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슭아,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고 내 생일이기도 해. 음력이라 올해 두 번 생일을 하네. 생일이라고 특별한 다른 날이 되는 게 아니고, 오늘이 지나면 벼랑 같은 게 있어서 2019년이 딱 끊어지지도 않지. 내일은 그냥 보통의 아침이 올 거야. 그렇게 무심히 지내다 어느 날 진짜 벼랑을 만나게 되기도 하지. 이를테면 이별 같은 것, 실직 같은 것, 그런 게 벼랑인 거지.
오늘은 참 추워. 방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맞는 새해는 어떨까? 길고양이들은 어디서 잠을 청할까? 그래도 이 시간은 희망을 말해야 할까? 새해엔 내게도 소망이 있어. 새해가 아니라도 있었지만. 새해라고, 새해라서, 헌 해는 이제 접고, 새로 무엇을 쓸까?
기슭아,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지내길 빌어. 어느 때고 해님이 두루두루 구석구석 따스하게 비쳤으면 좋겠다.
있다고 말하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
대답은 하지만
찾을 수 없는 산울림.
없다고 말하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
대답은 하지만
다만 산울림뿐.
(이뀨 선사의 시 중에서)
-오쇼 강의, 『법의 연꽃: 이뀨』(태일출판사, 2012), 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