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그저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마케팅은 실패했지않나 싶다.

(사진: 네이버 영화)
http://blog.aladin.co.kr/iphooni/9625265

책을 읽을 때 보다 영화로 보는게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메세지 전달이 더 쉬웠다.

그건 아마도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 덕분이지 않을까.

책을 읽는 동안 주연배우들과 씽크가 안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런 생각들은 싹 잊게 된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는데 스틸컷이 없어서 아쉽다.

(개인적으로 담벼락에 핀 꽃이 인상적이었다.

"담벼락에 꽃이 예쁘게 피었다. 엄마처럼 말이야.")

가족 회식자리에서 다투다 결국 옆자리 사람들과 싸우게 되는 이 장면은 가족, 아니 식구의 힘을 보여준 장면인 것 같다.

그 곳에서 묵묵히 술한잔 하는 배우 윤여정의 디테일한 표정연기가 좋았다.

식구.  한솥밥 먹는 사람들의 거칠지만 끈끈한 의리.

그 장치로 함께 밥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들. 배고플때 보면 참기 힘들겠다.

엄마는 자식들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만 봐도 배가 부른가 보다.

자꾸만 고기를 먹인 이유는 삭제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딱 어느 장면이라고는 꼬집진 못하겠으나 그냥 눈물이 났다.

슬픈 영화도 아니었는데.

원작과 다른 해피엔딩이다.

사실 원작의 더 통쾌한 해피엔딩이 더 좋긴 하지만, 그보다는 영화가 좀 더 현실적이긴 하다.

엄마도 돌아가시지 않고 계속 해피하게 살고 있으니 다행이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늘 이런 말을 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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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봉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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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삼국지 1 : 세 영웅의 등장 - 중국 역사와 함께 읽는 처음 삼국지 그림으로 보는 삼국지 1
스카이엠 지음, 한철호 그림, 왕홍식 감수 / 계림북스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계림북스의 "그림으로 보는" 시리즈는 한국사와 그리스로마신화에 이어 세번째다.

처음에ㄴ 아이가 접하기에 조금 어렵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잘 받아들여서 이번 삼국지도 기대가 된다.

그림으로 보는 삼국지 역시 5권으로 되어 있는데 현재 1권만 출간된 상태다.

'레전드 히어로' 덕분(?)에 삼국지 인물들에 관심이 많아지길래 다른 삼국지 관련 책들을 들이밀어줬었는데

아직 성공한 적이 없다.

그림으로 보는 시리즈라면 괜찮지 않을까? 내심 기대.



 


'삼국지'하면 도원결의부터 생각이 난다.

내가 읽었던, 아니 읽다 만 삼국지는 도원결의가 첫 장면이었으니까.

그림으로 보는 삼국지는 도원결의는 중반쯤 지나야 나온다.

어? 구성이 좀 색다른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국의 역사부터 시작을 한다.

우리가 아는 삼국지의 기원 삼국지연의는 한나라 말부터 위촉오 세나라의 삼국시대까지의 이야기인데

거인 반고가 등장하는 탄생신화부터 시작이라니 뭔가 새롭다.

배경지식을 깔아놓고 보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겠지만

시계열이 아직 자리잡히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운듯하다.

(내게도 좀 어려웠다. -.-;)


그림으로 보는 삼국지 1권은 삼국지의 배경 전 시대의 중국의 역사와 주요 영웅들이 등장한다.

삼국지 하면 생각나는 대륙형 오버스러움이 아직은 드러나지는 않는다.

아이가 여러 채널로 들었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해서인지 후반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그걸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잘 읽었으리라 믿는다. ㅎㅎ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배움터, 놀이터 같이 쉬엄쉬엄 읽어가는 코너가 있어서 지루할 틈은 없다.

 


그리스 로마신화처럼 삼국지에도 주요 캐릭터 카드도 들어 있다.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지도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그려내기엔 워낙 큰 스케일인지라 이 지도를 펼쳐놓고 본다면 흐름을 이해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

구성은 굉장히 맘에 든다.

삼국지를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읽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내게도 유익했다.

(삼국지를 다시 읽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중국사 흐름을 이해하는데 조금 어렵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그 부분에 지면을 할당한 것은 참 좋은 의도라 생각한다.

자꾸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흐름을 꿰뚫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계림북스의 그림으로 보는 다른 시리즈에서처럼 이번에도 워크북이 있지 않을까?

5권까지 출간되면 그때 나오려나?  얼른 나머지도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겨울방학엔 삼국지 꿰뚫어보기라는 목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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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야기가 살짝 비슷한 구성인데 십형제가 대륙형 뻥과 오버가 섞여 더 스케일이 크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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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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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해보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 것보다

사랑을 해보고 상처도 입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아마 이 작가는 평생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았으리라.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러고 나서 그것이 끝나고 난 뒤의 무참함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말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만일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생애 단 한 번의 허용된 사랑이라고 해도

그 단 한 번의 사랑이 무참히 끝나고 말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겠다고.

그저 사랑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겠다고.

p. 152



 

이 구절때문에 공지영의 고등어는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소설이었다.

고등어를 처음 만난건 1994년, 20년이 훌쩍 넘어 세기가 바뀌었다.

그땐 가슴으로 이 구절을 읽었더랬다.

은림이처럼 나도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시절이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이해한다.

내 안에 있는 감수성이 사라진걸까?

그럼에도 고등어를 읽는 동안은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름답지만 괴로웠던 그때였기에, 평소라면 술술 넘어갈 수 있는 분량이었음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들을 곱씹어본다.

추억은 또다른 추억을 만드나 보다.


다른 내용들은 거의 기억을 잃어버려 다시 읽는 동안 아...그랬었구나 새삼 새롭게 읽었더랬다.

어찌보면 여경의 말대로 이상한 방법으로 과거에 집착하고 이상한 방법으로 서로에게 상처입히고 있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다.

스물한 두 살의 나이에, 강가에 나가서 강물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조차 죄책감을 가졌던 세대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80년대를 몸으로 겪은 세대가 아니라서 그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소설속 배경은 삐삐가 등장하는 84년.

80년대도 90년대도 겪어보지 못한 지금의 세대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가 가장 궁금했다.


왜 그 많은 제목중에서 하필 '고등어'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은

소설속 내용과 작가후기를 통해 고등어가 상징하는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래전 출간된 책이라는 편견때문인지, 작품 속 배경때문인지 약간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속에서도 내 맘속에 와닿는 빛나는 표현들이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읽는 동안 내내 우울해진다.

20년전 읽을 당시의 상황도 그랬지만, 그들의 사랑, 그리고 그럴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때문이었나 보다.

어지간해서는 재독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나에게 또 다른 의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마주 앉아 담배를 피울 동안이라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그토록 간절하게 붙잡고 싶었던 것은 담배가 아니라 단 몇 분간의 시간이었다. 생선회칼로 저며낸 듯한 그 얇고 투명하고 짧은 시간.

- P51

산다는 것은, 이런 안개 낀 밤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아주 가까운 앞과 아주 가까운 뒤만 볼 수 있는 일 같은 것, 아니다. 어쩌면 안개 낀 밤보다 더 뿌연 일이리라. 왜냐하면 산다는 것은 한 치의 앞조차도 보여주지 않는 일이니까 말이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안개 낀 밤보다 그러니까 더 지독한 것인지도 모른다.

- P148

사랑을 해보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 것보다 사랑을 해보고 상처도 입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아마 이 작가는 평생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았으리라.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러고 나서 그것이 끝나고 난 뒤의 무참함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말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만일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생애 단 한 번의 허용된 사랑이라고 해도 그 단 한 번의 사랑이 무참히 끝나고 말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겠다고. 그저 사랑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겠다고.

- P152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 P255

그녀의 속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시간들은 뜨거워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287

- 작가후기
나 역시 한때 그들과 함께 넉넉한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희망으로 온몸을 떨던 등이 푸른 자유였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등이 푸른 자유를 포기할 만큼 소금에 절여져 있지는 않았으니까.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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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4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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