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쟁 - 우리는 왜 이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는가
요한 하리 지음, 이선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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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00년 전 미국이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 승리했을까요?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오'입니다. 오히려 이 전쟁은 폭력을 키우고 중독자를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넣었다고 합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사실 그 이전에 훨씬 더 도발적인 주제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의 첫 책 『마약 전쟁(Chasing the Scream)』은 마약 정책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뒤흔든 일종의 폭탄선언과도 같았습니다.


한국어판에는 특별히 우리 사회 상황을 겨냥한 서문이 실려 있습니다. 한국판 마약 전쟁의 위험성과 한계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처럼 읽힙니다.





요한 하리는 3년간 30여 개국을 돌며 마약 전쟁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중독으로 인생이 망가진 이들부터 멕시코 카르텔의 킬러, 포르투갈의 혁신적 정책입안자까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마약과 중독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마약 전쟁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1914년 해리슨마약법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놀랍게도 그 이전까지는 헤로인과 코카인이 일반 약국에서 자유롭게 판매되던 의약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마약이 악의 화신이 되었을까요?


답은 초대 연방마약국장 해리 앤슬링어에게 있습니다. 금주법 실패로 의기소침해진 부하 직원들을 거느린 그는 마약국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충격적입니다. 바로 인종차별을 무기로 삼은 것입니다. 당시 전문가들 대다수는 대마초 금지는 옳은 방법이 아니며 언론이 대마초와 관련해 잘못 전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해리 앤슬링거는 그 말을 무시합니다. 대마초는 엄청 위험하므로 근절되어야 한다고 믿는 한 전문가의 말만 인용한 겁니다.


해리 앤슬링거는 흑인들이 대마초를 피우면 백인 여성에 대한 욕망이 치솟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퍼뜨렸습니다.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가 흑인 린치를 고발하는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표적 수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같은 헤로인 중독자였지만 백인이었던 주디 갈랜드는 치료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마약 전쟁은 처음부터 공정한 정의가 아닌 인종차별의 도구였던 셈입니다.


더불어 권위주의, 위선, 국제 권력의 압력 속에서 마약 전쟁이 확산되고 정당화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한 역사적 사례로서 박정희 정권과 윤석열 정권이 소환되기도 합니다.


마약 단속의 역설적 효과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마약상을 많이 잡을수록 마약 범죄가 줄어들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던 겁니다. 뉴욕 경찰관의 경험담이 잘 보여줍니다. 2주 만에 악명 높은 마약 밀매업자 100명 중 80명을 검거하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새로운 거래자들이 공백을 메우며 마약 거래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더 심각한 건 핵심 인물이 체포되면서 권력 공백을 두고 벌어진 조직 간 전쟁이었습니다. 결국 마약 단속이 강화될수록 폭력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요한 하리가 만난 전 멕시코 카르텔 킬러 치노의 증언은 충격적입니다. 마약이 불법화되면서 가장 먼저 도덕적 제약을 버리는 사람이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마약시장을 더 많이 장악하게 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마약 전쟁은 결국 가장 잔인한 자들에게 시장을 넘겨준 꼴이 된 셈입니다.


우리는 마약의 강력한 화학적 중독성 때문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요한 하리가 소개하는 브루스 알렉산더의 '쥐 공원' 실험은 통념을 뒤엎습니다. 좁은 우리에 갇힌 쥐는 마약이 든 물을 계속 마시다 죽었지만, 넓은 공간에서 동료들과 어울리며 살 수 있는 환경의 쥐들은 마약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습니다. 중독이 화학물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관계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마약 사용자 중 10퍼센트만이 마약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90퍼센트 정도, 압도적인 다수는 마약으로 해를 입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놀라운 통계는 다름 아닌 유엔 마약통제국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하는 기관에서조차 인정하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만 중독에 빠질까요? 저자는 아동기 트라우마, 사회적 고립, 상실감 같은 인간적 조건이 핵심 요인이라고 짚어줍니다. 2001년 포르투갈은 모든 마약 사용을 비범죄화합니다. 다들 포르투갈이 마약 천국이 될 거라고 우려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마약 관련 사망자가 급감했고 마약 사용률도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마약 전쟁』에서 요한 하리가 주목하는 건 마약 전쟁의 진짜 피해자들입니다. 볼티모어 같은 마약 전쟁지역에서는 매일 밤 총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서 자라납니다. 한 번이라도 마약 범죄로 적발되면 취업 기회를 잃고,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으며, 심지어 투표권까지 박탈당합니다. 중독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가장 취약한 계층만 더욱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중독의 반대말은 금단이 아니라 연결이라고 말하는 요한 하리. 사회와 가족, 공동체로부터 끊어진 개인을 다시 이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약 전쟁을 끝낼 유일한 길이라고 합니다. 100년간 이어진 실패의 역사를 해부하며, 우리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라고 촉구하는 『마약 전쟁』. 중독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의 단절에서 비롯된다는 중요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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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삼국지 기행 : 위나라, 촉나라 편 - 기행장군 양양이의 다시 보는 삼국지 이야기
기행장군 양양이(박창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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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방구석에서 떠나는 장대한 삼국지 현장 탐험, 위·촉의 땅에서 영웅들의 숨결을 만나는 시간 『방구석 삼국지 기행: 위나라, 촉나라 편』.


『삼국지』 덕후들이 많을 겁니다. 수차례 읽은 분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 무대가 된 땅을 실제로 걸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유튜브 채널 기행장군 양양이로 활동 중인 박창훈 저자는 삼국지에 평생의 열정을 쏟아온 인물입니다. 역사학 전공자로서의 학문적 토대, 중국에서 교육학 석사를 그리고 현장을 직접 누비며 기록한 80여 곳의 답사 경험이 이 책의 뼈대를 이룹니다.


『방구석 삼국지 기행: 위나라, 촉나라 편』은 책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입니다. 과거 100년 전쟁의 중심 무대로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삼국지 영웅들의 무용담을 더 이상 텍스트 속에 남겨두지 않고, 현재의 땅과 공기 속에서 재현합니다.





1부 위나라 이야기에서는 조조의 카리스마가 깃든 땅으로 안내합니다. 조조의 고향 초현(오늘날 안휘성 박주)은 거리 곳곳에 남아 있는 도로명과 기념물로 조조의 흔적을 드러냅니다.


그저 유적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조조가 왜 초현 출신이라는 배경을 자주 강조했는지, 후대 조비가 이곳을 오도(五都) 중 하나로 지정한 까닭은 무엇인지 파고듭니다. 초현은 조조 개인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위나라 정통성의 근거지입니다.


이어서 조조가 선택한 땅들을 집중 조명합니다. 헌제의 장안 탈출기는 액션 영화 같은 스펙터클을 자랑하는데, 실제 지형과 함께 설명을 들으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조조와 유비가 연합하여 여포를 무너뜨린 하비는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저자는 2014년 진행된 고고학 발굴 현장까지 추적하며 삼국지 텍스트와 현대의 만남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위·한의 정통을 차지하기 위한 조조와 원소의 격돌, 관도대전은 『삼국지』 전개의 전환점이자 저자에게는 전장을 직접 밟으며 얻은 역사적 통찰의 무대였습니다. 조조가 관도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지형적 우위를 활용한 필연이었음을 현장에서 입증합니다.


조조가 업성을 수도로 삼으면서 본격적인 위나라 제국의 기틀이 마련됩니다. 업성의 흔적은 허베이성 안양 일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동작대 같은 권력 상징물은 권력자의 상상력이 물리적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조조의 정치적 야망이 구체적으로 어떤 땅 위에서 실현되었는지 탐구합니다.





2부 촉나라 이야기에서는 유비와 제갈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비의 고향 누상촌에는 여전히 뽕나무와 기념비가 남아 있습니다. 유비의 생가 앞에는 '유비가'라는 술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만든 양조장이 하필 '장비양조회사'였다는 점은 덕후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입니다.


탁현의 도원결의 무대, 평원에서의 유비, 서주에서의 새로운 기회까지 유비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인간적 매력과 정치적 역량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삼국지를 읽다 보면 전율이 흐르기 마련인 적벽대전. 전설의 전투가 아니라 실제로 장강 일대의 전장을 반영합니다. 저자는 주유 동상과 적벽이라 새겨진 석각을 찾아가 그 상징성을 짚습니다. 안개 낀 장강 풍경은 수천 년이 지나도 전쟁 전의 긴장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익주는 촉나라 건국의 핵심입니다. 유비가 어떻게 유장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결국 민심을 얻어 익주를 차지했는지 정치적 은덕 전략에 대해 짚어줍니다. 방통의 죽음과 면죽관전투는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 재조명됩니다.


한중전투는 촉과 위가 직접 맞부딪친 전쟁으로, 장비·황충·하후연 등 영웅들의 최후와 연결됩니다. 장비가 암살당한 뒤 무덤과 관련된 전설은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패자의 흔적도 이렇게 공간 속에 남겨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방구석 삼국지 기행: 위나라, 촉나라 편』은 텍스트와 공간, 신화와 사료, 전설과 발굴 현장이 맞닿아 있습니다. 인물 중심의 분석이나 전투사 위주의 서술에서 벗어나 공간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삼국지를 재해석했습니다. 1800년 전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역사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합니다.


현지 주민들과 소통하며 생생한 이야기를 발굴해 내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드론을 활용한 항공 촬영, 유적지 원문 등 풍부한 시각 자료도 매력적입니다. 위나라와 촉나라의 땅을 거닐며 영웅들의 숨결을 따라가는 이 책은, 삼국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야 할 독서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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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 - 고요한 공감이 만드는 대화의 기적
마쓰다 미히로 지음, 정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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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말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누가 더 귀한 존재일까?" 소셜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기표현의 홍수 속에서, 조용히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오히려 돋보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마쓰다 미히로는 『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에서 화려한 언변보다 더 중요한 능력은 바로 경청이라고 말합니다. 20여 년간의 상담과 강연 경험, 교육 현장에서의 실험을 바탕으로 듣기의 기술을 36가지 팁으로 세밀하게 다듬어내며,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넘어 삶의 태도에 가까운 철학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본능은 말하기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말할 때는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지만, 듣는 순간에는 종종 지루함을 견뎌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이 인간관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95%는 듣고, 5%만 말하라는 황금률을 제시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고도의 기술입니다. 그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 반응하며 대화의 온도를 조율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회의 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대화의 온도계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태도에 의해 조정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성공한 리더들 가운데 다수가 뛰어난 경청자로 기록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흔히 내향적인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불리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조용한 사람들이 최고의 무기를 이미 손에 쥐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 무기는 바로 듣는 능력입니다.


저자는 '듣다'와 '들리다'의 차이를 들려줍니다.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말속에 숨겨진 키워드를 포착하고 그 이면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진정한 듣기입니다. 누군가 회사 일이 힘들다고 말했을 때 표면적으로는 업무 과중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상사와의 갈등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좋은 청자는 이러한 층위를 민감하게 포착해냅니다.


맞장구는 단순한 리액션이 아니라, 공감의 리듬을 만드는 중요한 기술로 소개됩니다. 적절한 타이밍의 되돌려주기와 진심 어린 칭찬은 대화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비유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에서 흥미롭게 읽은 파트인 잘 듣는 사람은 자신에게 먼저 묻는다는 셀프 질문 기법은 실용적입니다. 대화의 초점이  상대방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점검하는 질문이 포함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다섯 가지 셀프 질문은 대화의 질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립니다. '나는 지금 어떤 표정으로 듣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미소를 짓는 것 이상의 자기 성찰을 요구합니다. 자신의 표정 하나가 상대의 진솔함을 이끌어내거나, 반대로 방어적인 태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셀프 질문들은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도구가 됩니다. 자신의 듣기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듣기가 곧 자기 성장의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현대인들의 가장 큰 착각도 짚어줍니다.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 말입니다. 우리는 침묵을 견디지 못해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상대방의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 듭니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그랬구나", "힘들었겠다"와 같은 공감의 언어에서 나온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듣기의 마지막 단계는 질문입니다. 좋은 질문은 대화의 지도를 그리며 상대의 내면을 탐험하게 만듭니다. 『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에서 소개하는 마법의 질문들은 인간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와도 같습니다.


타임머신 질문은 상대의 과거와 미래를 끌어내어 대화에 깊이를 부여합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또는 앞으로 어떻게 되길 바라세요?라는 시간의 축을 활용하는 기법은 평범한 대화를 특별한 경험으로 바꿉니다.


센터 핀 질문은 상대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본심을 드러내게 합니다.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자기 성찰을 돕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질문은 상대를 존중하는 동시에 관계를 성장시키는 창조적 도구가 됩니다.





마쓰다 미히로 저자는 듣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AI는 무한한 정보와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하지만, 정작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심 어린 관심과 공감입니다.


듣는 힘은 인간의 소중한 능력입니다. 화려한 말솜씨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과잉 소통 시대에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 줍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한 '마법의 질문 학교 프로젝트'가 NHK에 방영되고, 유엔국제학교에서 강연 요청을 받게 된 것도 결국 그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능력 때문입니다. 그가 개발한 마법의 질문이 학교 현장과 상담 장면에서 효과를 발휘한 사례는 듣기의 힘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자산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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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10kg 빠지는 운동책
<엄마TV> 김영진 지음 / 길벗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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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왜 늘 실패로 끝날까요? 극단적 식단으로 단기 감량했다가 요요, 꾸준함이라는 말에 눌려 지쳐버린 기억. 『하루 10분, 10KG 빠지는 운동책』은 악순환을 끊어냅니다.


5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엄마TV 김영진 트레이너. 하루 10분의 꾸준함이 모든 걸 바꾼다는 원칙 아래 관절 부담 없는 홈트 루틴과 요요 없는 습관 만들기를 풀어냅니다.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엄마들을 위해 관절 부담 없는 운동법을 개발하게 된 계기부터가 남다릅니다. 책 초반에는 흔히 믿는 다이어트 속설, 식단표, 비포 앤 애프터 후기 등 장기적으로 살찌지 않는 습관을 갖출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부위별 체지방 공략, 탄력 강화, 체형 교정까지 단계별 로드맵과 QR코드로 바로 따라 하는 영상이 도움됩니다. 초판 한정 요일별 하루 10분 뱃살 공략 운동법 포스터가 수록되어 있어 벽에 붙여두니 실천 장벽을 크게 낮춰줍니다.


뱃살·팔뚝살·허벅지·힙 업 루틴은 물론, 체형 교정과 통증 예방까지 챙기는 세심함. "예뻐져도 난 몰라", "옹박 크런치" 같은 네이밍 센스도 좋습니다.


운동은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지켜내는 방패. 『하루 10분, 10KG 빠지는 운동책』은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가장 실천 가능한 다이어트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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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레시피 - 맛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이야기가 된다!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북스레브쿠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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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연희동 요리 선생님으로 친숙한 요리 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의 『아버지의 레시피』. 한 셰프의 삶, 한 가족의 역사,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적 전환이 모두 녹아 있는 식탁 아카이브라 할 만합니다.


저자의 아버지 나카가와 다모쓰는 도쿄제국호텔에서 프렌치 요리를 다루던 셰프였고, 쇼와와 헤이세이를 가로지른 요리 인생을 살았습니다. 히데코는 아버지의 빛바랜 레시피 노트를 따라가며 스무 편의 에세이와 서른일곱 편의 레시피로 아버지의 삶을 재현합니다.





맛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이야기가 된다는 부제처럼, 요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닌 이야기의 매개체가 됩니다. 레시피를 빌미로 한 사람의 일생을 복원해 내는 감동적인 프로젝트이자 세대를 건너뛰며 전해지는 맛의 DNA를 추적한 흥미진진한 요리 에세이입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옥수수 크림수프의 기억입니다. “내가 장성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살게 되자 아버지는 옥수수 크림수프 레시피를 적어 항공우편으로 보내주었다… 내 아이들은 아버지의 옥수수 크림수프를 이유식으로 먹었고, 그 맛은 대를 이어 전해졌다”라고 회상합니다.


옥수수 크림수프는 아버지가 부치는 안부 편지의 다른 이름이었던 겁니다. 종이 위의 레시피는 국경을 건너고 세대를 이어 가족의 정서적 유대를 보존하는 도구가 됩니다.


아버지의 요리 인생은 오믈렛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도쿄제국호텔의 주방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아침 식탁에 맞추기 위해 끝없는 달걀 요리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요리란 손맛의 영역을 넘어 집념과 수련의 산물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가 레시피를 따라 하며 무심히 완성하는 한 접시에도 사실은 수십 년의 땀과 연구가 켜켜이 쌓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저녁은 셰프의 삶에서는 종종 부재의 시간으로 기록됩니다. 부재 속에서도 직업적 헌신이 어떻게 가족의 기억 속 상징으로 전환되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가슴을 두드립니다. 시간이 흘러야만 깨달을 수 있는 사랑의 형태를 완벽하게 포착합니다. 아이에게는 아버지의 부재가 서운함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야 그 부재 속에 담긴 희생과 사랑의 무게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기술 전수 장면이 등장할 때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소고기는 말이지, 굽기 두 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둬야 한단다”라며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말은 생애의 지혜와도 같습니다. 프라이팬의 열기 위에서 전수되는 것은 기술이지만, 그것을 감싸는 것은 부성애입니다. 히데코가 결국 아버지의 길을 선택한 것도 이 순간들 덕분일 겁니다.





늘 대단한 요리만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평범한 간식마저도 따뜻한 이야기가 됩니다. “아빠가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베를리너 튀겨주신대!”라는 어머니의 말은 어린 딸의 하루를 환희로 채웁니다. 여기서 요리는 미슐랭급의 복잡한 기술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부지런히 튀겨내는 한 조각의 빵에서 더 큰 의미를 얻습니다.


“지칠 때면 아버지와 함께 굽던 향긋한 애플파이 냄새를 떠올리며 힘을 내본다”라고 말하는 딸. 요리는 삶의 복원력을 일깨우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기본기부터 실패하기 쉬운 포인트, 가정에서 응용하는 비법까지 아낌없이 공개한 서른일곱 편의 레시피가 반갑습니다. 옥수수 크림수프, 햄버그스테이크, 로스트 치킨, 애플파이 등 아버지와 딸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요리들입니다. 재현의 차원을 넘어, 오늘의 부엌에서 재해석된 레시피입니다.


글과 사진이 함께 빚어낸 『아버지의 레시피』. 주방의 구석구석, 재료가 익어가는 순간, 오래된 노트의 질감까지 고스란히 포착한 칠십여 컷의 사진은 맛을 상상하게 합니다. 요리를 삶의 언어로 이해하는 시간, 세대를 잇는 전승의 힘을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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