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수의 기도
작자미상, 오강남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때는 교회를 나가는 그리스도인이었으나 지금은 교회를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인 내 벗들을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매일 수행하지 않으면 자비심을 잃게 된다는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벗들에게 적절한 수행법을 소개하고 싶어서. 그런데 읽는 내내 저절로 화두가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내가 쉬임 없이 기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고, 열렬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예수"의 이름 혹은 "주 예수 그리스도,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구절을 쉬지 않고 반복한다. 반복하는 동안 이는 좋은 생각, 혹은 나쁜 생각들을 밀어낸다. 구름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사라진다. 생각들이 사라지고 점점 분명해지는 기도...예수와의 교감을 느끼게 된다. 옮긴 이의 말대로 염불수행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기도는 부질없는 생각과 걱정을 사라지게 하나 보다. 그것들을 우리에게서 떼어놓기만 해도 저절로 근원과 닿게 하나 보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데살로니가 전서 5:16-18/표준새번역)

순례자가 수행한 것은 바로 이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다. 나 역시 앓아 누워 있을 때 이 구절을 만났다. 항상 기뻐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은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그것이 저절로 되게 만드는 것이 쉬임없는 기도임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쉬임없이 기도할 수 있을까...그러다 송담 스님께 화두를 타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수행을 했던 순례자를 생각하고, 그의 실천력과 사랑을 생각했다. 그에게 가르침을 폈던 큰스승은 우연히 그와 마주친 것이 아니다. 그가 헤매며 이해하고자 했던 그 한 구절이 그의 삶을 변화시켰다. 간절함은 그가 팔 한 쪽을 못 쓰게 된 것조차 은혜가 되고, 축복이 되게 한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떤 서적보다 더 간절히 수행해야 겠다는 열망을 일으킨다. 이 순례자의 곁에서 쉬임 없이 기도하며 걸으면 고요해지고, 간절해지고, 기뻐지고, 감사해진다.

쉼없는 기도는 모든 수행자가 행해야 할 기본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다. 화두참선 역시 오매불여(寤寐不如;자나깨나 한결같이 (화두를 챙김))를 강조하고, 주역에서는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써 쉬지 않음), 중용에서는 지성무식(至誠無息;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다)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누구든 스스로 쉼없고 한결같이 근원을 향한 마음을 쉬지 않을 때 부질없는 희망과 탄식을 가져오는 생각의 벌레들이 우리가 근원을 보는 거울을 더럽히지 못할 것이며, 결국 우리는 우리 삶이 근원과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깨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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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친구 큰나무는 이 수행을 하고 있다. 또 이 수행법의 방법을 취해 오빠도 진언수행을 하고 있다. 예수의 기도 혹은 그 기도방법은 열망과 실천을 동시에 던져준다. 이 이름 없는 순례자와 그를 이끈 예수님과 큰스승에게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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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6-02-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종교든 수행의 방법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겼습니다. 일심으로 하는 것, 그게 중요하겠죠. 성당에 다니는 시숙에게 선물 했었는데, 그 분은 반응이 별로, 시큰둥이더군요. 아마 마음 깊이 수행의 필요성을 못느껴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_()_

달팽이 2006-02-1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군요..
지난번에 주기도문에 관한 책을 가슴떨리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믿음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면
깨달음의 길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두 분을 모두 뵙고 가네요..

이누아 2006-02-1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언뜻 본 것 같기도 한데, 책은 못 읽어 봤습니다. 그 주기도문에 관한 책제목이 뭔가요?
혜덕화님, 전 이 책 읽고 흥분해서 다섯 명에게 선물을 했어요. 한 명은 아쉽게 우편물을 받지 못했고, 두 명은 다 읽었는지 모르겠고, 나머지 두 명이 위에 얘기한 큰나무와 오빠입니다. 무엇보다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로그인 2006-02-16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게으름뱅이들에게 수행이란 건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어이쿠, 생각의 벌레들이 파리 쫓는 것만큼 쉽게 머릿속을 떠나가 줄 것 같지도 않구 말이죠..해충박멸회사에 전화라도 해 볼깝쇼. 아, 오강남 씨의 책이군요..

이누아 2006-02-1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수는 없다"는 책 때문인지 가톨릭 서점에 갔더니 "여긴 오강남 씨 책은 없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왜 그러는지 아직 모릅니다. 오강남 씨를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