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로다 효녀로다 - 심청 이야기 The Collection
김복태 글.그림 / 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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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심청가의 노랫말을 이야기의 바탕으로 쓴, 심청이야기 효녀로다 효녀로다

다양한 버전의 책이 있겠지만 참 예쁜(?) 그림책이다.

민화인듯, 만화인듯 한 그림과, 두드러지는 배경색, 

그 속에서 형광핑크와 핫핑크의 중간색(이런 색을 뭐라 불러야 할까?)쯤 되는

심청이의 치마폭이 눈에 띄는 표지다.


기본 이야기의 흐름은 심청이야기처럼 태어나자마자 어미 잃고, 젖동냥하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어느 장면에서건 표지에서 본 분홍색을 따라가면 심청이를 찾을 수 있다.

참 예쁜 색인데 카메라가 잡아주질 못하네...


등따시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수양딸 제안에도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거절한 심청이

공양미 삼백석에 뱃사람들에게 팔려가는 심청이.

아이들은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어려워 하지만, 따로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몇번이고 읽다 보면 저절로 느끼는게 있지 않을까 싶다.

효라는 것이 강요한다고, 주입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테니까.



 

읽어줄 때 아이들 모두 숨을 멈추고 긴장했던 장면.

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

푸른 바다가 아니라 검은 바다라서 더 무섭고 극적ㅇ다.



바다에 빠진 심청이, 꽃가마 타고 용궁으로 간다.

피식 웃음이 난다.

꽃가마를 지는 것도 작은 상궁들인게 재미있다.

자라 등에 탄 토끼 같이 그림속에 다른 옛이야기를 발견하는 깨알재미도 숨어있다.


바다에 등장한 커다란 연꽃.

그걸 발견한 뱃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익살스럽다.


 


인당수 장면 다음으로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 장면은 연꽃속에서 나오는 심청이 장면이다.

플랩으로 구성해서 한참을 접었다 펼쳤다 하며 본다.

"어디 보자 청아~~~~"

사실, 심청가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두 눈을 번쩍 뜨는구나! 하면서 이야기가 뚝 끊겨서 순간 당황스럽다.

아이들은 아직 이 순간이 절정이라는 것을 못느끼는 것 같다.


 

 

여러 옛이야기를 접해봤지만 심청이야기는 처음이다.

그걸 예쁜 그림책으로 접해본 건 참 다행이다.

심청가를 부르는 소리꾼처럼 읽어줘야 제맛일터인데 내공이 아직 부족하다.

대신 심청가를 찾아서 들려주고 있다.

주요 스토리 진행상의 그림은 이해하겠는데, 그림 속 숨겨놓은 은유들이 참 많은 것 같아

쉽게 넘겨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놓치는게 너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와의 대화" 기회가 있으면 꼭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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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경궁에 동물원이 생겼을까? - 순종 황제 vs 이토 히로부미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1
허균 지음, 고영미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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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보다 창경원이 더 익숙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가본 적이 있었나? 그랬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왜 창경궁에 동물원이 생겼을까?>를 들여다 보면

아픈 역사와 함께 수난을 겪었던 창경궁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이토 히로부미를 상대론 낸 명예훼손 및 궁궐파괴에 대한 소송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에 맞서 이토 히로부미는 창경궁 개방은 순종황제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나아가 조선 국민을 위한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증인들 뿐만 아니라 방청객들의 대화를 통해 각자의 입장대로 본 창경궁 개방에 대한 의견과 배경을 설명한다.

법정드라마라서 좀 딱딱한 어휘들이 있긴 하지만, 직접 설명보다 들려주는 듯 한 이야기 구성이라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재판은 3일간 이어진다.

첫째날, "창경궁은 언제, 왜 지어졌을까" 에서는 창경궁의 건립 배경과 임진왜란을 거쳐 소실, 복원되었다가 창경궁으로 변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둘째날, "왜 창경원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에서는 창경궁 내의 동물원, 식물원을 바라보는 원고 순종과 피고 이토 히로부미 각자의 입장을 듣고,

세째날, "궁궐로서 권위를 잃은 창경궁" 에서는 창경원 개방에 대한 찬반의견과, 창경궁 복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창경궁을 중심으로 한 궁궐과 조선시대 석탑에 대한 지식정보도 간략히 얻을 수 있다.

제목을 보고 아들녀석이 창경궁에 동물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듯 물어봤다.

아....역사라는게 제대로 기록하고, 전달하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는 거구나 새삼 느꼈다.

창경궁 복원까지는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율곡로 복원사업은 이 책을 통해서 관심갖게 되었다.

아이들 책이라고는 하지만, 책은 무엇이든 얻는게 있다.


마지막 판결은 물론 예상가능하다.

그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당시 시대상과 배경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창경궁의 구조, 전각의 배치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는데

창경궁 구조에 대한 그림이나 사진 같은 자료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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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뿅뿅 춤추는 카멜레온
김성재 그림, 박종진 글 / 키즈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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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어디 가세요?

여보세요, 여기예요, 여기!

표지를 보는데 어릴적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두더지 오락기에서 매일같이 유혹하던 그 목소리가 떠오른다.

때론 스트레스를 풀 기도 하고, 때론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쌓이게 했던 그 두더지 녀석들.


작가는 그걸 두더지 가족으로 표현했다.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들의 표정이 살아있다.

숲속 오락실에 놀러온 고릴라,

두더지 오락기에 동전을 넣자 아빠가 누구지~?

고릴라가 뿅망치를 내리치려 하자, 엄마가 나 여기 있다~

고릴라가 뿅망치로 때리려고 할 때 마다, 누나, 형, 삼촌,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 등 두더지 가족 모두 출동한다.

그러나 막내는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다.

막내가 구멍 속에서 본 고릴라의 표정이 무시무시하고 실감난다.

좁은 곳에서 이런 표정을 대면하고 있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막내 두더지가 잡히기 직전, 두더지 가족이 모두 함께 튀어나오고

놀란 고릴라는 허둥지둥 도망간다.





 

숲속 오락실엔 용감한 두더지 가족이 산다!

가족이 뭉치면 무서울 게 없다!

클레이아트를 해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동전을 넣고도 게임을 제대로 못한 고릴라가 불쌍해 보이는 건 어른의 눈으로 본 나 뿐이었다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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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도전은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을까? - 정도전 vs 이방원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22
문철영 지음, 배연오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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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22, 정도전 vs 이방원편.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인물, 정도전.

역사(조선왕조실록)은 그를 이념을 위해 스승과 친구를 배반한 인물로 기록되고,

이방원에 의한 죽음이 억울해서 정도전은 이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고려말, 조선초 정도전이 활동한 시기의 한국사와 세계사 연표 및 정도전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당시 상황을 큰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다.


실제 역사속 등장인물과 역사공화국 가상인물이 함께 등장한다.

캐릭터 및 짧은 소개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짐작해 볼 수 있으며,

어려운 용어나 교과서 해설은 따로 주석을 달아서 초등중학년 정도면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

유명한 하여가, 단심가를 비롯한 여러작품들과 어록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

역사의 흐름 뿐 아니라 문학작품을 시대상을 이해하면서 감상할 수 있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정도전의 생애와 사상, 업적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반대 세력이었던 이방원의 입장에서 정도전을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어,

역사의 한 단편이 아닌 여러 시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역사공화국>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정도전의 평가에 대한 억울한 누명을 벗기겠다고 이방원을 상대로 낸 소송이야기지만,

드라마의 역할이 커서일까? 지금은 정도전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뿐만 아니라 이방원의 과오는 분명 있지만, 업적 또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책에서 언급은 되어 있으나, 이방원의 일방적 주장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양측 다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수단은 그 목적을 정당화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책에서는 정도전의 손을 들어준다. (정도전이 주인공이니까 ㅋ)

깊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당시의 시대상과 정도전, 이방원의 대립구도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에서 소개해 준 평택의 정도전 사당 문헌사와 삼봉기념관은 꼭 들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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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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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녀가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읽고 싶으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지 않는 책이었다.
내용을 알았더라면 더더욱 손이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소설책을 읽고 힘들기는 참 오랜만이다.

어제는 잠까지 설쳤더랬다.

그래도 뭔가 기록을 해 놓아야 할 것 같아 책 내용을 다시 상기해보는데 여전히 힘들다.

남 얘기하듯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들.
금방 읽어낼 수 있는 분량이었음에도 책장을 넘기다 말고 심호흡을 몇번씩 해야 했다.

뭔가 알 수 없은 울컥함이 밀려온다.

단지 그날의 일부, 글만 읽었을 뿐인데도 이런데 그때 그곳의 사람들은 오죽할까.

방사능 피폭과 같다는 표현이 와닿는다.

고기가 익어가는 걸 참지 못하고 머리가 달린 생선도 먹지 못하는 은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날 불판에 고기를 구워 처먹었다. 맛있게도. 젠장.


그때 난 너무 어려서 몰랐다.  국풍81이라는 행사에 좋아라 놀아났던 기억만 어슴푸레 난다.

그리고 철이 들 나이쯤에는 관심에 없었다.

읽는 내내, 모르고 살아서 모른척 살아서 죄송하다고 누군가에게 사죄해야만 할 것 같았다.


작가는 어떻게 이리 상세하게 알 수 있었을까?

경험하지 않고는 쓰지 못할 것 같은 내용들이라 궁금했다.

70년생, 광주출생.

아....그랬구나. 그래서였구나...했는데 에필로그를 읽어보고 그건 아니란 걸 알았다.

글 쓴 한강도 힘이 많이 들었겠구나, 작가의 힘이란 위대하구나 싶다.

분명 읽기 힘들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소년이 온다>에 대해 한 말이,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한마디로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읽으면서 어쩐지 지금의 시국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끝은 <소년이 온다>의 동호와 같지 않기를 바라며, 그럴거라,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믿고 싶다.


 

p. 57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p. 89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피하고 싶었다.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둔감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더 두려웠다.
입을 벌리고 몸에 구멍이 뚫린 채, 반투명한 창자를 쏟아내며 숨이 끊어지고 싶지 않았다.

p. 95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이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자자는 말한다.
(...)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 9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 207 (에필로그)
그 경험은 방사능 피폭과 비슷해요,라고 고문 생존자가 말하는 인터뷰를 읽었다.
뼈와 근육에 침찬된 방사성 물질이 수십년간 몸 속에 머무르며 염색체를 변형시키다.
세포를 암으로 만들어 생명을 공격한다.
피폭된 자가 죽는다 해도, 몸을 태워 벼만 남긴다 해도 그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여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숙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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