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리알보다 약간 큰 달걀 3개와 나뭇잎 하나.’
세상의 셈으로 따지면 한없이 볼품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티베트자치구 게리 주민들이 인천시 학익2동 평안성결교회 정연동 목사의 손에 쥐어준 이것들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게리는 티베트의 라싸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으로 정 목사가 게리를 방문한 것은 통역을 맡은 쓰마 취전(14)양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쓰마양은 정 목사에게 훈련 받은 사역자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다. 쌀 라면 식용유 간장 사탕 과일 등 주민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안고 마을에 들어선 정 목사가 받은 게리의 첫 인상은 ‘궁핍’이었다. 가난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였다.
“게리 주민들은 하루 한 끼만 먹어요. 한 끼라고 해야 보릿가루를 조금씩 입에 넣고 우물거려 삼킨 뒤 야크젖에 물을 타서 끓인 차를 마시는 것이 전부입니다. 귀한 손님을 접대한다고 내놓은 음식이 밀가루를 반죽해서 구운 빵이었어요.”
정 목사는 선물로 가져간 식용유와 간장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당장 끼니를 해결할 곡식과 야채가 없는 게리 사람들에게는 쓸모없는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정 목사는 마을 앞 공터로 나갔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공을 차는 아이들을 쓰마양이 불러모았다.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눈이 예수님 말씀을 전하는 정 목사에게 쏠렸다. 티베트는 모계사회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모른 채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란다. 별다른 소득이 없다보니 교육이나 의료 혜택은 꿈도 못 꾼다.
저녁 때가 되자 정 목사는 집집마다 방문하며 전도를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예수님’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나 사람들이 워낙 착해서 예수님을 거부하지는 않았어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면 잘 받아들일 것 같았다. 다만 지속적으로 지도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 목사를 안타깝게 했다.
이틀간의 선교 일정을 마치고 정 목사가 게리를 떠나던 날. 마을 주민이 모두 그를 배웅하러 나왔다.
“쪼마네 엄마가 그들에게는 아주 귀한 식품인 달걀 3개를 줬어요. 우리가 봐왔던 달걀보다 매우 작아 메추리알인 줄 알았죠. 혹시 닭도 못 먹어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렸어요.”
쓰마양은 먼 곳까지 와서 귀한 복음을 전해줬는데 줄 것이 없다며 집앞에 서 있는 나무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서 성경책 갈피에 끼워주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곱습니까. 어떻게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순수한 그들의 마음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정 목사는 쓰마양이 선물한 나뭇잎을 ‘티베트 소녀 취전이의 선물’이라는 글귀가 쓰인 사진틀 안에 넣어 목양실에 걸어놓고 매일 티베트인들의 때묻지 않은 마음을 떠올리고 있다.
이번 선교여행을 통해 정 목사에게는 큰 숙제 하나가 생겼다. 정 목사는 게리 뿐만 아니라 라싸에 있는 탁아시설 등을 방문하면서 티베트 어린이들의 복지 사역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티베트 선교의 시작은 어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앙으로 철저하게 교육시키면 이들이 성장해서 민족 복음화를 이루는 일꾼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정 목사는 티베트 사역자들과 학교 설립 문제를 논의하고 1,2년 후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귀국할 때 1만리를 돌아왔지만 티베트가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땅이 되게 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길을 달려가야 하겠죠.”
서윤경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