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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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권장도서에 항상 등장하는 스테디셀러 <너도 하늘말라리야>, <유진과 유진> 등을 써낸 이금이 작가의 신작 <너를 위한 B컷>. 2020, 2024 국제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 한국 후보로 선정될 만큼 아동, 청소년 문학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이금이 작가의 책이라니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A컷만을 보여주는 세상, A컷만을 보게 되는 세상. 과연 그 A컷은 진실할까요. 자르고 버린 B컷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인생이 아닌지 묻는 <너를 위한 B컷>은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입니다.


인싸 중학생 서빈의 영상을 편집하는 선우. 튀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선우는 인싸와 엮이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유튜브 영상 편집을 무사히 마치고 폭풍 칭찬을 받게 됩니다. 선우는 학교 조별 과제 때 만든 영상이 1등을 하고, 작은 도서관 관장인 엄마네 도서관 홍보 영상도 만들어줄 만큼 영상 편집에 관심 많습니다. 서빈의 영상 편집은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상이라는 보상 덕분에 선우와 그 친구들이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편집자 역할을 맡게 되는데...


카리스마와 배려심을 갖춘 리더 서빈, 행동 대장 태하, 분위기 메이커 아람, 그리고 말 한마디 듣기 힘든 내성적인 정후까지 일명 포카리스 4인방. 예비 중3인 이들은 특목고를 준비하는지라 다들 바쁘지만 의기투합해서 유튜브 채널을 키워나가기로 합니다. 서빈이로부터 원본 영상을 받은 선우는 열심히 편집합니다. 우등생이자 모범생인 서빈이를 생각해 욕과 비속어는 정리하고, 다른 애들 간에 시비가 붙었던 장면도 잘라냅니다. 선우의 의도에 따라 장면이 선택되고, 네 명의 캐릭터가 잡혀갑니다.


선우는 편집자로서의 생활이 꽤 즐겁고 반응도 좋으니 뿌듯해합니다. 그런데 영상 편집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의 본모습이 점점 눈에 들어옵니다. 보여지는 모습과 날열상 속 민낯 사이에 느껴지는 괴리감을 줄이는 게 편집자의 일이었습니다. 재미가 없거나 비호감으로 비칠 만한 불안 요소를 감추고 지우는 일은 편집자라면 큰 고민 없이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현실과 편집된 세계 간의 차이는 컸습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맞닥뜨리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프레임 바깥의 상황을 알게 된 선우는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인생 최고로 힘든 시간이 선우에게 찾아오는데...


오늘도 일상을 편집하고 전시하는 우리들. 사진을 고르고 잘라내고 필터를 씌우며 선별해 최고만 남깁니다. 인간적이고 호감을 주는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편집의 삶에 익숙해진 채, 버려진 B컷의 의미를 살펴볼 겨를이 없습니다. <너를 위한 B컷>은 이런 삶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묻습니다.


유튜브를 하는 이유, SNS를 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그려낸 장면들은 이금이 작가가 아이들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생생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역시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겁니다.


아이들만의 관계 설정으로만 진행되었더라면 오히려 비현실적이었을 것 같아요. 작가는 선우네 가족을 비롯해 소설에 등장하는 어른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비판해야 할지도 일깨우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진실, 더 나아가 삶의 진실은 자랑스레 내보인 A컷이 아니라 오히려 숨긴 B컷 속에 있지 않을까."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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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크로아티아 & 몬테네그로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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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이 찬란한 아드리아 해, 중세 건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크로아티아. 때 묻지 않은 지중해의 섬들, 다양한 도시 문화를 해시태그 크로아티아 가이드북으로 만끽해보세요.


길쭉한 국토의 모양이어서 자동차 여행하기 좋은 곳입니다. 크로아티아 자동차 여행에 필요한 정보도 있어서 도움이 되었어요.


이탈리아 못지않은 고대 문화유산이 많은 나라라는 것도 가이드북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로마 유적물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역사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나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많습니다. 특히 흥미진진한 박물관이 많더라고요. 세르비아계 미국인 니콜라 테슬라의 기록물이 있는 기술 박물관, 실연당한 연인들이 기증한 인간적인 사랑 이야기가 가득한 실연 박물관 등 재미있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많은 수도 자그레브에서는 도시 도보 여행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알찹니다.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 플리체비체 국립공원도 눈길을 끕니다. 국립공원인 만큼 사전에 숙지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가이드북으로 미리 준비하세요. 


공원 보존을 위해 18km 길이의 산책로가 있고, 16개의 호수가 에메랄드빛 계단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이드북에서는 코스별 소요 시간과 근처 숙소 등 1박 2일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중세 산업, 문화 중심지 자다르에서는 소문난 항구를 들러보는 곳도 좋습니다. 자다르의 매력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는 랜드마크인 바다 오르간의 자연의 음악을 들으며 인생 일몰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지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식 궁전이 있는 스플리트는 가이드 투어를 하듯 집중적으로 소개한 파트가 생생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구시가지를 거닐며 수 세기에 걸쳐 유지되어 온 건축물을 보면서 거니는 맛을 느껴보고 싶네요.


크로아티아 하면 저는 오렌지색 지붕이 빼곡히 들어앉은 모습이 멋진 두브로브니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색적인 신비로운 분위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해줍니다. 오래된 유적지가 많은 항구 도시 풀라에는 로마 원형 극장이 있어서 순간 이탈리아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


두브로브니크에서 1시간 정도 차를 따라 내려가면 몬테네그로 국경이 나온다고 해요.  두브로브니크 못지 않은 절경을 가진 해안 덕분에 이곳을 들르는 여행자들도 늘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을 도보여행할 수 있는 핵심 정보까지 다룹니다. ​


익히 알려진 유명한 도시들 외에도 수상가옥 마을 분위기를 자아내는 계곡 위에 지어진 마을 라스토케, 미드 왕좌의 게임에도 등장한 시베니크, 연안에 위치한 예쁜 중세 도시 트로기르 등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며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유럽인이 동경하는 최고의 휴양지라고 일컫는 이유를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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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프라하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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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도시의 대명사 프라하. 크지 않은 도시여서 이틀 정도 도보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고 한 달 살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해시태그 프라하로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프라하 추천 코스와 해시태그의 강점인 도보 여행기를 통해 프라하 매력을 듬뿍 만나봅니다. 프라하의 카를교와 관련한 정보를 만날 수 있고, 뭉뜬 방송 프로그램에서 천문시계 동작 순서를 재밌게 보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저 역시 이번에 천문시계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네요.





중세를 담은 건축물이 많은 프라하. 14세기에 세워진 카를교, 1410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작동하는 천문시계,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라하 성 같은 고대 건축물이 있습니다. 이렇게 고전적인 건축물만 생각하다가 프라하 강변에 서 있는 멋진 건물을 보면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프랭크 게리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프라하 댄싱 하우스의 굴곡진 건물은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중세 문화를 품은 이국적인 정취와 로맨틱한 풍경을 선사하는 프라하의 멋진 야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구시가지 광장과 프라하성의 야경은 밤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환상적이니까요. 100개 첨탑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려면 전망대를 놓칠 수 없습니다.


호평 좋은 맛집 소개에서는 각 음식점마다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나 장단점을 콕콕 짚어주고 있어 선택에 도움 될 것 같습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 잘 나오는 카페 소개도 빠질 수 없죠. 여행자가 중요시하는 부분을 체크해주는 숙소까지. 게다가 그 외 체코의 예쁜 소도시 정보까지 담겨있으니 이 책 한 권이면 프라하와 체코 여행 계획 세우는 데 든든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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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숲속 표본실
다나카 아유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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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는 언제나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숲의 소리. 그 소중함을 언젠가부터 잊고 지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지내며 일상 속에서 숲과 친근하게 지낸 다나카 아유코 저자는 숲에 관한 동화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숲속 소리였다고 합니다. 숲속을 산책하던 중에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를 들으며 그때부터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숲은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그 충만한 기쁨을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에서 보여줍니다.


그림책과 동화의 경계선 어디쯤에 있는, 적당히 글밥 있고 예쁜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이지만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거예요.


도서관에서 숲 속 도감을 펼친 릴리는 책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잠깐 사이에 숲속으로 들어온 릴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판타지한 장면 전환에 두근두근합니다.


숲속에는 숨바꼭질을 하다 동생을 잃어버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숲은 좀 이상합니다. 너무나도 고요합니다. 릴리가 알고 있는 숲의 소리를 내보지만 그 소리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흘러가버립니다. 누가 소리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소리가 사라집니다. 소리 흔적을 따라 릴리와 소녀가 찾아간 곳은 안개 자욱한 숲의 요정 포그 씨의 집입니다.





포그 씨네 집에는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이 있습니다. 그곳엔 온갖 숲의 소리가 모인 표본이 가득했습니다. 종달새 노랫소리, 산비둘기 소리, 할미새 노랫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떼까치의 노래, 이끼에 물이 스미는 소리, 가을밤 밤소리, 아침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 새끼 티티새의 소리,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태양을 머금은 바람소리, 눈 녹은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동안 숲에서 의미 없이 그냥 지나쳐버렸던 숲의 소리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을요.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숲의 소리를 기억해내보세요. 기발한 소리를 기억해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숲의 소리를 말과 글로 표현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의성어는 정말 한정적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생생한 숲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저자의 센스가 멋지네요.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우리 아이들의 재치 있는 표현력도 기대됩니다.


그런데 숲의 소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요? 세계 숲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숲의 소리(Sounds of the Forest) 사이트에서 숲소리 파일을 들어보세요. 어떤 숲은 우렁찬 물소리를, 어떤 숲은 귀를 쫑긋 세워야 간신히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을, 어떤 숲은 온갖 새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그 숲에 들어가 있는 기분입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숲을 가면 뭘 해야 할지 아시겠죠? 귀를 활짝 열어두는 거예요. 그곳의 숲소리도 녹음해 보세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만나는 시간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입니다.


그나저나 안개 자욱한 적막한 고요 속에 살아온 포그 씨는 생동감 넘치는 숲의 소리를 탐내며 숲 소리를 수집했는데, 그 때문에 숲 전체가 적막해졌으니 이 일은 어쩌죠? 릴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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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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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교양철학서라며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철학책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읽으면 특히 공감 백배입니다. 법철학 교수 아빠와 두 아이 렉스와 행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묵직한 철학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입니다. 에피소드들을 만날 때마다 빵빵 터졌어요.


철학은 '왜?'와 '왜?'를 이어가며 거침없이 생각을 전개할 때 시작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질문하는 건 아이들이죠. 원래 아이들은 모두 철학자라고 합니다. 수많은 유치원 아이들이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미 먼저 생각해낸다는 걸 렉스와 행크 두 아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저 어른들이 시답잖은 질문이라며 무시하며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하지만 철학은 아이들처럼 그런 질문을 했을 때 비로소 펼쳐진다는 걸 짚어줍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질문합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철학자가 아니게 됩니다. 더 실용적인 일을 해야 하니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처럼 질문하면 어리석게 보일까 걱정합니다. 그런 질문에 매달리는 걸 어리석다고 여기는 거죠.


그런데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철학이 필요합니다. 질문이 바로 출발점입니다.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의 서기로 일하기도 했고 현재 미시간대학교 법학 및 철학과 교수인 스콧 허쇼비츠는 실제 수업에도 자녀들과의 일화를 등장시키며 학생들과 토론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 책을 계기로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경이의 일부를 다시 맛볼 수 있다고 응원합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겠다 했을 때 아버지는 철학이 뭐냐고 되물으셨지만 그 스스로도 답을 알지 못했었다는 저자는 세월이 지난 후 첫째 아들 렉스가 2학년일 때 명쾌한 답을 찾았습니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수학 철학자가 되고 싶다고 써낸 아들에게 "철학이 뭐니?" 하고 물었더니 0.5초 동안 생각하다가 "철학은 생각하는 기술이야."라고 대답한 아들 덕분입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 자신과 세상에 관해 생각하고, 우리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걸 아이의 호기심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확인한 거죠. 물론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우수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대신 아이들은 용감합니다. 어른들이 익숙해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깨뜨립니다.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은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일깨웁니다. 렉스와 행크는 스스로는 그게 철학인 줄 모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그런 다양한 사례를 법철학 교수 아빠는 철학적 관점으로 해석해냅니다. 우리는 친숙한 문제를 통해 철학의 세계로 발을 디딜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도덕에 관한 질문, 정체성에 관한 질문, 지식에 관한 질문을 다룹니다. 권리, 복수, 처벌, 권위, 젠더, 인종, 진실, 정신, 신에 이르기까지 보기만 해도 묵직한 주제만 놓고 보면 어떻게 꼬마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갈지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아이에게 "아빠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라는 엄청난 말까지 듣게 된 상황처럼 배꼽 빠질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철학에서 항상 등장하는 스위치 앞의 방관자 실험을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다섯 명이 죽도록 놔둘 것인가, 한 명을 대신 희생시킬 것인가 하는 이 트롤리 실험을 다른 철학책과 비교해 읽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대부분은 한 명을 대신 희생시킨다고 선택합니다. 이 문제는 여러 가지 옵션이 추가될수록 더 복잡해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도덕의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한 도구로서 말이죠.


저자는 이 문제를 두고 우리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그 권리를 양보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그리고 도덕은 단순히 권리와 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음도 알려줍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다섯 살 때의 행크가 "나한테는 권리가 없어!" 하며 씩씩대는 상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권위에 대한 주제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권위에 때때로 도전하기도 하고, 부모는 "아빠가(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라며 권위를 내세웁니다. 육아에서 시작한 권위 이야기는 노동자와 기업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위로까지 확장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현재의 불안정한 관계를 당연시하며 불합리한 것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기도 합니다.


욕(빌어먹을 Fuck)을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어릴 때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대신 혐오 표현으로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짚어줍니다. 이와 관련해 젠더, 인종 문제로 더 파고들어갑니다.


아이는 철학이 생각하는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기술이란 명료하고 신중하게 사색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논증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반대쪽 주장도 접하면서 생각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철학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거창한 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는 그저 아이가 보는 그림책만으로도, 아이들의 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뭔가에 대해 불평한다면 그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때 그것만으로도 한 발짝 나아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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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1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궁금증을 일고 싶어서 찾아가는 여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