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족 이야기를 가족 간에 할 수 없다. 입을 열면 가슴에 가득찬 무언가가 커다란 돌덩이 같은 것을 밀고 올라와 목 어디를 막아 버린다. 그 얘기를 거리에 나와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겉만 멀쩡하지 속은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정치적 의도나 개인적 욕심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다 여기에 이르렀을까. 입 밖으로 이 기막힌 사건을 얘기하는 게 두려웠다. 더 자세히 아는 것마저 피하고 싶었다. 세월호 집회에 쏟아지는 물대포와 최루탄을 보며 책을 샀다. 세월호 재판과정을 재구성한 책이라 감정적인 호소가 없는데 그 점이 책을 담담히 읽고, 상황에 대해 차분히 그려볼 수 있게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구도 악인이 아니다. 모두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무서웠거나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거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는 것인데 진정한 이유는 아무도 습관이 될 만큼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이 없었다는 것, 어쩌면 모두가 용기를 내는 습관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우리 나라에서 용기를 내서 비뚤어진 일을 바로 잡는다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고로 가는 수많은 고리 중에 단 한 고리만 끊겼어도...그 수많은 고리에는 비겁하고 눈치보는 내가 있었다. 이 커다란 희생 앞에서도 여전히 운이 좋으면 나는, 내 아이는 괜찮겠지 하며 돌아보지 않고, 깨어 있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이 나라와 나 자신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