니까. 헤로도토스, 호메로스, 랑케, E.H.카, 브로델, 부르크하르트, 니체, 사이드, 토인비, 아렌트, 재레드 다이아몬드부터 역사방법론까지 다양한 상식과 진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좋다, 언젠가 다시 정독할, 읽을 책들을 쌓게 만든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