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 21세기를 사는 지혜의 서 7 21세기를 사는 지혜의 서 7
오쇼 라즈니쉬 지음, 손민규 옮김 / 태일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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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각기의 눈과 제각기의 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제각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즈니쉬를 보면 그가 이 세상 속의 다른 세상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수보리가 묻는다. 라즈니쉬는 수보리의 질문을 이미 저 언덕에 가 있는 자가 이 언덕에 어떻게 남아 우리를 도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한다. 그는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까?

나는 매일 금강경을 읽는다. 완전히 몰입해서, 기쁘고 즐거워서 여러 번 책을 읽는 내게 유일한 예외가 금강경이다. 금강경은 막연하다.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그 막연함은 이 언덕의 세계의 내가 저 언덕의 글을 읽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금강경은 아득하고, 구체적으로 몰라진다.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몰라가는 책...

라즈니쉬의 강의는 한자어로 번역되지 않아 꽤 독특한 느낌을 준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인상,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생동감!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라즈니쉬 자신의 매력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구마라집의 금강경도 말고, 라즈니쉬의 금강경도 말고, 내 금강경을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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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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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가 집을 새로 짓는다고 좋아하는 내게 '쉿, 지금 집이 듣는다'고 하신 적이 있다. 엄마는 집도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셨다. 저자는 물이 우리 말과 마음에 파동으로 공감한다고 본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보이는 것은 얼마나 마음을 흔드는가? 보지 않고도 믿던 시대는 지난 것일까?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저자의 말투가...

저자는 여러 과학자와 증거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애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일그러지고, 읽는 이를 답답하게 하는 부분이다. 마치 일본에서 80년대 유행했던 심령과학서적 같은 느낌을 준다. 과학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걸 답답하게 보여준다. 동화가 차라리 나으리라. 게다가 유일하게 과학적으로 보이는 그의 사진조차 과학적이지 못하다.

초능력자들이 초능력을 행할 때 초능력을 믿는 실험자가 그렇지 않은 실험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공률을 보이듯 그의 마음이 결과를 예상하는 대로 사진은 그려진다. 가끔의 예외가 있고, 그 예외를 저자가 언급하는 것으로 그가 거의 항상 사진을 찍을 때 예상결과를 추측한다는 걸 증명한다. 여러모로 과학적, 혹은 객관적 데이타를 내세우는 태도가, 사진을 설명하거나 다른 이론들을 끌어들여 중언부언하는 설명들이 아름다운 책을 작은 방에 가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것만 빼면 아름다운 그림과 실천하기 좋은 사랑스런 마음을 일게 하는 환한 책이다. 그래서 별 네 개를 표시한다. 읽는 동안만이라도 물만이 아니라 세상 만물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고, 세상 만물을 살아있게 한다. 이러한 실험으로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일깨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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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카멘친트 - 헤세전집 7
헤르만 헤세 지음, 원당희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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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땐가?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곧 이 책을 잊어 버렸다. 그런데 몇 달 뒤 꿈 속에서 페터의 친구인 곱추 보피의 노래를 듣게 된다. 그 노래가 얼마나 슬펐던지 베개를 적시며 눈을 떴다. 페터와 그의 친구 가족들이 보피를 집에 혼자 두고 문을 잠그고 소풍을 갔다가 페터가 양심에 걸려 혼자 집에 돌아와 열쇠를 찾던 중에 보피의 노래를 듣게 된다. 낮게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그 이후 그들은 진정한 친구가 된다. 아마 그 노래였으리라. 꿈 속에서 나를 울렸던 노래.

그리고 또 나는 이 책을 잊었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반 때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이 책을 샀다가 다시 읽었다. 다시 읽으면서 놀랐다. 잊고 있던 이 책이 내게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발견한 것이다. 나는 보피가 좋아하는 동물원에 가기를 좋아하고, 보피가 좋아하는 물개(나는 바다사자를 좋아하지만 비슷하다) 보기를 즐기며, 페터가 존경하는 프란치스꼬에 관한 책과 소설을 읽고 있었다. 우연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내 인생에 흐르는 시냇물이었던 것이다.

보피는 헤세의 또다른 책 <싯탈타>에서의 봐즈디바와 흡사하다. 잘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지고, 침묵을 이해하는 모습이나 페터와 싯탈타의 친구이자 스승인 점이 그렇다. 그들의 이미지는 연약하면서도 평온하고, 맑다. 이렇게 그들에 대한 글을 쓰고 있노라니 다시 그들이 보고 싶어진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 그들!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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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 소나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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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쓰여지지 않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은 어떠했을까? 이 편지에서처럼 정중하고 존경하는 말투였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이와 지역을 넘어서 학문적 논의와 서로에 대한 인간적 염려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종교의 사제들 같기도 하고, 절제된 사랑 같기도 하다. 두 사람이 모두 학문에 대한 열정과 나라에 대한 근심으로 몸이 좋지 않았다니 놀랍다. 그들의 사단칠정논쟁이 어떠했든 게으르고, 남의 이야기나 하면서 세월을 허송하는 나를 꾸짖는 글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학문적이든 내면적인 것이든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또한 그것을 함께 나눌 벗이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스스로 소양을 갖추려고 애쓰다 보면 같은 길을 가는 벗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애쓰지 않고, 가만히 앉아 옛 사람의 만남을 부러워만 한다면 그것이 정말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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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삶을 위한 일곱 가지 지혜 - 내 안에 잠든 힘을 깨워라
디팩 초프라 지음, 박윤정 옮김 / 더난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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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이알라딘에 들어갔더니 이 책을 권하고 있었다. 그날 마침 나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은 내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제목 덕에 이 책을 사기로 했다. 저자는 인생에 있어 성공이란 기쁨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가치 있는 목표가 점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한다. 일곱 가지 지혜 가운데 첫번째는 '내면에 잠든 힘을 깨우라-순수 잠재력의 법칙'이다. 아마 이 첫번째 지혜가 일깨워질 수 있다면 나머지 여섯 가지 지혜는 저절로 따라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내면의 힘을 깨울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황당하리 만큼 간단하다. 자연과 자주 벗하거나 침묵을 경험하는 것을 통해 참자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묵을 훈련하기 위해 아침 저녁의 명상도 권하고 있다. 너무나 간단하다. 그래서 읽는 동안만 마음 편한 그런 서적이 아닐까 의심했다. 12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은 책에서 구체적인 것을 바라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간단한 것은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 실천해 볼뿐이다.

사실, 이 책은 풍요로운 삶과 평온에 이르는 지혜를 소개하고 있지만 나로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벌써 그의 최소 노력의 법칙의 한 요소인 '수용'에 어긋난 말을 하고 있다. 그는 '나는 오늘 사람들과 상황, 환경,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라는 다짐이 곧 수용이라고 말한다. '바라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이 글은 훌륭한 말이지만 첫번째 지혜를 경험한 경우에 한해서만 유효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려면 집착과 욕심이 없어야 하며, 혹시라도 제 멋대로 파악하면서 있는 그대로 파악한다고 착각하지는 않는지 늘 반성해야 한다. 무조건 다짐한다고 수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저자가 첫번째 지혜인 내면의 힘을 깨운 상태에서 다른 법칙들을 이야기했다고 본다면 이 글에는 반박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뭔가 너무 쉽고, 너무 편하게 일곱 가지의 무엇을 나열한 듯한 느낌은 나 자신의 복잡하고, 어렵게 세상을 사는 어리석음 때문일까?

그러나 가끔 가슴을 울리거나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구절들이 이 책을 빛나게 하고, 누군가에게 소개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책 한 권이 아니라 한 구절, 한 단어에서도 인생을 바꿀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읽는 이의 마음이 얼마나 갈망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을 소개해 준 알라딘 담당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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