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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국 예능계의 전설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낸 김영희 PD가 이번엔 여행 작가로 변신했습니다. 『양심 냉장고』,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나는 가수다』 등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그의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바로 여행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짐 챙겨>는 웃음을 선사하는 여행 에세이를 넘어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철학적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스타 예능을 만든 예능 PD를 넘어 세상이라는 드넓은 무대에서 인생의 찐 재미를 캐내고 기록한 유랑자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1부 ‘웃지 못할 게 뭐 있어?’에서는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여행담들로 가득합니다. 네팔의 수도승과 복채를 두고 벌이는 눈치싸움이나, 케냐에서 비비 원숭이들에게 간식을 털리는 에피소드 등 이런 유쾌한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매력 있습니다. 일상을 비트는 유머의 힘을 만나게 됩니다.

김영희 PD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현장감을 더합니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의 여행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호텔 키를 잃어버려 모래 마당에서 노숙하게 된 상황에서 김영희 PD는 모래 마당 한가운데에 천 쪼가리들을 깔고 눕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곤란한 상황이 이내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별빛이 눈꽃처럼 쏟아져 내렸다"라는 경이로운 순간으로 바뀝니다. 인생의 곤란함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가져다준 겁니다.
그의 여행 철학은 영국에서의 경험담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엄숙한 순간일수록 오히려 반전이 일어나는 영국식 유머는 이 사고의 말랑말랑함에서 연유한다"라며, 어떤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삶의 여유가 부러웠다고 고백합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웃음이 아니라, 삶의 여유에서 나오는 진정한 유머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2부 '짐 챙겨, 그냥 떠나자!'에서는 여행이 어떻게 창조적 영감과 일상의 혁신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낸 김영희 PD의 이력을 보면, 그의 창조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집니다. 책에서 엿볼 수 있는 힌트는 여행에서 마주한 낯선 일상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그에게 새로운 시각과 창조적 영감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파나마에서의 경험담은 특히 인상적이다. 공항에서 파나마 해트를 사려다가 놓친 상황에서 그는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때 해야 한다.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다"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판단력과 결단력은 방송계에서 혁신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의 바탕이 됩니다.
히말라야 해발 4,300미터에서 목욕을 하면서는 "어쨌든, 닥치면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얻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실제로 부딪히면 해낼 수 있다는 인생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김영희 PD는 여행의 의미를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뜨려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휴식이나 관광을 넘어 자기 성장의 도구로 보는 관점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몸을 던질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인생엔 옆으로 난 길도 많다는 깨달음을 주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즐기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우리는 대체로 정해진 길만 따라가려고 하지만, 때로는 옆길로 빠져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짐 챙겨>는 세상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행위에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먹고, 그냥 운동하고, 그냥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해볼 만하다"라며, "이유 없이 그냥 하는 것, 웬만한 용기 없이는 감히 엄두도 못 내겠지만, 가끔은 세상이 만든 길에서 벗어나 볼 필요도 있다. 당신은 자격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 혹은 SNS에 올릴 멋진 사진을 찍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각을 얻고, 그것을 일상으로 가져와 더 창조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짐 챙겨>.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