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족 이야기를 가족 간에 할 수 없다. 입을 열면 가슴에 가득찬 무언가가 커다란 돌덩이 같은 것을 밀고 올라와 목 어디를 막아 버린다. 그 얘기를 거리에 나와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겉만 멀쩡하지 속은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정치적 의도나 개인적 욕심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다 여기에 이르렀을까. 입 밖으로 이 기막힌 사건을 얘기하는 게 두려웠다. 더 자세히 아는 것마저 피하고 싶었다. 세월호 집회에 쏟아지는 물대포와 최루탄을 보며 책을 샀다. 세월호 재판과정을 재구성한 책이라 감정적인 호소가 없는데 그 점이 책을 담담히 읽고, 상황에 대해 차분히 그려볼 수 있게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구도 악인이 아니다. 모두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무서웠거나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거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는 것인데 진정한 이유는 아무도 습관이 될 만큼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이 없었다는 것, 어쩌면 모두가 용기를 내는 습관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우리 나라에서 용기를 내서 비뚤어진 일을 바로 잡는다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고로 가는 수많은 고리 중에 단 한 고리만 끊겼어도...그 수많은 고리에는 비겁하고 눈치보는 내가 있었다. 이 커다란 희생 앞에서도 여전히 운이 좋으면 나는, 내 아이는 괜찮겠지 하며 돌아보지 않고, 깨어 있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이 나라와 나 자신이 두렵다.
저의 형님은
_라술 감자토비치 감자토프
대장이 아닌 사병이었습니다
볼가 강 전선에서 목숨을 잃으셨죠
늙으신 어머닌 애닮고 서러워
지금도 상복을 입고 계신답니다
내 맘이 이리도 쓰리고 또 아파옴은
이제 형님보다
제가 나이를 더 먹게 된 까닭입니다
떠나가며
열차 승강대 위에 서서
싱글대며 벗에게 나는 손 내밀었소!
농지거리와 웃음을 흘리며 우린 이별했다오
내 조그만 차창 너머로 나무줄기 내달리고
노래를 부르다, 난 문득 정적 속에 입다물고 말았소
느릿느릿 슬픔이 내게 찾아들고
벗을 그리는 울적함에 젖어들면
기차 연기도 보이질 않고 기적조차 들리지 않는
주위를 둘러봐도 산과 바다는 보이질 않고-
차창 너머엔 벗의 얼굴뿐
어둠이 내려도-20150419세월호집회어디로 가야 하나 서성이는 넋들아돌아보지 말거라 어둠이 내려도촛불로 배를 지어서 천상으로 보내리벚꽃잎 눈처럼 쏟아지는 계절에따가운 폭포가 머리에 꽂히고봄비는 갈 길을 잃고 거리를 헤맨다사람이 세운 저 벽, 세월을 누른다흐르지 말라고. 옛 얘기나 되라고.가만히 앉아 있으라 어깨를 내리친다베어진 나무들은 바람에 쓸려 가고주저앉는 울음들 가진 것 없으니눈물로 배를 띄워서 저어가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