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비룡소의 그림동화 6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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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감기에 걸려서 모처럼 양쪽에 끼고 책을 읽어주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읽을 줄 아니 너희 혼자 읽으라고 떠밀어두었던 터라...동화책을 펼쳐든건 나로서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제..... 열이 펄펄 나면서 아프다고 흐느끼는 큰 애를 붙잡고 몇시간을 씨름한 나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다른 책 두 권 다음 이 책, 슈렉을 읽다가 첫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나와 아이들은 발작적인 웃음에 빠져들었다. 침대위에서 셋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어댔다. 지금 맑은 정신으로 다시 보니 그 정도로 웃긴건 아니지만(그래도 상당히 웃기긴 웃기다.) 어제는 정말 이 책 한권 읽으면서 눈물이 날 만큼 웃어댔다.

난 사실 서점에서 이 책 표지만 보고는 영화가 인기를 끌어서 급조된 동화인줄 알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알고보니 이 책은 15년쯤 전에 쓰여진 것이고 영화가 그 뒤에 나온 것이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난 원작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림도 이야기도 모두 기발하고 훌륭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번역이었다.  맛깔스럽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 단어들과 리듬감.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어쨌든 번역된 문장의 완성도는 만족을 넘어서 감동 수준이었다.  어린이 책의 번역은 거의 창작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들었다. 창작 자체도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지만 원문이라는 틀 안에서의 창작은 그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발을 묶고 달리는 이인삼각 경주처럼.....내가 번역을 하고 있기에(어린이책은 아니지만) 한줄한줄 노고와 정성이 눈에 더 잘 들어왔는지도 모르지만...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굳이 작가의 철학이나 심층 의미를 분석할 마음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아무튼...예쁜 것과 미운 것, 착한 것과 나쁜 것, 바른 것과 틀린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살짝 역전되기도 하는 그런 세상....그것이야말로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천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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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네파벨님이 번역 더 잘하실거라고 봐요. ^^

이네파벨 2005-09-2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무슨 말씀을...전 어린이책 번역은 젬병이예요. 좀 고학년용 과학서적을 번역한 일이 있는데 어투가 성인물같다고 출판사로부터 complain 받은 아픔이....

2005-11-09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