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컷 ONE CUT - 이미지로 설득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 전략
홍우림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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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살아남는 브랜드의 이미지 생존법 『원 컷』. 오늘날 우리는 이미지의 해일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우리의 망막을 스쳐 지나가는 브랜드의 개수는 수천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중 우리의 엄지손가락을 멈추게 하고, 뇌리에 잔상을 남기는 브랜드는 과연 몇 개나 될까요?


한국인 최초로 IPA 국제사진공모전 올해의 에디토리얼 작가로 선정된 홍우림 저자는 찰나의 순간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미지의 힘을 해부합니다. 카네기홀에 서고 세계 메이저 공모전에서 50회 이상 수상한 이력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시각 언어의 마스터임을 증명합니다.


브랜드가 1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대로 스킵 된다며 이제 브랜딩은 '말'의 영역을 넘어 '보는'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철학을 가졌어도 시각적으로 즉각 소통되지 않는다면, 그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콘텐츠에 공을 들였는데도 누구는 사람들에게 좋아요, 공유, 팔로워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나의 이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저자는 우리가 흔히 빠지는 무색무취형이나 광고형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고객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형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관점의 문제입니다.


홍우림 저자는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와 본인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비주얼 브랜딩을 위한 5가지 핵심 요소를 소개합니다. 욕망, 스타일, 스토리, 공명, 일관성입니다.


사람은 정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 변화될 자신의 모습을 삽니다. 저자는 제품의 상세 스펙을 나열하는 방식 대신, 고객이 느끼는 변화된 상태를 시각화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비포-애프터 이미지의 심리적 기제를 분석하며, 그것이 단순히 전후 비교가 아니라 고객의 결핍을 해결해 주는 희망의 이미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틱톡 광고 모델이 된 시니어의 사례를 통해, 나이라는 결핍을 열정이라는 욕망으로 치환하는 이미지의 힘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타일은 예쁜 장식이 아니라 인지의 설계입니다. 톤앤매너, 프레이밍, 컬러 시스템은 브랜드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초 공사입니다. 저자는 로고를 가려도 이 브랜드임을 알아보게 하는 힘이 진정한 스타일의 완성이라고 말합니다. 미세한 디자인 오류나 일관성 없는 이미지 배치가 브랜드의 신뢰도를 어떻게 갉아먹는지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습니다. Less, but better 원칙 아래, 복잡함을 덜어내고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비주얼 시스템 설계법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스펙보다 스토리에 더 열광합니다. 저자는 파타고니아가 왜 제주 해녀 다큐멘터리를 찍었는지, 스타벅스가 왜 매장 벽면에 브랜드의 역사를 전시하는지를 분석합니다. 그것은 제품을 파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저자가 국가보훈부와 함께 진행했던 6·25 참전용사 프로젝트 사례는 감동적입니다. 제복 입은 영웅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어떻게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국가적 자부심을 일깨웠는지 설명하며, 이미지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과 스토리의 힘을 실증합니다.


과거의 브랜딩이 일방적인 선포였다면, 지금은 상호작용의 시대입니다. 고객이 스스로 브랜드를 촬영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구조, 즉 팬들의 놀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자는 이를 PUSH & PULL 전략으로 설명합니다. 브랜드가 메시지를 밀어내는 것(PUSH) 만큼이나, 고객이 스스로 다가오게 만드는(PULL) 시각적 유혹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브랜딩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저자는 핫셀블라드나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같은 전설적인 브랜드들이 어떻게 수십 년간 자신들의 비주얼 자산을 축적해 왔는지 분석합니다. 일시적인 트렌드를 좇는 반짝 이미지는 결코 브랜드의 유산을 만들 수 없습니다. 시그니처 시리즈를 만들고, 브랜드 아카이빙을 통해 꾸준히 자기다움을 노출할 때, 고객은 비로소 그 브랜드를 신뢰하게 됩니다.


저자는 브랜딩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결과 중심의 거대 담론(A의 세계)과 인본주의와 공감을 지향하는 서사(B의 세계)로 나눈다면, 진정한 브랜딩은 B의 세계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유행을 따라 옷을 갈아입을 때, 끝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본질을 이미지로 기록한 이들입니다.


저자 홍우림은 사진가로서의 정체성을 브랜딩 전략과 결합하여 비주얼 브랜드텔링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 통찰에서 시작됨을 이야기합니다. 『원 컷』은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현대 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시각 언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이자 실전 지침서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저자의 미적 감각과 수많은 기업 컨설팅을 통해 축적된 전략적 데이터가 만나 비주얼 브랜드텔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이미지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브랜드에게 이 책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당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면 5가지 설계도를 따라가 보세요.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픽셀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을 향한 진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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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세계
야마자키 마리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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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정체성을 어디에 속해 있는가로 정의하곤 합니다. 전 세계적인 히트작 『테르마이 로마이』의 작가 야마자키 마리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14살 어린 나이에 독일과 프랑스로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17살에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가 11년간 유화를 전공한 이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입니다.


중동, 유럽, 남미를 거쳐 현재 미국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야마자키 마리는 특정 국가의 국민이기 이전에 경계 위에 서 있는 관찰자로서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를 인상 깊게 읽으며 이 저자를 눈여겨봤었는데 『문 너머의 세계』를 읽으며 삶의 태도를 선명하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삶은 늘 문을 여는 쪽이었습니다. 『문 너머의 세계』는 수십 년간 여러 나라의 문을 열고 닫으며 마주한 인연을 통해, 낯선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얻어낸 삶의 품격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야마자키 마리의 예술적 고향인 피렌체는 찬란한 르네상스의 유산만큼이나 지독한 가난과 고독이 공존하던 곳이었습니다. 작가는 예술학교 시절의 고뇌를 회고하며, 우리에게 표현자로서의 태도를 묻습니다.


표현자라는 호칭에 주목해봅니다. 화가, 만화가, 예술가라는 직업명이 아니라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는 결과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저자의 미학을 드러냅니다. 야마자키 마리에게 예술은 완성된 작품 이전에 삶을 대하는 자세이며, 이 자세는 타인에게서 배워집니다. 피렌체라는 도시가 특별한 이유는 르네상스의 유산 때문이 아니라 예술을 삶의 일부로 살아내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던 유학생 시절, 고대 로마의 정신을 이어가는 장인의 시선은 작가에게 단순하지 않은 위로를 건넵니다. 예술이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에 깃든 빛임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멋이 단순히 겉치레가 아니라,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에서 비롯됨을 포착합니다. 아르노 강변의 여치처럼 작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들의 일상은 야마자키 마리가 이후 그려낼 만화적 상상력의 튼튼한 토양이 됩니다.


작가는 타인을 만나는 행위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비유합니다. 요즘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창에 매몰되어 옆자리에 앉은 타자의 존재를 지워버리곤 하지만, 야마자키 마리는 그 불편한 접촉 속에 삶의 진실이 있다고 믿습니다.


완전한 우연 속에서 만나게 되는 타인이라는 존재는, 낯선 땅으로의 여행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생관이나 삶의 방식을 바꿀지도 모르는 요소를 품은 미지의 장대한 세계 그 자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타인을 자신만의 잣대로 재단하려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여러 인연을 통해 '이해'라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노동인지를 보여줍니다. 타인은 내가 가보지 못한 인생의 지도를 가진 이정표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는 곧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일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과 이탈리아 나폴리는 정체성의 혼란과 수용을 동시에 가르쳐준 공간입니다. 리스본의 낡은 아파트에서 만난 이웃들은 때로는 참견쟁이 같지만,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따뜻한 온기를 지녔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여성의 삶입니다. 어머니가 남편과 헤어지고도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원했던 것은, 한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시어머니 하루 씨를 진심으로 존경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관계를 통해 혈연보다 깊은 인간적 존경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전통적인 가부장제 질서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여성의 서사가 이어집니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문 너머로 탈출하려는 이들의 분투기입니다.


야마자키 마리의 시선은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방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각각의 독립된 문으로 대우합니다.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충돌을 외면하는 대신,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불꽃이 어떻게 우리의 고정관념을 태우는지 관찰하기도 합니다.





28편의 에세이를 마칠 무렵 작가는 우리에게 마지막 문을 열어 보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가 겹겹이 쌓인 마음의 지도입니다.


"지금까지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오며, 내 안에는 온갖 경험으로 수많은 문이 마련되어 왔다." - p154


야마자키 마리의 『문 너머의 세계』는 경계를 지우는 예술가의 시선이 얼마나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찬란한 기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삶의 품위는 타인의 눈동자 속에 담긴 우주를 발견할 줄 아는 겸손한 시선에서 시작됨을 작가 특유의 위트 있는 문장으로 써내려갑니다.


당신의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문 중, 오늘 당신은 어떤 문을 열어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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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삼국지 - 최태성의 삼국지 고전 특강
최태성 지음, 이성원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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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 큰별쌤 최태성의 『최소한의 삼국지』. 삼국지는 1,000명이 넘는 인물과 100년의 역사가 얽혀 있어 입문자가 끝까지 읽기 힘든 고전입니다. 최태성 저자는 역사 강사로서의 노하우를 발휘해 관도·적벽·이릉이라는 3대 대전을 축으로 삼국지의 핵심을 짚어줍니다.


삼국지는 수십 권의 두꺼운 분량과 수천 명의 인물 이름에 압도되어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최태성 저자는 역사를 단순히 죽은 과거의 나열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으로 승화시키는 독보적인 스토리텔러입니다. 700만이 열광한 최태성의 인생 전략 특강을 만나보세요. 단순한 요약본을 넘어, 인생의 전략서로서 보여줍니다.


복잡함은 빼고 흐름은 살렸습니다. 방대한 줄거리 중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사건만 엄선해, 한 번만 읽어도 삼국지의 전체 맥락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게 돕습니다.


어려운 한자어나 고어 대신 요즘 세대에게 익숙한 현대어로 풀어내어, 남녀노소 누구나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최고의 가독성을 자랑합니다.


삼국지는 사실 영웅들의 전쟁터라기보다 인간 군상의 전시장에 가깝습니다. 조조의 냉철함, 유비의 포용력, 제갈량의 치밀함 등 인물들의 심리를 역사 수업처럼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이를 통해 나는 조직에서 어떤 리더인가?, 나는 어떤 사람과 손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게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몰락해가는 한나라의 혼란 속에서 피어난 세 남자의 동맹, 도원결의입니다. 최태성 저자는 단순히 의리라는 프레임에 가두지 않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신뢰라는 유무형의 자산이 어떻게 거대한 기업(국가)의 기초가 되는지 분석합니다.


유비의 명분, 관우의 무력, 장비의 경제력이 결합한 형태를 일종의 완벽한 스타트업 팀 빌딩으로 묘사합니다. 이들과 대비되는 조조의 등장은 파격 그 자체입니다. 조조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전략가로 조명하며, 그가 어떻게 혼란스러운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를 평정해 나갔는지 설명합니다.


관도대전은 디테일과 실행력의 승리입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압도적이었던 원소가 왜 조조에게 패배했는지를 보며, 조직의 리더가 경계해야 할 자만심과 결정적 순간의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어서 유비라는 인물이 어떻게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듭나는지를 다룹니다. 그 중심에는 역사상 최고의 브레인, 제갈량이 있습니다. 저자는 삼고초려를 단순히 인재 영입 과정으로 보지 않고, 명확한 비전 공유의 과정으로 해석합니다.


비전이 없는 열정은 금방 식기 마련입니다. 제갈량은 유비에게 단순한 승리가 아닌, 삼국 시대를 여는 그림이라는 데이터 기반의 로드맵을 선사한 겁니다. 이 비전은 곧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인 적벽대전으로 이어집니다. 80만 대군을 거느린 조조에 맞서 유비와 손권이 손을 잡는 과정은 오늘날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를 연상시킵니다.


저자는 적벽대전의 승리 요인을 다양한 전문성의 결합으로 꼽습니다. 제갈량의 기상 예측, 주유의 전술, 방통의 기만책이 맞물려 거대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겁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협업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적벽대전 이후 삼국은 형주라는 노른자위 땅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입니다. 여기서 제갈량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조명합니다. 하지만 이 정교한 균형은 인물들의 감정 제어 실패로 인해 무너집니다. 관우의 죽음과 그에 따른 유비의 분노는 결국 이릉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삼국지를 절제에 관한 이야기라 본다면, 이 영웅들의 대서사시는 결국 ‘절제하는 자’와 ‘절제하지 못하는 자’의 대결 구도로 볼 수 있어요. (...) 아무리 강한 세력을 거느렸거나 인생의 정점에 섰다 해도 절제하지 않는 순간 몰락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삼국지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 아닐까요?" (「연합의 붕괴, 이릉대전」 중에서)


유비가 평생 쌓아온 인의(仁義)의 이미지가 복수심이라는 단 한 번의 절제 실패로 무너지는 과정은 교훈을 줍니다. "내 삶이 정도에 지나치지 않게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보고, 지나친 것이 있다면 제한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라는 저자의 조언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거인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는 제갈량의 고군분투를 다룹니다. 유비가 세상을 떠난 후, 제갈량은 불가능해 보이는 북벌을 단행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과 가치에 집중하는 리더의 모습을 만납니다.


제갈량의 북벌은 수치상으로는 실패였을지 모르나, 그의 숭고한 정신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출사표라는 단어로 남아 있습니다. 저자는 삼국지의 결말이 유비나 조조의 가문이 아닌 사마 씨의 진나라로 통일되는 허무한 끝이 아니라, 그 과정을 치열하게 살아낸 영웅들의 선택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최소한의 삼국지』에서는 복잡한 지형지물은 명확한 지도와 삽화로 시각화했습니다. 삼국지를 영웅들의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오늘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나의 이야기로 치환해 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조조처럼 냉철할 것인가, 유비처럼 포용할 것인가, 제갈량처럼 치밀할 것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토리텔러가 차려준 이 맛있는 고전 특강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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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성원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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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혹은 "내 인생에 어떤 거대한 목적이 있긴 한 걸까?" 오늘도 갓생을 살기 위해 분투하지만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에 발목 잡혀본 적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핀란드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프랑크 마르텔라는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를 통해 시원한(어쩌면 서늘한) 진실을 던집니다. "미안하지만, 우주적 차원의 거대한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이 책은 무의미라는 벼랑 끝에서 우리가 어떻게 가장 단단하고 고유한 나만의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입니다. 프랑크 마르텔라 저자는 핀란드 알토 대학의 연구자이자 <세계행복보고서>를 집필한 전문가로, 현대인의 실존적 공허를 어루만져 왔습니다. 인생 안에서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만나보세요.


우리가 겪는 존재의 하찮음을 드러냅니다.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독특한 능력인 성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지만,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개개인의 존재는 먼지보다도 작습니다. 내 인생이 아주 소중하다는 기분과 그 기분의 근거를 대지 못할 수 있다는 앎 사이의 불일치가 바로 부조리함의 정체라고 합니다. 철학자 토드 메이는 이를 "의미를 찾는 우리와, 그걸 내주지 않으려는 우주와의 대결"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이 하찮고, 영원하지 않으며, 그 안에 있는 모든 가치와 목표가 자의적이라고 느낄 때, 우리는 부조리함과 스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무의미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고 역설합니다.


모든 것이 미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하겠지만, 우주가 침묵하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서사를 써 내려갈 저자의 권한을 획득하게 되는 겁니다.


현대 사회의 행복 강박을 비판합니다.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행복은 충분히 좋은 경험이지만, 그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풍요로움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이죠.





단순히 도파민이 솟구치는 쾌락적 행복이 아니라, 때로는 고통스럽더라도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의미를 지향할 때 인간은 비로소 실존적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겁니다.


니체가 선언했듯 신이 죽고 과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우리는 설명서 없는 조립 키트를 받은 아이들처럼 당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낭만주의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네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라는 매혹적인 조언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내면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그곳이 텅 비어 있거나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뿐임을 깨닫고 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는 인생의 의미(Meaning OF Life)에서 인생 안에서의 의미(Meaning IN Life)로 시선을 옮기자고 합니다.


의미는 삶 밖에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기 삶의 일부인 의미 있는 경험들 속에서, 그리고 그것들을 탐색함으로써 의미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연극 전체의 주제를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지금 무대 위에서 내가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대사의 전율, 조명의 따스함을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의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천기누설이 아니라 매일 마시는 커피의 향기, 친구와의 시시껄렁한 농담, 업무를 마쳤을 때의 성취감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생 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현대 심리학의 자기결정이론 기반으로 네 가지 방법을 짚어줍니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 맺음, 그리고 선의입니다.


자율성은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잡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외부의 압박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나의 내면적 가치와 일치하는 선택을 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나다운 의미를 느낍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 숙달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효능감이 있습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경험은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의미의 섬에서 고립될 뿐입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이 살아날 때 삶은 비로소 색채를 띱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단순히 인맥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유대감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친사회적 행동인 선의에 대한 이야기도 와닿습니다. 남을 돕는 행위는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삶에 강력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내가 세상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믿음은 그 어떤 보상보다 강력한 심리적 동력이 됩니다.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는 인생을 바라보는 메타포를 바꾸라고 권합니다. 인생을 성공해야 할 프로젝트로 여기게 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작이 되고, 과정은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지루한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대신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라고 합니다.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때로는 비극과 갈등이 등장하지만 그 모든 장이 모여 하나의 고유한 서사를 이룹니다.


이 관점은 결과 지향적인 삶의 피로에서 구원해 줍니다. 실패조차도 내 이야기의 극적인 반전을 위한 소중한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당신 인생이라는 책의 저자로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저 남이 쓴 대본을 읽는 단역 배우입니까?


인생을 해치워야 할 과제로 느끼는 이들에게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삶을 제안하며,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경로를 제시하는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자, 이제 우주적 의미 같은 건 잊어버리고, 네 마음껏 이 무의미한 세상을 너만의 의미로 색칠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다정한 응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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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의 과학 - 방구석에서 우주까지, 유체역학은 어떻게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가?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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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먼지를 털어내고, 컵에 남은 커피 자국을 닦아내며, 샤워실의 습기를 쫓아냅니다. 그저 귀찮고 피하고 싶은 가사 노동일 뿐이지만, 송현수 박사의 시선은 다릅니다.


『청소의 과학』에서 청소는 노동이 아닙니다.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자연의 섭리에 맞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질서를 회복하려는 숭고한 기술적 투쟁입니다. 청소는 그래서 성격이나 부지런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의 문제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능력을 길러주는 가이드북입니다.


흐름의 과학이라는 유체역학 키워드로 일상의 말랑말랑한 과학을 탐구해 온 이야기꾼 송현수 박사가 전작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흐르는 것들의 역사』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통찰력이 이제 집 안 구석구석으로 향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공기가 답답해서 창문을 엽니다. 하지만 송현수 박사는 이를 유체의 압력 차를 이용한 공간 치환으로 설명합니다. 공기 분자는 멈춰 있지 않습니다. 미세먼지와 실내 오염 물질은 공기 흐름의 사각지대, 즉 데드 존에 고이게 마련입니다.





『청소의 과학』은 창문을 여는 행위를 넘어, 바람의 길목을 어떻게 설계해야 효율적으로 탁한 공기를 밀어낼 수 있는지 그 유체역학적 최적해를 제시합니다. 공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환기는 집이라는 유체 시스템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핵심 공정입니다. 청소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여기만 먼지가 쌓이는지 이상했는데, 이제 과학으로 답할 수 있습니다. 거실의 소파 밑이나 TV 뒤편에 먼지가 집중되는 것은 그곳의 기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정체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창문을 닦을 때 생기는 얼룩 역시 액체가 증발하며 남기는 용질의 흔적, 즉 커피 고리 효과(Coffee Ring Effect)와 맞닿아 있습니다. 걸레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미세한 물막의 두께와 표면장력이 결정하는 광택의 비밀을 읽다 보면, 어느새 거실 바닥이 거대한 물리 데이터의 집합체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침실은 각질과 섬유 부스러기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유동하는 공간입니다. 옷방에서 옷을 털 때 발생하는 정전기는 전자기적 인력으로 먼지를 포획하는 물리적 현상입니다. 우리가 옷을 정리하고 침구를 터는 행위가 어떻게 미세 입자의 침강 속도를 조절하는지 설명합니다. 침실의 안온함은 결국 적절한 습도 제어와 입자 제어를 통해 완성되는 과학적 결과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방의 기름때는 점성이 높은 유체의 전형입니다. 뜨거운 물과 세제가 만날 때 일어나는 계면활성제의 마법은 고체 표면과 액체 오염원 사이의 부착력을 끊어내는 고도의 화학 반응입니다.


화장실은 이 책에서 역동적인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샤워기에서 분사되는 물방울의 크기가 욕실 내 습도 포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타일 틈새에 물때가 고착되는 모세관 현상은 유체역학의 축소판입니다. 곰팡이가 번식하기 위해 필요한 임계 습도와 이를 억제하기 위한 증발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락스 냄새 자욱한 욕실 청소는 어느덧 미생물과의 치열한 영토 전쟁으로 격상됩니다.


화장지는 어떤 방향으로 거는 게 맞을까라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취향 싸움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과학적 근거가 있더라고요. 위생의 관점, 힘과 흐름의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짚어갑니다.


더불어 재미있는 역사적 증거도 있습니다. 화장지를 발명한 세스 휠러가 출원한 특허 도면을 보면 최초 설계자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손의 동선과 공기의 흐름, 표면 접촉을 고려한 결과물상 어떤 방향으로 거는 게 더 나은지 생각해보세요.





이어서 저자의 시선은 집 밖으로 향합니다. 도시의 배수 시스템이 어떻게 폭우 시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 설계가 유체의 흐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도시를 청소하는 것은 결국 거대한 유체 회로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일과 같습니다.


지구는 스스로를 청소하는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파도는 해안을 씻어내고, 비는 대기를 닦아냅니다. 하지만 최근 이 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미세 플라스틱입니다.


해류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미세 플라스틱의 이동 경로는 유체역학적으로 예측 가능하지만, 그 양이 자정 작용의 임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자연의 청소 메커니즘을 모방한 기술적 시도들을 소개하며, 저자는 청소가 더 이상 개인의 위생 문제가 아니라 종의 생존을 위한 공학적 필수 과제임을 짚어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대기권 밖 우주로 안내합니다. 지구 궤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는 초속 수 킬로미터로 이동하며 인류의 우주 진출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습니다. 우주 청소 기술은 현대 공학의 정수가 집약된 분야입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입자를 제어하고 흐름을 만드는 기술은 우리가 집 안에서 분무기를 뿌리는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청소는 단순히 더러운 것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가용 에너지를 투입해 엔트로피의 파도에 맞서 의도된 질서를 세우는 예술적 행위입니다. 미래의 청소는 로봇과 AI가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최적화하는 초정밀 제어의 영역으로 진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인간만이 깨끗함이 주는 정서적 위안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청소의 과학』은 우리가 닦아내는 얼룩이 얼마나 정교한 물리 법칙의 산물인지, 우리가 내뱉는 숨결이 방 안의 기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집이 이전과 다르게 보입니다. 구석에 쌓인 먼지는 유체 역학적 정체 구간의 지표가 되고, 창문에 맺힌 물방울은 표면장력의 경이로운 연출이 됩니다.


공학이라는 딱딱한 껍질 속에 일상의 경이로움을 담아낸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복잡한 수식 하나 없이도 유체역학의 핵심을 꿰뚫는 서사 덕분에 과학이 우리 삶을 얼마나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무의미한 반복처럼 느껴졌던 청소가 사실은 우주의 질서를 복원하는 고도의 엔트로피 저항 운동임을 깨닫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는 건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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