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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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의약품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입안에 털어 넣는 그 정교한 분자 화합물이 아주 미세한 균형의 차이로 생명을 앗아가는 가장 완벽한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진 못했습니다.


약화학자 백승만 교수의 신작 『의약품 살인사건』에서는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설계된 의약품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 사소한 안일함 그리고 거대한 자본의 논리와 결탁했을 때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들을 추리소설보다 더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로 추적합니다. 약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약과 독의 미묘한 경계, 그 치명적인 화학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어봅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급작스러운 사망 원인은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진단서에는 급성 프로포폴 중독(Acute propofol intoxication)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습니다. 프로포폴은 수면을 유도하는 약물이 아니라 중추신경계를 빠르게 억제하는 마취유도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프로포폴은 이미 의료용 약품이라기보다 연예계 스캔들과 중독 범죄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저자는 편리한 의료 시스템이 도리어 감시망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합법적인 공간인 병원에서 중독자를 양산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정조준합니다.


이어서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투약 오류와 이를 밝혀내는 과학 수사의 과정을 다룹니다. 인체는 극도로 정밀한 화학 공장과 같아서 성분이 조금만 달라지거나 엉뚱한 약물이 주입되면 시스템 전체가 순식간에 붕괴합니다.


충격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는 안약입니다. 눈이 충혈됐을 때 쓰는 그 안약 말입니다. 우리집에서 있습니다. 눈 주변의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충혈기를 없애는 테트라하이드로졸린(tetrahydrozoline)은 자율신경, 구체적으로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서 생리적 변화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접근이 쉬운 물질일수록 악용의 문턱도 낮아집니다.


미국 테네시주 반더빌트 대학교 의료원서 발생했던 간호사 라돈다 보트의 실화를 소개하며 시스템의 맹점과 인간의 부주의가 결합했을 때의 공포를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합니다. 신경안정제인 베르세드 대신 투여된 베쿠로늄은 온몸의 근육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독극물과 같은 기전을 가진 근육이완제였습니다. 과로한 시스템, 습관화된 규정 무시 그리고 단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구조적 비극입니다.


저자는 의약품이 인체 내에서 신경과 근육의 접합부를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화학적 메커니즘을 짚어줍니다. 19세기 과학자들이 당나귀 실험 등을 통해 독극물의 치명적 원인을 규명해 나간 역사부터 현대 법의학이 몸속 깊은 곳에 숨겨진 미량의 살해 도구를 추적해 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문학과 역사를 관통하는 독극물의 잔혹사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클라디우스가 잠든 왕의 귀에 떨어뜨려 살해했던 전설적인 독약, 헤보나(Juice of cursed hebona)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약학자의 안목으로 추적한 결과 이는 가지과 식물인 사리풀 추출물로 추정되며 그 안에는 강력한 부교감신경 차단제인 스코폴라민(scopolamine)이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치명적인 독소는 오랜 시간 동안 가장 흔하게 쓰인 멀미약, 키미테의 주성분이기도 합니다. 2024년 방글라데시에서는 범죄자들이 피해자의 얼굴에 스코폴라민 가루를 뿌려 의식을 몽롱하게 만든 뒤 금품을 갈취하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요즘 어린이 멀미약은 주로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비교적 안전하게 멀미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스코폴라민과 아트로핀 같은 성분들이 어떻게 군사적 목적의 화학무기로 발전했는지, 히틀러의 선택과 세계대전 당시 정보기관들이 비밀리에 자행한 생체 실험의 역사까지 확장합니다. 인류를 고통에서 구원하려던 신경전달물질 조절 기술이 국가적 광기와 결합했을 때 어떻게 대량 학살의 무기가 되는지 보여줍니다.





『의약품 살인사건』은 우리가 가장 맹신하는 영양소이자 아무리 먹어도 안전할 것이라 착각하는 비타민의 배신을 폭로합니다. 비타민A는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체외로 쉽게 배출되지 않고 간에 축적됩니다. 배질 브라운은 건강해지겠다는 맹목적인 집착 속에서 매일 권장량의 수천 배에 달하는 비타민A를 들이부었고 결국 간이 파괴되어 사망했습니다. 몸에 좋은 비타민도 인체의 허용치를 넘어서면 무서운 독소로 돌변합니다.


의약품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제약 자본과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현대판 약물 잔혹사는 호러 그자체입니다. 저자는 교도소 임상시험의 흑역사와 이 독성을 역이용해 현대의 항암제를 개발해 낸 반전의 과학, 약이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품으로 전락했을 때 벌어지는 사회적 살인을 고발합니다.


더불어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지배하는 보톡스가 원래 안과에서 안검경련을 치료하기 위한 극도의 희석 주사제였다가 어떻게 미용 시장의 황금알을 낳는 거대 자본이 되었는지, 그리고 특허권을 방어해 막대한 이익을 유지하려는 제약사들의 치열한 법정 소송전과 이를 깨부수려는 복제약 시장의 암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마지막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설 실험실에서 불법으로 마약을 제조하고 오남용하는 범죄자들과 그 속에 숨겨진 화학적 메커니즘을 다룹니다. 체내에서 분해되기 쉬운 살충제를 만들어 회사에 수익을 안겨준 뒤 독자적인 연구 권한을 얻었던 비운의 괴짜 과학자, 알렉산더 슐긴의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그가 세상에 널리 알린 대표적인 물질은 바로 환각제 MDMA(엑스터시)입니다. 바이엘의 지혈제 화합물, 아드레날린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이 물질들은 뇌의 신경망을 교란하여 일시적인 희열을 주지만, 결국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영혼을 파괴하는 덫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는 일상적인 약물조차 인체라는 복잡한 계 안에서는 언제든 칼날을 거꾸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의약품 살인사건』은 이 미묘한 한계와 원칙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는 진짜 과학 지식임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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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 - 매일 먹는 시니어 건강 식품 추천부터 놓치기 쉬운 건강 상식 모음
곽민철.정희철.이종화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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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5070 인생 2막을 통째로 바꿀 무병장수 처방전 『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 너도나도 100세 수명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요양원 침대에 누워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연명이 아닙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내 발로 걷고, 맛있는 음식을 씹어 삼키며, 총명한 정신으로 품격 있는 노년을 보내는 것. 시니어들이 꿈꾸는 진정한 장수의 모습입니다.


저자 이종화 원장은 약사로 근무하던 중, 영양 흡수의 근본적인 관문인 구강 건강의 절대적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치과대학에 입학하여 치과의사가 된 복수 면허 보유자입니다. 여기에 시니어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걱정마엄빠]를 운영하며 시니어들과 소통해 온 마케터 곽민철, 금융 전문가 정희철 저자가 힘을 보탰습니다.


『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은 시니어들이 일상에서 매일 반복하는 아주 작은 선택들이 어떻게 10년의 생체 나이를 좌우하는지 파고듭니다.


아침은 무조건 챙겨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말을 상식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 고정관념을 뒤흔듭니다. 아침 공복의 위장, 생각보다 예민하다고 말입니다. 기상 직후의 위장 상태가 장시간의 공복으로 인해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임을 짚어줍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은 물론이고 모닝커피나 시리얼, 흰 빵을 무심코 섭취하는 것은 불타는 위장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시니어들의 가장 큰 적 중 하나인 당뇨는 대개 잘못된 아침 식단에서 비롯됩니다. 시리얼이나 정제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흰 빵은 빈속에 급격한 혈당 변화를 유도하고 인슐린 반응을 과도하게 만들어 췌장을 지치게 합니다. 무조건적인 아침 식사 찬양론에서 벗어나, 내 위장의 생리적 상태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임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예민해진 아침 공복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공복에 자극이 적고 혈당을 안정시키며 위 점막을 보호하는 식단으로 시작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책에서 추천하는 대표적인 공복 친화적 음식은 감자와 달걀 그리고 미지근한 물 한 잔입니다. 더 나아가 밥을 지을 때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섞거나, 사과를 올바르게 섭취하여 치매를 예방하는 등 일상적 요리법의 미세한 조정이 가져오는 기적 같은 변화를 과학적 근거와 함께 설명합니다.


나이가 들면 몸 구석구석에서 원인 모를 신호들이 켜집니다. 병원에 가기에는 모호한 사소한 불편들이 삶의 질을 갉아먹습니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온몸이 가렵고 긁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은 증상이 흔합니다.


저자는 이를 피부 건조증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노화로 인해 혈관과 면역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면역 체계의 균형이 무너져 발생하는 면역 과민 반응이 본질이라고 합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항산화 성분과 수분이 풍부한 양배추의 효능을 바탕으로, 면역 균형을 회복하는 구체적인 식습관 관리법을 안내합니다.


자다가 소변 때문에 대여섯 번씩 깨는 야간뇨 문제, 한밤중에 갑자기 종아리에 쥐가 나서 깨는 증상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물에 특정 미네랄을 배합해 마시는 방법 등 신경과 근육의 안정 복원 팁이 있더라고요. 책 속의 '나를 위한 건강 노트' 파트에서는 구체적인 레시피를 소개하거나 놓쳐서는 안 될 팁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은 대표적인 국민 영양제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을 알려줍니다.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여서 복용하더라도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에 큰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메가3는 불포화 지방산으로서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 아스피린이나 혈전용해제를 복용 중인 시니어가 과다 섭취할 경우 지혈이 되지 않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계속 복용하면 오히려 간 수치를 올리거나 신장에 독소를 축적하여 중간에 반드시 휴지기를 가져야 하는 영양제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영양제 구입비로 꽤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도 정작 몸을 피로하게 만들었다니, 돈과 건강을 모두 지키려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구강 건강과 전신 건강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파트도 실용적입니다. 잇몸이 무너지면 심장도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입속의 진지발리스 같은 잇몸병 유발 세균이 상처 난 잇몸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며 심장판막을 오염시키고 심혈관 질환이나 치매를 유발한다는 뇌·심혈관-구강 축 이론을 쉽게 풀어냅니다.


잇몸병과 치석을 획기적으로 줄여 치과 갈 일을 줄여주는 신기한 양치질 방법과 예로부터 민간요법으로 내려오던 가지 꼭지 달인 물 가글의 효능을 현대 과학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주기도 합니다. 이 역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고농도는 정상 세균까지 파괴한다니 꼼꼼히 확인해서 실천해 봐야겠습니다.


『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은 시니어를 디지털 세상과 정확하게 연결하는 혁신적인 건강 관리 모델도 소개합니다. 삼성 헬스와 갤럭시 AI로 건강 관리하는 법, ChatGPT를 활용한 나만의 24시간 심리상담사 구축하는 법 등 노년의 가장 든든한 주치의가 되어 줄 AI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니어들의 지갑을 지켜주는 현실적인 경제적 팁까지 든든히 챙길 수 있습니다. 의사들도 말리는 불필요한 과잉 건강검진 항목,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의료비 지원 제도와 실손보험 청구를 쉽게 하는 법 등 꿀팁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근거 없는 건강 정보에 휘둘리며 불안해하는 부모님께, 당당하고 품격 있는 노년을 준비하는 나 자신에게 『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을 선물해 주세요. 오늘 당장 바꿀 수 있는 식단, 복약, 구강, 디지털 루틴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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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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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때로는 가장 은밀한 지옥이 되기도 하는 가족이라는 거대한 환상을 해체한 책 『가족 해방』. 우리는 흔히 천륜을 말하며 가족 간의 갈등은 무조건 화해와 용서로 풀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미디어가 보여주는 눈물겨운 화해 극본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그래도 부모인데 네가 참아야지"라는 주변의 은근한 압박(가스라이팅)에 숨이 막혀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마음을 뻥 뚫어줄 지적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에이먼 돌런 저자는 미국 출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베테랑 편집자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편집하며 종교적 도그마에 균열을 내었고,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통해 거대 자본이 숨겨온 먹거리의 추악한 민낯을 폭로했습니다. 사회적 통념에 맞서며 대중의 생각의 틀을 바꿔온 그가, 이번에는 가족이라는 거대한 우상에 날카로운 기획의 메스를 들이댔습니다.


놀랍게도 저자 스스로가 자신과 형제자매를 수십 년간 학대한 어머니와 단호히 관계를 끊어낸 실제 '생존자'입니다. 수년 동안 자신과 같은 문제의식을 대변해 줄 학자나 전문가를 찾아 헤맸지만, 유독 가족 문제에서만큼은 학계와 사회가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답답해서 내가 직접 썼다"는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와 30년 넘게 명저들을 만들어오며 다듬은 탁월한 집필 능력이 결합되어 이 책 『가족 해방 The Power of Parting』이 탄생했습니다.





에이먼 돌런은 그동안 외면해 온 가정 내 폭력의 지표를 보여줍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빈번하고 잔인한 신체적, 정서적 학대의 가해자는 원가족이습니다. 학대는 신체적 학대, 심리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행동해야 학대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내가 겪은 일이 학대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마음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가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많은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에도 "내가 너무 예민한가?", "부모님도 그때 힘들어서 그랬겠지"라며 가해자의 입장을 대신 헤아려주곤 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눈치를 살피고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며 불안해하는 그 성격적 특성 자체가 이미 어린 시절 겪은 유년기 트라우마의 명백한 증거인 셈입니다.


생존자들을 더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시스템의 배신입니다. 정신의학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복합 PTSD(지속적인 학대로 자아 정체성과 인간관계 능력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질환)의 등재를 거부해 왔습니다. 유년기 내내 이어진 학대로 뇌 구조 자체가 변형되는 이 중대한 질환을 단 한 번의 큰 충격으로 생기는 일반적인 PTSD 범주로 대충 묶어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대중문화와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유해한 긍정성(Toxic Positivity)은 결정타를 날립니다. 과거를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라는 자기계발식 압박은 고통의 원인을 똑바로 바라보기보다 생존자의 입을 막아버립니다. 결국 이는 상처를 준 가해자와 이를 방치한 학대 사회를 보호하는 비겁한 방패막이가 될 뿐입니다.


천륜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왜 해롭기만 한 관계를 끈덕지게 붙잡고 있었을까요? 돌런은 의무감과 금기라는 가짜 신화가 우리의 시야를 흐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베푼 물질적 지원을 '기르는 데 든 비용' 혹은 '은혜'라는 채무 관계로 둔갑시키는 영악한 가스라이팅이 있습니다.


학대자들은 결코 쉽게 피해자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카멜레온처럼 태도를 바꾸며 생존자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가족 해방』은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존자가 주도권을 쥐고 명확한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타인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정서적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 이 단호한 규칙을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생존자는 비로소 "내가 너무 매정한가?"라는 소모적인 죄책감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치유 주체로 우뚝 서게 됩니다.





마침내 물리적, 정서적 절연을 감행했다 하더라도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진짜 힘든 싸움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학대 부모가 육체적으로는 내 곁에 없을지라도, 그들이 유년기 내내 심어놓은 저주의 말들은 우리 내면의 독백이 되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갉아먹습니다. 돌런은 이 위선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식별해 내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인지행동치료적 도구인 반대행동을 제안합니다. 내면에서 "넌 꼴불견이야"라는 메시지가 울려 퍼질 때, 책 속의 수많은 생존자들이 실천했듯 무조건적인 수용 대신 예민하게 그 주파수를 감지하고, 의도적으로 "아니오"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대접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연습입니다.


에이먼 돌런은 절연이 가져다주는 찬란한 해방감을 감정적 호소가 아닌, 압도적인 통계와 임상 데이터로 증명해 냅니다. 부모와 천륜을 저버리면 평생 불행하고 죗값을 받으며 살 것이라는 세상의 저주가 얼마나 거대한 기만이었는지 낱낱이 깨부숩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절연한 생존자들은 이후 자신의 삶을 '해방, 축하, 안도' 같은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무려 80%에 달합니다. 가족과 인연을 끊은 대다수의 생존자가 오히려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했다는 이 수치는 절연이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라 영혼을 구하는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저자 역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어머니와 결별한 후 "마치 키마저 자란 것 같은" 신체적 해방감과 안도를 느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합니다.





물론, 해방의 공기 속에서도 가끔은 묵직한 슬픔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가해자가 여전히 살아 있고 관계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현재 진행형의 상실이기 때문입니다. 이 미해결된 슬픔과 주변 사람들의 무례한 오지랖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가족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라고 권고합니다. 우리에게 나를 학대하는 원가족은 필요 없지만, 인간으로서 온기를 나눌 공동체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환대하는 사람들을 직접 발굴해 내어 구축하는 선택 가족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상처 입은 생존자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연대할 때, 우리는 원가족이라는 좁은 감옥을 넘어 온 세상과 깊고 안전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얻게 됩니다.


『가족 해방』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신성가족 우상을 완벽하게 해체한 지적 투쟁의 결과물입니다.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화해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신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짜 위로와 무조건적인 긍정 압박에 깊은 피로감을 느끼는 트라우마 생존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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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보는 변호사 - 전직 검사가 법전 대신 만세력부터 펼친 이유
안종오 지음 / 노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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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사주를 본다니 기묘한 동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20년간 검찰 요직을 거치며 논리와 증거로 사람의 죄를 가려내던 『사주 보는 변호사』 저자 안종오 변호사는 왜 만세력을 펼치게 되었을까요?


법은 이미 벌어진 일의 시시비비를 가릴 뿐이지만, 명리학은 앞으로 다가올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 알려주는 전략적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차가운 기록 너머의 뜨거운 인간사에 천착해온 저자의 시선을 따라, 우리 인생의 사계절을 지혜롭게 건너는 법을 배워봅니다.


안종오 변호사가 사주 명리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꽤 현실적입니다. 사기 사건을 수사하며 '사람들은 왜 똑같은 패턴으로 속고, 왜 특정 시기에 몰락하는가'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더불어 법정에서 완벽한 증거를 가지고도 패소하거나, 법적으로는 승소했음에도 삶이 처참하게 망가지는 이들을 목격하며 법과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운(運)의 영역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저자는 사주를 신비주의의 영역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에너지의 기상청으로 활용합니다. 2년 동안 팔리지 않던 아파트가 단 3일 만에 임자를 만나는 현상을 단순히 우연으로 보지 않습니다. 소유자의 운 흐름과 공간의 기운이 맞물리는 문서운의 타이밍으로 읽어냅니다.


"사주는 내가 이번 생에 받은 ‘에너지의 예산안’이며, 개운은 그 예산을 어디에 효율적으로 집행할지 결정하는 주권자의 선택이다."


사주는 결정된 미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도구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예산을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하는 경영 전략이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관재수가 들어온 시기에는 억지로 소송을 끌기보다 합의를 모색하고, 대운이 바뀌는 전환기에는 확장보다 내실을 기하는 것. 이것이 바로 변호사가 제안하는 인생 방어권의 핵심입니다.


사주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재물. 저자는 "내 사주에 재성이 많으니 부자가 되겠지?"라는 식의 평범한 접근을 버리고, 재물운을 버는 실력과 지키는 팔자로 구분합니다.





수백억 원대 비즈니스 계약을 앞두고 사주의 경고를 읽어내 사기를 면한 CEO의 사례는 흥미롭습니다. 겉보기엔 화려한 계약 조건이었지만, 당사자의 운로(運路)에는 재물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탈재(奪財)의 기운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사주가 탐욕에 눈먼 우리에게 던지는 빨간 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도 단순히 입지 분석에만 매몰되지 말 것을 권합니다. 문서운과 재물운의 정교한 조합이 맞지 않을 때 무리하게 집을 사면, 그것은 자산이 아니라 족쇄가 됩니다. 저자는 각자의 사주에 맞는 부의 크기와 그 창고가 열리는 시기가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무시하고 속도를 내는 것이 모든 경제적 비극의 시작이라고 짚어줍니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이혼 소송을 지켜본 그는 파경의 원인이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서로의 결을 이해하지 못한 태도에 있다고 진단합니다. 궁합을 보는 진정한 목적은 상대의 결핍을 내가 어떻게 채워줄지 혹은 나의 강한 기운이 상대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지 미리 살피는 공존의 기술을 익히는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저자는 관계의 파열음을 운명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주라는 지도를 통해 서로의 취약 지점을 파악하고, 그곳에 보일러를 놓아주거나 그늘막을 쳐주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이야기합니다.


취업과 승진, 자녀 교육에 대한 내용도 흥미진진합니다. 최근의 채용 트렌드와 명리학적 식상(食傷) 에너지를 연결 짓는 대목도 놀랍습니다. 지식은 풍부하나(인성 발달) 이를 밖으로 표출하는 힘(식상)이 부족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는 수험생에게, 저자는 공부 시간을 줄이고 스피치를 연습하라는 처방을 내립니다. 이것이 바로 기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물상대체의 현대적 해석입니다.





아이의 사주에 강한 살(殺)의 기운이 있다면, 그것을 사람을 살리는 칼(의사)로 쓸 것인지, 법의 칼(법조인)로 쓸 것인지는 아이의 기질이 관성(규율) 중심인지 식상(창의) 중심인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 깊었습니다. 진로는 단순히 성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에너지를 쓸 때 가장 행복하고 유능해지는가를 찾는 과정임을 저자는 법조인의 신중함으로 들려줍니다.


사주에 특정 오행이 없거나, 초년 운이 지독하게 꼬였던 이들에게 저자는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사주에 없는 글자가 오히려 그 사람을 성장시키는 절실함의 동력이 된다고 말합니다. 인성이 없는 사람이 10년 넘게 타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스스로 사랑을 배우면, 타고난 사람보다 더 깊은 인성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저자는 대운이 들어오는 신호를 인생의 장르가 바뀌는 순간에 비유합니다. 멜로드라마였던 인생이 갑자기 액션 활극으로 변할 때, 당황하지 않고 그 장르에 맞는 옷을 갈아입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주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안종오 변호사가 말하는 사주는 숙명론적 굴레가 아닙니다.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전략을 짜게 만드는 이성적인 학문입니다. 자신의 기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인생의 하락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배우고 싶은 모든 분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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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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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정말 안타깝네요" 혹은 "너무 축하드려요"라는 말을 내뱉고 뒤돌아서서 공허함을 느낀 적이 없으신가요? 80여 년 전 알베르 카뮈가 세상에 내놓은 문제적 인물, 뫼르소는 거짓 감정의 연기를 거부했습니다.


부조리 철학의 정수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세상의 관습적 도덕과 충돌하며 파멸해가는 과정을 다룹니다. 리프레시판 『이방인』은 감각적인 흑백 일러스트를 통해 작품의 독특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잘 드러냅니다.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알베르 카뮈. 아버지를 전쟁터에서 잃고 청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함께 궁핍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카뮈의 인생은 찬란한 지중해의 빛과 죽음의 그림자가 공존하는 모순 그 자체였습니다.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폐결핵이라는 질병으로 꿈을 접어야 했고, 철학자 장 그르니에를 만나며 사유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정치적 추방을 겪기도 하고,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프랑스 해방 운동에 참여하는 등 치열한 삶을 살았습니다.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지만, 정작 본인이 "가장 부조리한 죽음"이라 말했던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한 그의 생애는 그 자체로 하나의 부조리극과도 같습니다.


소설의 포문은 문학사상 가장 논쟁적인 문장으로 열립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패륜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뮈가 창조한 뫼르소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그는 단지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기를 거부하는 인물일 뿐입니다.





장례식장에서는 눈물을 흘려야 하고, 부모의 죽음 앞에서는 무너져야 하는 게 정상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뫼르소는 요양원에서 온 전보의 날짜가 어제인지 오늘인지가 사실관계로서 중요할 뿐, 그것을 슬픔의 크기로 환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 노동에 대한 카뮈 식의 원형적 저항입니다. SNS에 올릴 슬픈 사진을 고르는 우리보다 어쩌면 뫼르소가 훨씬 더 투명한 영혼을 가진 것은 아닐까요?


그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도, 시신을 확인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장례식을 마친 바로 다음 날, 해변에서 전 직장 동료인 마리와 데이트를 하고 희극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후 뫼르소는 이웃인 레몽의 치정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레몽은 아랍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었고, 뫼르소는 그와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그들을 뒤쫓아온 아랍인들과 마주칩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아랍인이 든 칼날의 번뜩임에 압도된 뫼르소는 권총으로 아랍인을 사살합니다.


뫼르소가 겪은 감각의 폭주는 태양 때문입니다. "햇볕, 가죽과 말똥 냄새, 니스 냄새와 향 냄새, 그리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피로가 뒤섞여 시야와 생각을 흐리게 했다."라든가 "나는 오직 이마 위에서 울려 퍼지는 태양의 징 소리와, 여전히 내 앞에서 번뜩이는 칼날의 섬광만을 희미하게 느낄 뿐이었다. 불타는 칼날이 속눈썹을 파고들며 아픈 눈을 찌르는 듯했다 그 때 모든 것이 흔들렸다."라고 말이죠.


카뮈는 인간이 얼마나 환경과 우연에 취약한 존재인지를 드러냅니다. 뫼르소의 총신이 흔들린 것은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 우주적 부조리와 개인의 감각이 충돌한 찰나의 사고였던 셈입니다.


『이방인』의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부조리를 다룹니다. 검사는 뫼르소의 살인 행위 자체보다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 다음 날 여자친구 마리와 수영을 하고 희극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에 더 집착합니다.


법과 도덕이라는 이름의 사회 체계가 사실은 개별 인간의 진실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이라는 대본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를 심판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뫼르소는 살인자라서 사형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슬퍼하는 아들의 연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카뮈는 서문에서 뫼르소에게 씌워진 오해를 끄집어냅니다. 뫼르소는 죽음을 앞두고도 끝내 자신의 진실(거짓 감정을 연기하지 않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거짓말하기를 거부한다. 거짓말이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아니 무엇보다도,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일이며, 인간의 마음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일이다."라고 말이지요.


뫼르소는 그 '조금 더 말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라는 성벽 밖으로 밀려난 이방인이 됩니다. 우리가 적당한 감정적 타협에 얼마나 안주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뫼르소의 행보를 목격하다 보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상동기범죄의 가해자가 떠오르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태양 때문에 죽였다는 뫼르소의 답변이 그저 무책임한 가해자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뮈는 범죄보다 더 위험하게 취급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사회적 기대에 맞춰 슬퍼하지 않는 태도. 『이방인』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가 한 인간을 심판하는 방식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연기하느라 잃어버린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지, 사회가 규정한 정답이 과연 나의 진실보다 중요한지 묻고 있는 『이방인』.


하지만 뫼르소처럼 태양 아래에서 온전히 눈을 뜨고, 세계의 부조리를 기꺼이 껴안아 볼 자신은 솔직히 서지 않습니다. 마음으로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단 한 번뿐인 인생의 주인공으로 남고 싶으면서도 말이지요. 생각할수록 이 괴리 또한 참 부조리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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