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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성원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혹은 "내 인생에 어떤 거대한 목적이 있긴 한 걸까?" 오늘도 갓생을 살기 위해 분투하지만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에 발목 잡혀본 적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핀란드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프랑크 마르텔라는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를 통해 시원한(어쩌면 서늘한) 진실을 던집니다. "미안하지만, 우주적 차원의 거대한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이 책은 무의미라는 벼랑 끝에서 우리가 어떻게 가장 단단하고 고유한 나만의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입니다. 프랑크 마르텔라 저자는 핀란드 알토 대학의 연구자이자 <세계행복보고서>를 집필한 전문가로, 현대인의 실존적 공허를 어루만져 왔습니다. 인생 안에서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만나보세요.
우리가 겪는 존재의 하찮음을 드러냅니다.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독특한 능력인 성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지만,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개개인의 존재는 먼지보다도 작습니다. 내 인생이 아주 소중하다는 기분과 그 기분의 근거를 대지 못할 수 있다는 앎 사이의 불일치가 바로 부조리함의 정체라고 합니다. 철학자 토드 메이는 이를 "의미를 찾는 우리와, 그걸 내주지 않으려는 우주와의 대결"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이 하찮고, 영원하지 않으며, 그 안에 있는 모든 가치와 목표가 자의적이라고 느낄 때, 우리는 부조리함과 스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무의미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고 역설합니다.
모든 것이 미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하겠지만, 우주가 침묵하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서사를 써 내려갈 저자의 권한을 획득하게 되는 겁니다.
현대 사회의 행복 강박을 비판합니다.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행복은 충분히 좋은 경험이지만, 그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풍요로움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이죠.

단순히 도파민이 솟구치는 쾌락적 행복이 아니라, 때로는 고통스럽더라도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의미를 지향할 때 인간은 비로소 실존적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겁니다.
니체가 선언했듯 신이 죽고 과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우리는 설명서 없는 조립 키트를 받은 아이들처럼 당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낭만주의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네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라는 매혹적인 조언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내면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그곳이 텅 비어 있거나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뿐임을 깨닫고 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는 인생의 의미(Meaning OF Life)에서 인생 안에서의 의미(Meaning IN Life)로 시선을 옮기자고 합니다.
의미는 삶 밖에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기 삶의 일부인 의미 있는 경험들 속에서, 그리고 그것들을 탐색함으로써 의미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연극 전체의 주제를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지금 무대 위에서 내가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대사의 전율, 조명의 따스함을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의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천기누설이 아니라 매일 마시는 커피의 향기, 친구와의 시시껄렁한 농담, 업무를 마쳤을 때의 성취감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생 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현대 심리학의 자기결정이론 기반으로 네 가지 방법을 짚어줍니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 맺음, 그리고 선의입니다.
자율성은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잡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외부의 압박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나의 내면적 가치와 일치하는 선택을 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나다운 의미를 느낍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 숙달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효능감이 있습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경험은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의미의 섬에서 고립될 뿐입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이 살아날 때 삶은 비로소 색채를 띱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단순히 인맥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유대감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친사회적 행동인 선의에 대한 이야기도 와닿습니다. 남을 돕는 행위는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삶에 강력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내가 세상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믿음은 그 어떤 보상보다 강력한 심리적 동력이 됩니다.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는 인생을 바라보는 메타포를 바꾸라고 권합니다. 인생을 성공해야 할 프로젝트로 여기게 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작이 되고, 과정은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지루한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대신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라고 합니다.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때로는 비극과 갈등이 등장하지만 그 모든 장이 모여 하나의 고유한 서사를 이룹니다.
이 관점은 결과 지향적인 삶의 피로에서 구원해 줍니다. 실패조차도 내 이야기의 극적인 반전을 위한 소중한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당신 인생이라는 책의 저자로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저 남이 쓴 대본을 읽는 단역 배우입니까?
인생을 해치워야 할 과제로 느끼는 이들에게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삶을 제안하며,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경로를 제시하는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자, 이제 우주적 의미 같은 건 잊어버리고, 네 마음껏 이 무의미한 세상을 너만의 의미로 색칠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다정한 응원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