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쓰여지지 않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은 어떠했을까? 이 편지에서처럼 정중하고 존경하는 말투였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이와 지역을 넘어서 학문적 논의와 서로에 대한 인간적 염려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종교의 사제들 같기도 하고, 절제된 사랑 같기도 하다. 두 사람이 모두 학문에 대한 열정과 나라에 대한 근심으로 몸이 좋지 않았다니 놀랍다. 그들의 사단칠정논쟁이 어떠했든 게으르고, 남의 이야기나 하면서 세월을 허송하는 나를 꾸짖는 글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학문적이든 내면적인 것이든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또한 그것을 함께 나눌 벗이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스스로 소양을 갖추려고 애쓰다 보면 같은 길을 가는 벗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애쓰지 않고, 가만히 앉아 옛 사람의 만남을 부러워만 한다면 그것이 정말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