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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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존 엘리지의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국경선들이 얼마나 우연적이고 자의적인 산물인지에 대한 놀라움이었습니다. 지도 위의 얇은 선 하나에 수천 년의 권력과 전쟁, 정체성과 분열의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매혹적입니다.


"어떤 경계도 필연적이거나 영원하지 않다. 경계는 자의적이며 우연적인 결과물이고, 많은 경우 단 한 번의 전쟁이나 조약, 혹은 지친 유럽인 몇 명의 결정이 달랐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저자 존 엘리지는 도시 전문 웹사이트 CityMetric을 창간하고, 지도와 경계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 Skyline을 기획하고 진행해온 영국의 저널리스트입니다. 경계선이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인상 깊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최초 국경부터 시작하여, 만리장성의 통합적 역할, 그리고 유럽이 아시아와의 구분을 위해 설정한 대륙의 선까지. 초기 역사 부분에서 저자는 경계가 물리적 방어막을 넘어서 정체성 형성의 도구였음을 보여줍니다. 지리적 경계가 문화적 우월감과 어떻게 결합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칭기즈칸의 개방 국경 정책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혁신적입니다. 경계를 폐쇄의 도구가 아닌 소통의 통로로 활용했던 몽골 제국의 사례는 경직된 국경 개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합니다.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와 중동에 그어놓은 무책임한 경계선들에 대한 분석은 익히 들어본 바 있을 겁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의미 없이 조각 내고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무시한 채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저자는 경계선이 어떻게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결속을 파괴하고 인위적인 분열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줍니다.


사이크스피코협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1916년 중동을 자로 긋듯 나눈 이 비밀 협정은 민족, 종교, 언어를 무시한 채 오직 제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었고, 현재까지도 중동의 복잡한 분열 구조를 낳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분단을 다룬 챕터도 등장합니다. 저자는 "K-팝과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내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 남한과, 고립적이고 공산주의적이면서도 신정체제적인 북한, 그리고 두 국가를 가르는 국경선은 북위 38도선을 따라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라며 한반도 국경에 대한 흔한 오해부터 짚어줍니다.


한반도를 가르는 38선의 형성 배경과 실제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현실, 그리고 동서 냉전의 상징이 된 베를린 분단의 이야기는 경계가 불러온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극명히 보여줍니다. 


저는 이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는 현대적 경계 개념의 확장이 특히 신선했습니다. 배타적 경제수역, 위성 궤도 배치 경쟁, 달의 안전지대를 둘러싼 외교적 수사까지 인류는 경계의 개념을 우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1967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서명한 우주조약은 우주 탐사를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인류 전체의 영역'으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평화적 목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한 정의를 제시하지 않았기에 그 가치가 제한적이다"라며 이런 이상적인 조약도 결국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저자는 경계선들이 인간의 야망과 불안은 물론 경계 너머를 두려워하는 나약함까지 반영한 사회적 구조물이라고 정의합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사례를 통해서는 도시 내부에서도 작동하며 확장과 축소, 인종 차별과 경제적 배제가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확장에 대한 집착과 탐욕, 그리고 인종 차별과 배제의 심리가 어떻게 도시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이제 지도 바깥을 상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껏 그려온 선들은 어디까지 유효하며, 앞으로 어떤 기준과 가치로 새로운 경계를 그려나가야 할까요? 


"처음 보는 공존의 지도를 만들 수도, 긴 시간 이어져온 분열의 지도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라고 말합니다. 기술과 자본이 맞물리는 현대에서 경계는 더 이상 지도 위에 그려진 선에 머무르지 않고, 첨예한 전선이자 미래를 향한 주도권 싸움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히말라야 국경을 둘러싼 인도와 중국의 충돌, 예루살렘과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지도 저변에 흐르는 지정학의 숨은 규칙을 읽어내야 합니다.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해독 능력을 기르는 데 유용한 책입니다. 47개 경계의 탄생과 변화를 통해 역사, 자원, 안보, 정체성이 교차하는 실질적 힘의 경계가 어떻게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지 보여줍니다. 경계선에 숨겨진 인류 욕망을 엿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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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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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국 예능계의 전설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낸 김영희 PD가 이번엔 여행 작가로 변신했습니다. 『양심 냉장고』,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나는 가수다』 등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그의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바로 여행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짐 챙겨>는 웃음을 선사하는 여행 에세이를 넘어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철학적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스타 예능을 만든 예능 PD를 넘어 세상이라는 드넓은 무대에서 인생의 찐 재미를 캐내고 기록한 유랑자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1부 ‘웃지 못할 게 뭐 있어?’에서는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여행담들로 가득합니다. 네팔의 수도승과 복채를 두고 벌이는 눈치싸움이나, 케냐에서 비비 원숭이들에게 간식을 털리는 에피소드 등 이런 유쾌한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매력 있습니다. 일상을 비트는 유머의 힘을 만나게 됩니다.





김영희 PD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현장감을 더합니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의 여행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호텔 키를 잃어버려 모래 마당에서 노숙하게 된 상황에서 김영희 PD는 모래 마당 한가운데에 천 쪼가리들을 깔고 눕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곤란한 상황이 이내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별빛이 눈꽃처럼 쏟아져 내렸다"라는 경이로운 순간으로 바뀝니다. 인생의 곤란함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가져다준 겁니다.


그의 여행 철학은 영국에서의 경험담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엄숙한 순간일수록 오히려 반전이 일어나는 영국식 유머는 이 사고의 말랑말랑함에서 연유한다"라며, 어떤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삶의 여유가 부러웠다고 고백합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웃음이 아니라, 삶의 여유에서 나오는 진정한 유머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2부 '짐 챙겨, 그냥 떠나자!'에서는 여행이 어떻게 창조적 영감과 일상의 혁신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낸 김영희 PD의 이력을 보면, 그의 창조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집니다. 책에서 엿볼 수 있는 힌트는 여행에서 마주한 낯선 일상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그에게 새로운 시각과 창조적 영감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파나마에서의 경험담은 특히 인상적이다. 공항에서 파나마 해트를 사려다가 놓친 상황에서 그는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때 해야 한다.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다"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판단력과 결단력은 방송계에서 혁신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의 바탕이 됩니다.


히말라야 해발 4,300미터에서 목욕을 하면서는 "어쨌든, 닥치면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얻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실제로 부딪히면 해낼 수 있다는 인생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김영희 PD는 여행의 의미를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뜨려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휴식이나 관광을 넘어 자기 성장의 도구로 보는 관점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몸을 던질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인생엔 옆으로 난 길도 많다는 깨달음을 주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즐기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우리는 대체로 정해진 길만 따라가려고 하지만, 때로는 옆길로 빠져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짐 챙겨>는 세상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행위에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먹고, 그냥 운동하고, 그냥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해볼 만하다"라며, "이유 없이 그냥 하는 것, 웬만한 용기 없이는 감히 엄두도 못 내겠지만, 가끔은 세상이 만든 길에서 벗어나 볼 필요도 있다. 당신은 자격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 혹은 SNS에 올릴 멋진 사진을 찍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각을 얻고, 그것을 일상으로 가져와 더 창조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짐 챙겨>.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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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트렌드 아카이브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 트렌디한 효과부터 최신 AI 기능까지 디자인 실무 감각 트레이닝
김혜주 지음 / 제이펍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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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82가지 실무 예제로 익히는 트렌드 감각 트레이닝 <디자인 트렌드 아카이브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안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건 아닙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능을 달달 외워도 뭔가 아쉽다는 피드백을 받기 일쑤라면? 도구와 결과물 사이의 그 미묘한 간극, 바로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김혜주 작가는 멋있고 예쁜 것들이 좋아서 디자인 유학길에 올랐지만, 툴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고생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치열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실무 노하우를 쌓아 올렸습니다.


현재 30개 이상의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하며 인스타그램 '시크릿 아카이브' 계정으로 16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이력은 실제 시장에서 검증받은 디자인 감각의 증명서나 다름없습니다.


매달 진행하는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실무 강의에서 쌓은 교육 경험까지 더해져 이 책은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의 관점에서 잘 쓰였습니다. 결과물을 한눈에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목차부터 실용적입니다.





먼저 포토샵으로 풀어내는 이미지 마법, 기초에서 AI까지 포토샵을 활용한 38가지 예제가 등장합니다. 3분 만에 초간단 목업 제작하기부터 생성형 AI로 미래 도시 포스터 만들기까지, 기초 스킬과 최신 트렌드를 조화시켰습니다.


목업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목업 템플릿이 아쉽다면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원근감까지 살리는 목업 제작하기나 주름까지 살린 리얼한 티셔츠 목업 만들기 등의 예제를 통해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합성과 보정 기능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자연스러운 합성 연출하기부터 오래되고 손상된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기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작업을 다룹니다. 작가가 강조하는 건 자연스러움입니다.


브러시 활용 파트도 배워봅니다. 빛 브러시로 팝 아트 무드의 칵테일 이미지 연출하기, 구름 브러시로 초현실적인 인물 연출하기 등 똑같은 브러시 도구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드를 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툴의 기능을 아는 것과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실감하게 됩니다.


AI 관련 예제들도 도움 됩니다. 생성형 AI로 촬영 없이 제품 목업 만들기나 생성형 채우기로 콜라주 느낌의 앨범 커버 만들기 등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AI를 창작 과정의 파트너로 활용해 보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파트는 44가지 예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선과 드래그로 시작하는 Pen Tool 기초부터 시작해서 패키지 디자인, AI로 완성하기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디자인 완성도를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입니다.


볼드하고 감각적인 텍스트 스티커 만들기, 손으로 쓴 것 같은 나만의 타이포그래피 만들기 등 글자를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닌 시각적 요소로 활용하는 타이포그래피 섹션도 흥미롭습니다.


입체적인 느낌의 감성 그라디언트 레터링이나 아이소메트릭 제품 아트 워크 만들기 등의 예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디자인 언어로서의 활용법을 짚어줍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도 보여줍니다. 클래식한 감성, 하프톤으로 완성하는 빈티지 포스터나 그레인 효과로 깊이감 있는 풍부한 무드 만들기는 레트로 트렌드에 담긴 미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디자인 감각을 기르는 메타 인사이트 <디자인 트렌드 아카이브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기술적 튜토리얼을 넘어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다루는 마지막 장에서는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폰트 조합의 중요성, 디자인을 완성하는 영감 한 스푼, 놓쳐서는 안 되는 디자인 원칙 10가지, 색상 조합의 중요성 등 트렌드를 읽는 눈과 실무를 관통하는 통찰을 배워보세요.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유용합니다. 82가지 예제는 현재 디자인 업계의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아카이브 역할을 합니다.


예제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 기법을 쓰면 좋은지에 대한 맥락을 풀어내고 있어 기초적인 도구 사용법부터 고급 테크닉, 그리고 디자인 철학까지 역량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기초는 알지만 늘 비슷한 결과물에서 벗어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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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 - 메이지 유신부터 패전까지, 근대 일본의 도약과 몰락을 돌아보다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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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남아있습니다. 독도 문제, 과거사 갈등, 역사 인식의 충돌까지.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의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는 감정보다 성찰을, 규탄보다 통찰을 택한 역사 읽기를 통해 근대 일본사를 재조명합니다.


메이지 유신부터 태평양전쟁의 패전, 일본이 어떻게 근대국가로의 전환을 이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합니다. 일본사의 재서술을 넘어 '한국인의 눈으로 본' 일본사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일본을 통해 한국을 보고, 과거의 선택들이 오늘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질문합니다.





1부는 페리 제독의 흑선이 일본 앞바다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메이지 유신이라는 근대 일본의 핵심 변곡점까지의 과정을 다룹니다. 이 시기의 일본은 외세의 압박 앞에서 수세적으로 반응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국가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체제를 전환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도약이 동아시아에 치명적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선택의 구조와 동력을 냉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흥미로운 장면은 페리가 떠난 후 아베 마사히로의 개혁입니다. 바다에서 물고기나 건져 올려서는 나라의 명줄까지 내놓아야 하는 세상이 됐다는 걸 간파한 그는 나가사키에 해군학교를 세웁니다. 해양력의 중요성을 얼마나 빨리 깨달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근대화의 첫걸음이 단순한 제도 수입이 아니라 위기의 구조를 읽는 정치 감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짚어줍니다.


요시다 쇼인과 사카모토 료마 같은 인물들의 대비 또한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요시다 쇼인이 메이지 유신의 과격한 이상주의, 광신적 민족주의를 대표한다면, 사카모토 료마는 명민한 현실주의와 평화주의를 상징한다고 평합니다.


일본 내에서도 사상의 스펙트럼이 존재했으며 메이지 유신이 단일한 민족주의로만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저자는 아베 신조가 요시다 쇼인을, 손정의가 사카모토 료마를 좋아한다는 흥미로운 비교를 통해 현재 일본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두 가지 경향을 보여줍니다.





2부는 근대의 초입에서 조선과 일본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비교 분석합니다. 대원군의 개혁과 메이지 유신, 김옥균과 이토 히로부미, 강화도조약과 일본의 통상조약의 차이를 통해 두 나라가 어떻게 다른 길을 걸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시기 일본은 누구에게 권력이 가든 시스템의 방향이 분명한 반면, 조선은 리더십의 진공지대에 빠졌다는 통찰은 역사라는 것이 인물보다 구조의 산물임을 알려줍니다.


강화도조약과 김옥균의 망명, 갑신정변 등을 통해 조선이 근대를 어떻게 오해했는지를 조명하면서 일본의 도약이 단지 군사력의 산물이 아닌 문화적 상상력과 정치의지의 결과였음을 설명합니다.


특히 정한론의 등장을 자폐적 자기인식에서 비롯된 몽상의 정치화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현재 일본 사회의 일부 극우 세력들이 보이는 행태와도 연결됩니다. 콤플렉스가 어떻게 공격적 대외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역사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부에서는 제국주의로의 질주, 침략 전쟁, 패망 그리고 전후 복구 과정까지를 다룹니다. 조선을 비롯한 식민지에 대한 일본 내부의 인식과 전략적 접근을 짚어줍니다.


조선 내부에도 근대적 요소가 축적되고 있었다며, 일본은 이러한 조선을 단지 식민지로만 본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적 도전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겁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거치며 일본은 점점 물리적 힘만으로는 지배를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일본은 흩어진 모래알 같은 중국인들에게 ‘내셔널리즘’을 선물했다"라는 표현은 침략이 역설적으로 상대방의 민족주의를 각성시키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전후 사과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입니다. 저자는 반복된 사과에도 한국인이 여전히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망언과 엘리트 정치인들의 태도에서 찾습니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 식민지시대에 일본은 좋은 일도 많이 했다, 전쟁터의 위안부는 필요한 제도였다 등의 발언이 공식 사과를 무력화시키는 정치적 모순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는 분노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유하게 만듭니다. 규탄보다 분석, 도덕보다 전략, 단절보다 맥락. 역사란 과거의 도덕적 심판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인식의 구조임을 이야기합니다.


메이지 유신을 가능케 한 일본 사회의 토양과 그것이 어떻게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오늘날의 외교와 역사 갈등까지 이어지는 타임라인을 박훈 교수는 그려냅니다. 방대한 자료와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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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기름의 배신 - 의사도 속은 건강의 적 8가지 기름의 진실과 식단 해독 혁명
캐서린 섀너핸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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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식물성 기름은 오랫동안 건강한 지방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생화학자 출신의 캐서린 섀너핸 박사는 우리 식탁 위에 오른 그 무색무취의 액체가 사실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식탁 위에 감춰진 산업의 음모와 의학계의 맹점을 추적하는 고발서이자 회복의 가이드를 겸한 책입니다.


당신의 주방에는 얼마나 많은 식물성 기름이 있나요? 카놀라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면실유, 대두유, 홍화유, 옥수수기름, 미강유. 이름만 들으면 익숙한 이 8가지 식물성 기름은 실제로는 40회가 넘는 공정을 거쳐야만 제조되는 고도불포화지방산(PUFA)의 결정체라고 합니다.


무색무취하며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의 30%를 차지하는 은밀한 위험 요소라고 합니다. 열과 산화에 취약하며 체내에 들어오면 세포막을 공격하고, 인슐린 저항을 유발하며 염증의 씨앗이 됩니다.


그 결과는 비만, 피로, 고혈압, 우울증, 알츠하이머까지 광범위합니다. 건강을 위해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기름을 택했던 사람들, 오히려 그 선택이 당신의 뇌와 면역계를 서서히 침식시켜왔다는 충격적 진실이 드러납니다.


범죄 현장을 추적하는 탐정의 시선처럼 전개됩니다. 도대체 왜 현대인은 끊임없이 아플까요?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피로, 두통, 체중 증가, 우울감, 피부 트러블. 대부분은 스트레스나 나이 탓으로 넘기지만, 저자는 이 증상들의 공통된 연결고리를 식물성 기름에서 찾아냅니다.


생화학자의 관점에서 이들 기름이 어떻게 체내 세포의 대사를 방해하고, 장기적으로 신경계와 호르몬계에 혼란을 초래하는지 설명합니다. PUFA는 대사 효율을 떨어뜨리고,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느리게 만들며, 그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유발해 만성 염증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PUFA는 뇌세포의 막에도 침투해 정보 전달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인지 기능 저하, 우울증, 집중력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진실을 가장 나중에 알게 된 집단은 의사들입니다. 의과대학에서는 식물성 기름의 유해성에 대해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양학 교과서, 의료 가이드라인, 환자 지침서 모두가 산업의 영향 아래 놓여 있기에 의사들조차도 식물성 기름을 안전하다고 믿어왔습니다.


캐서린 섀너핸 박사는 이처럼 의학 교육이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를 파고듭니다. 정제된 씨앗 기름이 건강을 파괴하는 과정을 알면서도 침묵한 과학계, 연구 자금의 출처가 특정 업계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적 맹점, 그로 인해 건강한 지방이라는 포장이 유지되어 온 현실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탓해왔던 건강상의 문제들이 사실은 식품 산업 구조 안에서 기획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킵니다. 불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기름들이 공장에서만 쓰이던 산업용 윤활유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이 모든 기름이 어떻게 식탁 위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전쟁 후 잉여 농산물 처리 방안으로 시작된 식물성 기름 산업은 곧이어 영양학계를 포섭하며 콜레스테롤 악마화 전략을 통해 동물성 지방을 몰아냅니다. 그 자리에 식물성 기름이 들어온 것 과학의 발전이 아니라 철저한 산업 전략이었습니다.


앤설 키스(Ancel Keys), 미국심장협회, 곡물기업들의 로비스트. 유명한 이 인물들과 단체들이 어떻게 데이터를 조작하고 건강 지침을 왜곡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2주 해독 플랜을 소개합니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정제된 씨앗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고, 동물성 지방과 전통 발효 식품을 다시 식탁에 올리는 방식입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으로의 극단적 전환이 아닌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대안입니다.


저도 선물세트에 들어있던 식물성기름을 가끔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계란프라이 해먹을 때 이제는 버터를 사용하는데 맛도 훨씬 좋습니다. 앞으로는 집에서만큼은 전통적인 지방인 버터, 기(ghee)버터, 정제되지 않은 코코넛오일 등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건강 정보의 소비자로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속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정보의 부재가 아니라 정보의 편향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저자는 매일의 선택이 어떻게 내 몸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몸의 회복력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식단 해독을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매일 먹던 식물성 기름이 만성질환 제조기였다니 놀랍습니다. 특히 의료산업복합체와 식품산업 간의 이해관계를 파헤치는 부분은 마치 식품업계의 《침묵의 봄》을 읽는 듯한 충격을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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