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답을 찾는 아이 - 우리 아이의 생각 그릇을 키우는 40가지 방법
김태윤 지음 / 이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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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가정교육의 지혜를 담은 <스스로 답을 찾는 아이>. 유대인 부모의 생각 그릇 키우는 법과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삶의 기술을 만나보세요. 예비 부모부터 현재 자녀교육에 고민 많은 부모들까지 아우르는 멋진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부모와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우등생들입니다. 목숨 걸 정도로 자녀교육을 중시하는 건 한국인뿐만 아니라 유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성과는 차이가 큽니다. 유대인에게 배움은 시험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합니다. 성적보다 배움에 의미를 둡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엘리트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에서 외국인 수학 전공자들이 손님으로 왔을 때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윤여정 배우도 1초 만에 정답이 튀어나오는 구구단을 수학 전공자들이 외우지 못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요. 우리처럼 리듬에 맞춰 무조건 외우는 게 아니라 구구단의 원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천천히 배웠기에 굳이 외울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교육학 박사이자 과학창의재단에서 일하는 직장인 그리고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한 김태윤 저자는 공부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게 더 나은지 부모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생각 그릇을 키운다는 건 스스로 질문을 창조해 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질문의 힘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을 테지요. 그런데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요? 저자는 질문을 허용하는 자세부터 먼저 짚어줍니다.


유대인의 인생관은 질문하는 행위에 큰 의미를 둡니다. 유대인 교육의 정수라 불리는 하브루타처럼 일상에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창의력, 사고력 발달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외우는 기계로 전락한 학생일 뿐입니다. 오늘 나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스스로 답을 찾는 아이>는 지식만 강요하는 '학부모'가 되지 말고, 지식을 넘어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도록 응원하는 '부모'가 되기를 조언합니다. 그러려면 부모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야 합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처럼요. 평소 자신만의 크고 작은 질문을 기록해 보라고도 합니다. 스스로를 위해 인생의 중요한 질문을 품고 살아야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고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질문할수록 아이의 세상은 넓어집니다. 더불어 현명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구식 헬라 교육은 지식에 강하지만 유대인 교육은 실천에 강하다고 합니다. 자녀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나요?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게끔 부모로서의 본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짚어줍니다.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 묻습니다. 성인이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요. 유대인의 성인식은 열세 살에 진행합니다. 아이에게 축의금으로 5천만 원 ~ 7천만 원 정도 준다고 합니다. 이 돈을 부모와 함께 관리합니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돈을 가치 있게 쓰는 법과 정직하게 버는 법을 가르칩니다. 사회에 나갈 즈음엔 1억 정도로 불려져 있습니다. 한 손에는 돈, 한 손에는 경제 감각으로 무장을 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야 합니다. 사랑받는 아이가 되길 원한다면 그만큼 표현을 해야 합니다. 칭찬과 격려를 하는 것을 아끼는 성격이라면 바꿔야 합니다. 유대인 성인식 때 아이는 15분 정도 연설을 한다고 합니다. 랍비의 도움을 받아 원고를 작성하는데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셈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면서 설득하는 것이 성인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는 유대인 가정 교육입니다.


표현을 잘 할 줄 알려면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생각을 확장할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독서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는데요. 정조 어록을 모은 <일득록>에 "진실로 글을 읽는 데 뜻을 둔다면 어찌 벼슬살이를 하느라 여유가 없다고 근심하겠는가."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한결같은 변명이었군요.


유대인 가족의 가치 기준 1순위는 가족에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을 확보하는 걸 중요시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가치관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 <스스로 답을 찾는 아이>. 참 어려운 고민이지만 자녀교육에 매진하는 부모라면 반드시 사색해야 할 고민입니다.


꿈 너머 꿈을 상상하게 하라는 말이 설렙니다. 목표를 이루겠다는 꿈에서 그치지 말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꿈은 계속 바뀔 수 있지만, 꿈 너머 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해결하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하는 책입니다.


"완벽한 아이가 없듯이 완전한 부모도 없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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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동유럽 소도시 여행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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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소도시 구석구석을 여행한다니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북유럽 여행의 대체 만족감도 있고, 중세 유럽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동유럽 소도시 여행을 떠나봅니다. 북적이는 관광 코스 대신 소도시를 돌아다니며 장기여행하는 트렌드에 맞춰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동유럽 소도시들의 매력을 알게 해줍니다.


동유럽의 역사와 관련한 건축물이 많아 역사 배경까지 알차게 다루고 있으니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최대한 많은 곳을 보며 많은 경험을 하는 여행에서 피로도를 느꼈다면 이제는 로컬의 일상을 느끼는 여행을 해보세요.


유서 깊은 탈린의 돌길과 높은 첨탑의 매력, 발트의 문화 수도로 불리는 리가의 중세풍 아우라, 바로크풍의 향기를 간직한 빌뉴스. 발트 3국의 구시가지 도보 여행기는 생생함을 고스란히 전달해 여행지에 있는 듯 골목골목을 누비는 듯한 기분입니다.  중세 문화의 정취가 스며든 축제, 건축물 등 여행지 감상 포인트도 짚어주고 있습니다. 





천년 고도 크라쿠프 외 대도시를 벗어나 숨은 매력이 무척 많은 폴란드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유럽 문화의 심장 체코는 두말 할 것 없습니다. 저평가된 소도시까지 살펴봅니다. 부다페스트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겔레르트 언덕도 헝가리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현지의 생활 리듬에 맞춰, 여행을 즐기는 주체인 자신의 행복감을 높이는 여행을 해보세요. 구글 지도로 길 찾고, 에어비앤비로 숙소 찾는 요즘 여행. 쓸데없는 정보로 채우지 않고 그동안 잘 몰랐던 동유럽 소도시들을 만나면서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줘 만족스러운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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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의 어린이 찬미 - 어린이는 어른보다 새로운 사람 이다의 이유 14
방정환 지음, 조일동 엮음 / 이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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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음... 이 정도만 알고 방정환 선생님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날이라 하면 아이들 선물 사주는 날, 달콤한 빨간 날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는 않은지요.


시대를 움직인 인물을 발굴해 내는 이다북스의 '이다의 이유' 시리즈에 방정환 선생님이 등장했습니다.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삶과 꿈을 만나봅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절대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주십시오. 항상 칭찬하며 기르십시오."라는 당부가 적힌 선언 전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날 행사를 치른 날 경성 곳곳에 뿌려졌습니다.


일제강점기 1923년 5월 1일.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 선언문 '어린이날의 약속'을 발표한 방정환. 어린이를 온전히 인간으로 대우하는 내용입니다.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어린이라는 단어는 언제 생겼을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있는 단어인 줄 알았습니다. 이 단어를 만든 사람이 방정환 선생님이셨습니다. 외국 시를 번역하면서 어린이라는 단어를 1920년 천도교 월간지 《개벽》에 처음 발표했고, 다음 해 어린이라는 단어를 공식화합니다.


그럼 그전에는 어린이를 어린이라 부르지 않고 뭐라고 불렀던 거죠? 동몽, 아동, 소년이라고 불렀습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젊은이, 늙은이라는 구분만 있던 시절 '어린이'라는 단어를 만듭니다. 성숙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어린 사람에 대한 존중의 뜻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한 아동을 대등하게 대우한 겁니다.


1923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가 발간됩니다. 역시 방정환 선생님의 노력 덕분입니다. 아동문화 운동의 선구자이자 아동문학의 개척자가 되었습니다. 어린이 운동에만 매진한 건 아닙니다. 어린이의 범주를 넘어 폭넓은 활동을 했습니다.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그의 일생을 살펴봅니다.


인류사에도 관심 많았고 당대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도 과감히 하곤 했습니다. 미개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인간 사회를 비꼬기도 하고, 참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학생, 부모, 교사 등이 가져야 할 가치관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이 책은 1921년에 발표한 <깨어가는 길>부터 1931년에 발표한 <여학교 교육 개혁을 제창함>까지 27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을 통해 그가 꿈꾼 세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복되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며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는 어린이를 예찬하는 『어린이 찬미』는 백미입니다. 어린이의 내일을 찬란하게 해주고 싶었던 방정환 선생님의 마음이 깃든 글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동화에 대한 그의 소신도 인상 깊습니다. 아동의 정신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가장 필요한 것으로 본 동화. 순결하고 깨끗한 감정을 가진 아동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어갑니다. 영원한 아동성을 위해 필요한 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아동에게 가장 귀중한 정신적 식량인 동화를 연구하고 창작하는 이들이 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5년 전부터 나는 누구에게라도 '하게', '해라'를 쓰지 않았습니다."라고 한 방정환 선생님.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을 낮추지 않고 경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그의 진실한 품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가치관도 깨어있었습니다. 그는 "판에 찍어 내놓은 교육"을 비판하며 어린이는 사회의 주문품이 되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이는 소년 운동으로 이어집니다.


학생들에게 고하는 글도 내놓았습니다. 조선의 새 운명을 좌우할 책임을 짊어진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 남의 공부만 쫓아가지 말고 자기 공부에 충실하라는 간절한 조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에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극복해낼 민족 자주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정환 선생님은 총독부의 조사를 수차례 받으며 탄압받았습니다. 게다가 총독부는 "소년회에 가면 퇴학시킨다", "어린이 잡지를 읽으면 벌을 씌운다"며 어린이들을 협박하기도 합니다.


일제의 고문과 탄압 속에서 건강 악화로 33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방정환 선생님. 그가 꿈꾼 세상은 이뤄졌을까요. 오늘날 우리는 어린이에 대한 인권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요. 여전히 어린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낡고 묵은 것으로 새것을 누르지 말자!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


산지식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어린이가 미래에 세울 희망찬 나라를 꿈꾼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을 담은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 그가 추구한 세계를 지금이라도 우리가 잘 이어받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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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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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팬데믹은 3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고서야 종식 선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누군가는 코로나로 사망하고 있고 일일 확진자 수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마스크 5부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별난 일들이 다 있었다며 추억거리가 생겼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상처를 입은 이들도 많다는걸... <그 의사의 코로나>를 읽으면서 일깨우게 됩니다.


코로나로 난리도 아니었던 초창기 기억하시나요.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땀범벅 모습을 담은 사진은 뉴스 기사로도 봤을 겁니다. 의료진이니깐 그렇게 하는 걸 당연시했거나, 봉사자들의 노고를 우리는 너무나도 빨리 잊어버린 건 아닐까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현장에 있었던 의사의 '지나고보니 참으로 스펙터클했다' 식의 책이겠거니 생각하며 시작했다가, 눈물과 분노를 오가며 몰입하며 읽고 있더라고요.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짙게 머뭅니다.


사십 대 초반에 의사를 그만둔 의사였던 '그 의사'. 임야비라는 필명으로 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극단에서 드라마투르그(연출가와 함께 작품의 해석 및 각색 작업을 하며 문학적 조언과 레퍼토리 선택 등에 관여)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세상을 덮쳤을 때 '그 의사'는 의사 면허증을 다시 꺼내 코로나 의료 봉사에 뛰어듭니다. 지방의 외진 산속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말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정신병원이라는 그곳에 코로나가 덮쳐 건물 하나가 코호트 격리됐고, 너무 위험해서 기피하는 그곳을 그는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남의 위험을 치료하기 위해 나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다." - 책 속에서


그리고 그곳을 떠날 즈음엔 마음이 치유됩니다. 의사를 그만둔 '그 의사'가 의료 봉사에 뛰어든 건 헛헛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달래려고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거든요. 대장 천공 복막염으로 수술을 했지만 악화되어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한 어머니, 그런 아내의 곁으로 100일 만에 뒤따라간 만성 폐섬유화증을 앓던 아버지. 부모님이 연이어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그 의사의 코로나>는 코로나 최전선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시점과 부모님의 마지막 시점을 교차하며 들려줍니다. 코로나를 앓던 정신 질환자들과 숨이 꺼져가는 부모님의 죽음이 공명하며 진행하는 구성이 일품입니다. 장소와 시간 배경이 다른 두 장면이 이어지는 절묘한 오버랩을 글로 표현하는 부분이 정말 예술입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정신 병원 환자들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 병원의 일상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위험한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의료진들의 모습은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건물은 낡고 열악해 을씨년스러웠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따뜻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에서 수녀가 되었다가 코로나가 터지자 의료봉사하러 온 의사, 직원들 PCR을 도맡으며 열심히 뛰어다닌 진료부장, 아수라장 스테이션을 지킨 수간호사, 발 벗고 나서는 할아버지 약사, 24시간 365일 일하는 미스터리한 원무과장 등 숭고한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에 걸린 정신병원 환자들을 살리려 온 힘을 다하고 나니 오히려 자신이 치유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부모님을 떠나보낸 후 방황하기만 했던 '그 의사'의 진정한 애도의 시간이 된 셈입니다.






'그 의사'의 두 번째 의료 봉사는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공공 정신병원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코로나 환자가 많아서가 아닙니다. 시스템 때문입니다. 의료 봉사자들이 기피하는 정신 병원이다 보니 공중보건의들이 끌려오질 않나, 환자를 직접 보는 일은 없고 서류 작업만 열심히 합니다.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습니다. 행정 일만으로도 벅찹니다. 콜 대부분은 서류 입력을 재촉하는 잡콜입니다.


공공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는 공무원 의사입니다. 그곳엔 이미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전문의들이 있고 레지던트도 있다는데 '그 의사'는 그들의 모습을 코빼기도 볼 수 없습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건 끌려왔거나 봉사하러 온 의사들 몫입니다. 병동 간호사들조차 공무원 정신과 전문의들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개판 오 분 전인 시스템이었던 겁니다. 무사안일, 책임회피, 탁상행정에 깊~~~~~~은 빡침이 담긴 문장들의 연속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도 서류 작성만 잘 하면 된다는 정신과 공무원 의사들의 나태한 마인드, 좋은 시설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시스템 등 공공 의료 시스템의 허울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습니다. 공무원 의사들 중에서도 제대로 된 사고를 가진 이들은 하나 둘 떠납니다. 떠나는 이들마다 한결같이 "여긴 절대로 안 바뀝니다."입니다. 간호사들도 체념 상태입니다.


다행히 '그 의사'는 이미 정신병원 의료 봉사 경험이 있었고 엉망진창인 그곳을 일시적이나마 그가 있는 동안만큼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다들 알면서도 안 될 거라 생각하고 나서지 않았던 일들을 '그 의사'가 몇 가지는 해냅니다. 하지만 그가 떠난 이후엔 어떨까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는지 생생하게 기록한 르포르타주 <그 의사의 코로나>. 확진자 몇 명, 사망자 몇 명이라는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음을 진실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의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저는 뭔가 슬프고 애통할 것 같은 책은 애초에 손이 잘 안 가는 편인데요. 이 책은 읽기 잘했다 싶더라고요. 아직 올 한 해 많이 남아있지만, 손가락 꼽을 만큼 인상 깊은 책입니다. 눈물 폭탄과 분노 폭탄만 있는 게 아니라 배꼽 잡게 만드는 웃음 폭탄도 곳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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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쫌 아는 10대 - 일상 어디에나 있는 아주 작고 이상한 양자의 세계 과학 쫌 아는 십대 16
고재현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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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연구자 고재현 박사가 청소년을 위한 양자역학 세계로 초대합니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는 양자영역 속에서 벌어지는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펼쳐지죠. 양자는 영어로 퀀텀 Quantum이고 어원은 '얼마나 많은' 뜻의 quantus 라틴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리량입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양자역학 세계는 우리가 가진 감각과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영역입니다. 우리는 '쫌' 아는 정도로만 다가서는 걸로 만족해도 <양자역학 쫌 아는 10대>를 읽는 목표는 해결하는 셈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보세요.​


이제 우리는 양자돌이가 되어 이 책을 읽어나가면 됩니다. 양자돌이는 양자의 세계에 사는 입자입니다. 원자라고 해도 되고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양자돌이는 벽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벽 속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원자의 존재조차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생겼고 양자역학은 그렇게 탄생합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컴퓨터, 인터넷, 인공위성 등 전자라는 말이 붙는 제품들이 모두 양자역학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 등 점점 더 양자역학 원리가 적용되는 새로운 분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에 결국 원자에 대한 학문인 양자역학으로 바라봐야 제 모습대로 보이고 해석이 된다니 '쫌' 아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볼까요?​


우리는 큰 물체들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학인 고전역학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큰 것을 다루는 고전역학이 어떻게 양자역학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학의 역사를 통해 살펴봅니다.


이 여정에서 빛 에너지는 파동이냐 입자냐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을 입자로 생각해 이 문제를 설명했는데 당시 혁명적인 주장이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 세상이 연속적인 색채의 흐름이 만드는 수채화가 아니라, 다채로운 색의 점들이 그림을 이루는 점묘화의 모습이 된 셈이죠.​


어떤 현상이나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양자.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덩어리 단위로 존재하는 물리량으로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 빛알입니다. 빛 에너지를 나르는 빛알은 그 자체로 양자적인 입자여서 더 쪼갤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양자들의 정체,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학문인 양자역학. 고전물리학의 고정 관념을 벗어던지고 대담하게 양자역학의 문을 연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 책은 슈뢰딩거가 세운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갑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고 합니다. 물론 과학자들도 미시 세계를 이해하는 개념 정립이 힘든 만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긴 합니다.


양자역학은 엄청나게 정확한 학문임에도 인간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재차 말하고 있는 만큼 중간중간 막히더라도 끝까지 완독해 보세요. 새로운 게임을 배울 때 그 게임의 규칙을 익혀야 하듯 미시 세계의 이상한 특징들을 익혀야 합니다.


과학자들의 양자역학 사용법은 어떤 방식인지 고전역학과 비교해 설명하면서 그 차이를 분명히 해주고 있습니다. 고전역학에 익숙해 있던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양자역학은 인간이 발전시켜 온 과학 중에서 가장 정확한 학문입니다. 금속은 왜 전기를 잘 통하는데 플라스틱은 전기가 통하지 못하는 부도체인지, 왜 어떤 물체는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체가 되는지 양자역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양자역학을 통해 물질을 바라보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롭습니다. 원자, 분자 이야기보다 우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들로 이야기하면 좀 더 생생하게 와닿잖아요.


먼저 과학 시간에 열심히 외우던 주기율표가 등장합니다. 원소들이 왜 현재와 같은 식으로 배열되어 있는지 양자역학이 원자들을 설명하는 법을 보여주고, 개별 원자들이 어떤 이유로, 방식으로 분자나 고체를 만드는지 살펴봅니다.​


양자역학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물질 세계의 바탕에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인데다가 SF 영화에서나 볼듯한 도깨비 같은 일들이 벌어지니 이해의 영역을 벗어날 뿐이지요.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중첩과 얽힘 개념은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10대들을 위한 책인 만큼 양자역학 설명서 치고는 이만하면 쉽게 설명한 거라는 게 느껴집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최근 이슈가 된 양자 기술을 통해 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 통신 등 양자역학의 응용 분야가 얼마나 다양하고 멋진 일인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과장된 가짜 정보에 속지 않도록 짚어주기도 하고, 양자역학에 대해 더 파고들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 리스트도 있으니 양자역학 입문서로 제격입니다.


양자역학 외에도 풀빛의 '쫌 아는 십 대' 시리즈에는 사회, 과학, 철학 등 분야별로 청소년들에게 유용한 지식 정보를 담은 책이 가득하니 살펴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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