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조금 울적하다. 이럴 땐 소주가 제격이다...만은 술을 안 마신 지 1년 가까이 되었다. 난 술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하는 지경이었다. 술 이야기만 해도 신이 날 정도다. 소주 3병이다, 5병이다 하면서 필름이 끊기고 해도 끊지 못하던 술이었는데...그러나 몸도 안 좋고, 술친구도 사라져가고, 무엇보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가까워지면서 가능하면 가르침을 따르려고 하면서 마시지 않기로 했었다. 반 년 전부터는 고기도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가능하면 이란 고기를 직접 먹지 않더라도 국물이나 양념에 묻은 것들은 먹는다는 얘기다. 어쨌든 그렇게 하고 싶었다. 오계를 지키고 싶었다. 사실, 고기는 그렇게 먹고 싶어지지 않았지만 술은 지금도 날 유혹한다. 술이 유혹하는 게 아니라 내가 유혹 당한다. 집에 술이 있으면 든든했었다. 지금도 이런 나를 잘 아는 친구가 외국에서 사다준 맛있는 술이 아직 집에 있다. 술 만큼은 안 되지만 좋아하는 마실 거리는 차다. 술생각 나는 저녁에 대신 쑥차를 마셨다. 쑥차는 몸을 따뜻하게 한다. 너무 좋은 쑥인가? 땀이 날 지경이다. 술은 들뜨게 하고, 즐겁게 하고, 시끄럽게 하지만 차는 가라앉히고, 고요하게 한다. 어느 것이든 나쁘지 않다. 이런 날, 술을 마셨다면 눈을 맞으러 나갔을 것이고, 그리운 이들에게 전화를 해댔을 것이다. 차를 마셔서 그런지 이런 곳에 와서 글을 쓰고, 경전을 읽을 생각이 든다.
저녁에 갑자기 좀 답답하다. 그래도 눈도 내리고, 차도 마시고...술이 좀더 낭만적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문득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눈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고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밖을 본다. 정말, 엄청한 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