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시작하고서 관련 책이 있나 뒤적이다 골랐다.

세 아이들 그것도 나와 비슷한 중학생과 초등 6학년 쌍둥이들을 데리고 자전거까지 국토종주까지 한 이야기이다.

동기부여 면에서는 좋지만 자전거와 관련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한 번쯤, 정말 한 번쯤 자전거 국토종주를 해보고 싶게 만든다.

값비싼 자전거나 다른 장비들도 필요 없었다.

용기가 필요할 뿐.

저자의 아이들은 이 경험이 평생 두고두고 큰 자산이 되겠지?

부럽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해봤을까?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의 계획은 따릉이로 이동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였는데

이 책을 읽고는 목표가 좀 더 커졌다.

아직도 안장통에 시달리지만 견딜 수 있는 라이딩 시간은 점점 늘고 있다.

체력을 더 키워서 나도 국토종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내게 안장통은 극복하기 어려운 것인지, 나는 라이딩을 오래 할 몸은 아닌가라는 생각 사이에서 매번 갈등하게 된다.

그래도 도전은 해 보자.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꾸준하게 집중하고 멈추지 않는 사람인 것까지 자전거와 인생은 닮았다.

p.197


저자의 말대로, 꾸준하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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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영혼들은 그래도 자기가 주인을 잃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보통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의사의 진단은 얀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그럼 제가 제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말씀입니까?"

현명한 의사가 대답했습니다.

"영혼이 움직이는 속도가 육체보다 아주 느리기 때문이에요. 영혼은 아주 먼 옛날, 우주 대폭발 직후에 생겨났어요.
당시엔 우주가 이렇게 빨리 돌아가지는 않았어요. 그땐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볼 수 있었죠. 환자분은 자기만의 어떤 장소를 찾아 편안히 앉아서 영혼을 기다려야 합니다. 분명히 환자분이 이삼 년 전쯤 갔던 곳에 환자분의 영혼이 있을 거예요. 기다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요. 제가 드릴 다른 약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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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하다는 론 뮤익 전시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다 하던데 평일 오전 10시 반 입장해서 그런지 관람에 방해가 될 정도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도슨트는 11시에 있었긴 한데,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했다.

김영하 작가의 차분한 음성이 듣기 좋았으나, 생각보다 짧았다.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1

1~3명 단위로 도슨트 하는 그룹이 있어 궁금했는데 까르띠에 VIP라는 얘길 들었다.

부럽네.


전시실 입장하면 한켠에 전시해설이 비치되어 있다.

관람 후 나중에 읽어봤는데 오디오 가이드 내용의 축약판이다.

MMCA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리플릿을 한 장으로 편집한 것이다.


<마스크 II>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한 이 작품의 제목이 얼굴이나 자화상이 아닌 마스크인 것은 작품을 뒤에서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볼 수 없는 나의 잠든 얼굴이 궁금해진다.


<나뭇가지를 든 여인>

으랏차차, 힘을 내!

무거운 저 나뭇가지는 삶의 무게이던가.

버티고 있는 모습이, 어쩌면 내 지난날과 닮아 있지 않은가.

그 순간,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다.


<침대에서>

어? 이 작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을 한참 더듬어 사진첩을 뒤져 본 결과, 2017년 8월, 서울시립미술관 까르띠에전에서 봤었더라는.

그땐 작가의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각인되었네.

이 작품 앞에서는 인증샷 시그니처 포즈가 있다는데 그건 못 찍었다.

난 저 이불 밑이 왜 그렇게 궁금하지? ^^;;

작가의 작품 제작 과정을 보면 보이지 않는 곳도 제대로 만들던데, 이 작품에 대한 내용은 없어 궁금했다.

이불의 주름마저도 작가가 의도한 것일 텐데 전시 때마다 저걸 어떻게 똑같이 표현할까 싶어 지난번 전시 때 찍어놓은 사진과 비교해 봤는데 같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답은 아직 모름.


<치킨 맨>

뭔가 소동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 긴장감이 느껴진다.

저들이 왜 저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지, 작가는 왜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었는지도 궁금하다.


<젊은 연인>

좀 어려 보이는 커플, 딱 아들이 생각났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커플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게 아니다.

슬프기까지 해 보이는 표정과 뒤에서 잡은 손목이 불편한 상황이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유령>

작품 설명에서 사춘기 소녀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어색함과 수줍음이라는 해설도 나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왜 다 슬프게만 보이지?


<쇼핑하는 여인>

슬프고 또 슬펐던 작품.

두 손 가득한 짐, 어쩌면 아기까지도 삶의 무게인 것 같고,

코트를 입었으니 날씨는 제법 쌀쌀할 텐데 발목을 드러낸 바지를 입혀서 추워 보였다.

그래서 또 슬퍼.

아이는 엄마의 시선을 갈망하는데 엄마는 퀭한 눈으로 다른 곳을 응시한다.

나도 아이들의 눈길을 피하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살짝 보여주는데 코트 안쪽 아기띠에 안긴 아기까지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매스>

코너를 돌아 이 작품을 마주하자마자 작은 탄성이 나온다.

백 개의 두개골,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고 한다.

껍데기를 벗기면 인간은 다 똑같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여기부터는 6전시실이다.

전시실 조도도 달라졌다.

<배를 탄 남자>

나체인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하고 있는 걸까?

조난을 당한 것 같은 고생한 흔적도 없고, 물 위에서의 뱃놀이를 즐기는 유유자적한 모습도 아니다.

이 상황이 있기 전 스토리도, 이후 어떻게 저기에서 나올지도 궁금하다.


<어두운 장소>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대기 줄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오롯이 나만 작품과 정면으로 마주하여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무섭기도 하고, 어둠 속에 얼굴만 둥둥 떠있는 것 같아 어지럽기도 하다.

나는 백설 공주에 나오는 요술거울이 생각났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너?


고티에 드블롱드는 론 뮤익의 작업을 유일하게 기록한 작가라고 한다.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틸 라이프>와 <치킨/맨> 두 다큐를 볼 수 있다.

음성은 거의 나오지 않는데도 꽤 시간 동안 집중하면서 보게 된다.

이런 것도 조각이라고 하는 건가?

궁금했던 작업과정을 보니 조금 이해되기도 한다.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영상 관람에 있지 싶었다.

전시실 밖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는.


전시실을 나오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따로 "교육"이 있는 게 아니고 전시를 본 후 연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데

이게 진짜이지 싶다.

자신에게 질문해 보는 시간, 이 기획 너무 좋잖아!

나미애 교수의 추천작품이다.

5,6월 순차적으로 소개된다고 하니 다음 달에는 다른 작품일 수도 있겠고, 그것도 궁금하다.


추천 목록과 함께 그림책도 준비되어 있어 더 좋았다.

특히 아주 오래전 너무너무 좋았던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의 최혜진 작가가 각 키워드별로 그림책을 추천했다.

안 봐도 벌써 좋을 것 같은 예감.


<인생서점> 그림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연약함과 취약함


>> 고독


>> 현실과 비현실


>> 일상의 깊이


>> 친숙한 낯섦


>> 삶의 무게


>> 응시: 바라보는 방식


>> 삶과 죽음


이 중에서 <바위와 소녀> 한 권을 읽었다.

론 뮤익의 <나뭇가지를 든 여인>과 표지 그림이 닮았다.

호기심에 들춰봤다가 아... 너무 슬퍼.


물론 나는 이 작품에서 슬픔보다는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의 씩씩함을 생각했지만.


좀 더 시간이 허락했다면,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더 오래 곱씹어 읽고 싶었다.

삶의 무게보다는 본능에 충실해져야 해서 목록만 참고하고 도서관 찬스를 이용하기로.


<인생극장>에 손바닥시 써보기 양식도 제공되었는데

이 또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싶어 일단 가져만 왔다.

나태주 시인과 나민애 교수의 친필을 확인하니 떨렸다.

나도 꼭 써봐야지.


https://youtu.be/crH3uwTDE7M?si=6fhEKwG_E7g0aHcZ

도록은 구입하지 않았다.

MMCA 유튜브 채널에 있는 전시해설은 볼만하다.


론 뮤익의 작품을 보면 볼수록 다 어둡고 슬프다.

보면 볼수록 힘들기도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비극의 보편성"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서 얻는 위로, 그래서 이 전시가 인기가 있나 보다.


+



https://still-life.kr/#

<인생극장> 안내문에 있던 QR코드를 찍어봤더니 심오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나와 인생, 삶과 죽음, 고독 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다.

한번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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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06-14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실적이라 무서워요😭 직접 보면 강렬할거 같아요

딸기홀릭 2025-06-14 22:50   좋아요 1 | URL
직접 보면 신기해요 정말 사실적이거든요
작가가 특수분장을 했었다네요
 

행동경제학에는 현상유지 편향이라는 이론이 있다. 진보와 보수의 길이 눈앞에 놓여 있을 때 인간은 대체적으로 보수의 길을 선택한다는 이론이다.
(...) 위험과 기회가 공존할 때 인류의 상당수는 위험을 피하는 선택을 한다. 그래야 연약한 동물인 인류가 생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진보는 늘 어려웠다. 자기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려는 사람이 충돌하면 대부분 전자가 이긴다.
(...)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런 현상유지 편향이 만연한 속에서도 인류는 끝내 진보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 수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함에도 그 속에서 진보를 누구보다 절박하게 여기는 송곳 같은 돌연변이들이 꼭 존재하기 때문이다.
- 서문 - P8

미국 NFL에서 감독을 지낸 배리 스위처 BarmySwitzer가 금수저들을 향해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는데 그(정용진)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 그리고 홈에 들어오면 자기가 대단한 능력이 있는 줄 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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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지, 사람들 가슴속에는 어느 정도 남의 불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그런데 모를 리 없는 저열함 같은 게.
- P140

문득 네 어릴 때 생각이 난다. 네가 막 걷기 시작했을 무렵 뽕뽕 소리 나는 샌들을 신고 아장아장 동네 골목으로 들어가던 모습이. 그럴 때면 나는 뿌듯한 감정이 들면서도 왠지 네가 그대로 영영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가슴이 저렸지.
부모들은 한 번쯤 다 겪는 감정이고.
그런데 이제 나는 네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눈앞에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온 힘을 다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건 도망이 아니라 기도니까. 너는 너의 삶을 살아, 채운아. 나도 그럴게. 그게 지금 내 간절한 소망이야. 이건 희생이 아니란다.
채운아. 한 번은 네가 또 한번은 내가 서로를 번갈아 구해준 것뿐이야. 그 사실을 잊지 말렴.

미안하다.
- P182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작가의 말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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