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인터넷 신문으로 기사를 봤다(기사는 국민일보). 한 목사님이 티벳에 가서 아이들에게 뭘 주면서 사진을 보여 주신다. 달라이라마다.  사진을 보여 주면서 "이 분보다 더 훌륭한 분이 계신데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야"라고 했다는 바로 아래 기사다.

기사를 볼 때도(8월 말인가, 9월 초에 봤다) 가슴이 답답했는데, 오늘 친구가 와서 히스토리 채널에서 산 달라이라마 관련 다큐멘타리 비디오를 함께 보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다.  

달라이라마는 서양인에게 가능하면 개종하지 말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화의 일부이고, 진리는 결국 하나이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없을 거라고. 달라이라마는 티벳 문화만 보호해 준다면 독립도 포기할 수 있다고, 그냥 자치구로만 인정해 달라고 하셨다. 티벳 문화가 무엇인가? 티벳 불교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 아니, 티벳 불교가 바로 티벳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고지에까지 올라가 한국인 선교사가 전도를 한다. 그게 무슨 잘못이겠는가. 자신이 가져서 너무 좋아서 나누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래도 생각한다. 이상하다고.

남경에 있을 때 선교를 위해 온 언니가 있었다. 중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전도의 자유는 없다. 전도하다가 걸리면 잡혀 가고, 외국인은 추방된다. 그래서 그 언니는 잠자코 지냈다. 편지까지 조심하면서. 그런데 그 목사님은 다음에도 가서 예수님 이름으로 뭘 할 생각이면서  다녀와서 신문에까지 글을 실었다. 다시 가려면 비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이 모른 체 해주고 있는 건가?

티벳 사역자들은 티벳 문화 파괴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을까? 지금, 티벳과 몽골(몽골은 한국인 3000명 중에 200명이 선교사라고)엔 "전도열풍"이 불고 있다. 내가 불자라서가 아니라 부서져가는 티벳 문화를 보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고도의 정신문명이 산산조각나는 데 우리 나라 사람이 일조하는 것만 같아서 착잡하다.  

=============기사내용=============================================

[티베트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 (하) 현지 소녀의 감사선물 달걀3개·나뭇잎 하나



‘메추리알보다 약간 큰 달걀 3개와 나뭇잎 하나.’

세상의 셈으로 따지면 한없이 볼품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티베트자치구 게리 주민들이 인천시 학익2동 평안성결교회 정연동 목사의 손에 쥐어준 이것들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게리는 티베트의 라싸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으로 정 목사가 게리를 방문한 것은 통역을 맡은 쓰마 취전(14)양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쓰마양은 정 목사에게 훈련 받은 사역자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다. 쌀 라면 식용유 간장 사탕 과일 등 주민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안고 마을에 들어선 정 목사가 받은 게리의 첫 인상은 ‘궁핍’이었다. 가난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였다.

“게리 주민들은 하루 한 끼만 먹어요. 한 끼라고 해야 보릿가루를 조금씩 입에 넣고 우물거려 삼킨 뒤 야크젖에 물을 타서 끓인 차를 마시는 것이 전부입니다. 귀한 손님을 접대한다고 내놓은 음식이 밀가루를 반죽해서 구운 빵이었어요.”

정 목사는 선물로 가져간 식용유와 간장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당장 끼니를 해결할 곡식과 야채가 없는 게리 사람들에게는 쓸모없는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정 목사는 마을 앞 공터로 나갔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공을 차는 아이들을 쓰마양이 불러모았다.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눈이 예수님 말씀을 전하는 정 목사에게 쏠렸다. 티베트는 모계사회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모른 채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란다. 별다른 소득이 없다보니 교육이나 의료 혜택은 꿈도 못 꾼다.

저녁 때가 되자 정 목사는 집집마다 방문하며 전도를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예수님’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나 사람들이 워낙 착해서 예수님을 거부하지는 않았어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면 잘 받아들일 것 같았다. 다만 지속적으로 지도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 목사를 안타깝게 했다.

이틀간의 선교 일정을 마치고 정 목사가 게리를 떠나던 날. 마을 주민이 모두 그를 배웅하러 나왔다.

“쪼마네 엄마가 그들에게는 아주 귀한 식품인 달걀 3개를 줬어요. 우리가 봐왔던 달걀보다 매우 작아 메추리알인 줄 알았죠. 혹시 닭도 못 먹어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렸어요.”

쓰마양은 먼 곳까지 와서 귀한 복음을 전해줬는데 줄 것이 없다며 집앞에 서 있는 나무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서 성경책 갈피에 끼워주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곱습니까. 어떻게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순수한 그들의 마음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정 목사는 쓰마양이 선물한 나뭇잎을 ‘티베트 소녀 취전이의 선물’이라는 글귀가 쓰인 사진틀 안에 넣어 목양실에 걸어놓고 매일 티베트인들의 때묻지 않은 마음을 떠올리고 있다.

이번 선교여행을 통해 정 목사에게는 큰 숙제 하나가 생겼다. 정 목사는 게리 뿐만 아니라 라싸에 있는 탁아시설 등을 방문하면서 티베트 어린이들의 복지 사역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티베트 선교의 시작은 어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앙으로 철저하게 교육시키면 이들이 성장해서 민족 복음화를 이루는 일꾼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정 목사는 티베트 사역자들과 학교 설립 문제를 논의하고 1,2년 후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귀국할 때 1만리를 돌아왔지만 티베트가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땅이 되게 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길을 달려가야 하겠죠.”

서윤경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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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2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목사님, 옴마옴마...뭐, 저런 쓰잘떼기 없는 말쌈을 하신데요, 그래..화악~짜증이 올라오네요. 달라이라마에게 뭔가 상당한 열등감이 있는 거 아닐까요?

이누아 2005-10-2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부서져가는 티벳에서 저렇게 하셔야 하는지...달라이라마가 돌아오고, 티벳이 안정될 때-그럴 때가 있다면- 그때 하시면 싶어요. 학교도 하느님 이름으로 말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지어주면 고마울텐데...

달팽이 2005-10-2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는 티베트의 문화 그 자체에서 축복받을 수 있다는 길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도 닫힌 종교의 맹목적인 신자일 뿐이군요..
슬프군요...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수록 인간사의 비극은 막을 내릴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것이 좀 유연하든지 극단적이든지 자신 종교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영성이 열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누아 2005-10-2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자기 종교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영성"이 열려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 또 공감합니다.

왈로 2005-10-2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일이 있었구나. 기독교인들의 맹점이 이거 아닐까. 다른 종교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거. 창현이 친구 중에 제일 친한 친구가 한동안은 우리집에만 오면 하는 말 '너 부처님 믿으면 지옥간다. 그러니까 나랑 교회가자.' 두번까지는 가만 듣고 있었는데 세번 얘기할 때 내가 그랬지. '00아 너한테 하님이 중요한 분이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에게는 부처님이 하나님만큼 중요한 분일 수 있으니까 그런 얘기 하면 안된다.' 그래도 걔는 또 똑같은 얘기 하고. 더한건 걔 엄마가 그런 자기 아들 자랑스러워 하고. 여름 성경학교에 창현이 데리고 가더니 나까지 같이 가자 하길래 목소리 깔고 조용히 말했지. 종교만큼은 서로 얘기하지 말자고. 그래도 그 엄마 우리집에 놀러 와서는 하남님의 은총과 목사님의 훌륭한 설교. 전도 얘기 끝없이 늘어 놓고. 오, 이럴 땐 어찌할까요....

이누아 2005-10-3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나도 창현이나 니가 겪는 그런 일을 많이 봤어. 스님들 보고 아이들이 마귀라고 한다고. 그래서인지 저 정목사님의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앙으로 철저하게 교육시키면"이란 말이 무섭게 느껴진다. 바르게 자라도록 도왔다가 나중에 지가 결정하게 두면 좋으련만, 백지 같은 아이들에게 일단 도장부터 찍고 보자는 거 같아 씁쓸..그 아줌마는 무례하다.

내맘의 강물 2005-10-3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초등하교 3학년쯤으로 기억하는데 부장집사님이 오후예배를 마치고 전도하러 가자고 우르르 데리고 나가 "야들아, 빵줄게 교회가자"하고 던지시는 그 말이 그때가 아직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난다. 기독교는 지독하게 전도를 하려하는데 어느 종교보다 높은 벽을 쌓아놓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잘 해 볼라치면 뒤에서 쟤 왜저래? 어른이든 애들이든...그래서 너무 혐오스러웠다.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교회의 전도방식은 아직도 빵줄게 교회가자고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벨누르면서 문두드리고 심지어 아파트 현관문을 불쑥 열기도 하는... 안에서 어떤 상황이 있는지 배려하지도 않고,..나도 한때 교인이었지만 꼭 술자리에서 술권하는 그런 사람들 같다. 좀 크면서 그 독실하다고 믿었던 신앙이 흔들려 그만두었지만 나가지 않던 그날 외할머니 장례식인 일요일. 아프던 머리가 말끔하더라 그 정신으로 사랑을 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내일도 현관문 밖에서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예수믿고 구원받으세요~

이누아 2005-11-0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원?! 카툴릭에서는 하느님을 영접하지는 못했지만 수행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나아가는 비그리스도인들을 잠재적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그들에게도 구원이 있다고 선포했어. 일반인에게 나눠주는 카톨릭 자료에 적혀 있었어. 놀랍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