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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삼국지 기행 : 위나라, 촉나라 편 - 기행장군 양양이의 다시 보는 삼국지 이야기
기행장군 양양이(박창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방구석에서 떠나는 장대한 삼국지 현장 탐험, 위·촉의 땅에서 영웅들의 숨결을 만나는 시간 『방구석 삼국지 기행: 위나라, 촉나라 편』.
『삼국지』 덕후들이 많을 겁니다. 수차례 읽은 분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 무대가 된 땅을 실제로 걸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유튜브 채널 기행장군 양양이로 활동 중인 박창훈 저자는 삼국지에 평생의 열정을 쏟아온 인물입니다. 역사학 전공자로서의 학문적 토대, 중국에서 교육학 석사를 그리고 현장을 직접 누비며 기록한 80여 곳의 답사 경험이 이 책의 뼈대를 이룹니다.
『방구석 삼국지 기행: 위나라, 촉나라 편』은 책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입니다. 과거 100년 전쟁의 중심 무대로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삼국지 영웅들의 무용담을 더 이상 텍스트 속에 남겨두지 않고, 현재의 땅과 공기 속에서 재현합니다.

1부 위나라 이야기에서는 조조의 카리스마가 깃든 땅으로 안내합니다. 조조의 고향 초현(오늘날 안휘성 박주)은 거리 곳곳에 남아 있는 도로명과 기념물로 조조의 흔적을 드러냅니다.
그저 유적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조조가 왜 초현 출신이라는 배경을 자주 강조했는지, 후대 조비가 이곳을 오도(五都) 중 하나로 지정한 까닭은 무엇인지 파고듭니다. 초현은 조조 개인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위나라 정통성의 근거지입니다.
이어서 조조가 선택한 땅들을 집중 조명합니다. 헌제의 장안 탈출기는 액션 영화 같은 스펙터클을 자랑하는데, 실제 지형과 함께 설명을 들으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조조와 유비가 연합하여 여포를 무너뜨린 하비는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저자는 2014년 진행된 고고학 발굴 현장까지 추적하며 삼국지 텍스트와 현대의 만남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위·한의 정통을 차지하기 위한 조조와 원소의 격돌, 관도대전은 『삼국지』 전개의 전환점이자 저자에게는 전장을 직접 밟으며 얻은 역사적 통찰의 무대였습니다. 조조가 관도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지형적 우위를 활용한 필연이었음을 현장에서 입증합니다.
조조가 업성을 수도로 삼으면서 본격적인 위나라 제국의 기틀이 마련됩니다. 업성의 흔적은 허베이성 안양 일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동작대 같은 권력 상징물은 권력자의 상상력이 물리적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조조의 정치적 야망이 구체적으로 어떤 땅 위에서 실현되었는지 탐구합니다.

2부 촉나라 이야기에서는 유비와 제갈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비의 고향 누상촌에는 여전히 뽕나무와 기념비가 남아 있습니다. 유비의 생가 앞에는 '유비가'라는 술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만든 양조장이 하필 '장비양조회사'였다는 점은 덕후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입니다.
탁현의 도원결의 무대, 평원에서의 유비, 서주에서의 새로운 기회까지 유비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인간적 매력과 정치적 역량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삼국지를 읽다 보면 전율이 흐르기 마련인 적벽대전. 전설의 전투가 아니라 실제로 장강 일대의 전장을 반영합니다. 저자는 주유 동상과 적벽이라 새겨진 석각을 찾아가 그 상징성을 짚습니다. 안개 낀 장강 풍경은 수천 년이 지나도 전쟁 전의 긴장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익주는 촉나라 건국의 핵심입니다. 유비가 어떻게 유장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결국 민심을 얻어 익주를 차지했는지 정치적 은덕 전략에 대해 짚어줍니다. 방통의 죽음과 면죽관전투는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 재조명됩니다.
한중전투는 촉과 위가 직접 맞부딪친 전쟁으로, 장비·황충·하후연 등 영웅들의 최후와 연결됩니다. 장비가 암살당한 뒤 무덤과 관련된 전설은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패자의 흔적도 이렇게 공간 속에 남겨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방구석 삼국지 기행: 위나라, 촉나라 편』은 텍스트와 공간, 신화와 사료, 전설과 발굴 현장이 맞닿아 있습니다. 인물 중심의 분석이나 전투사 위주의 서술에서 벗어나 공간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삼국지를 재해석했습니다. 1800년 전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역사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합니다.
현지 주민들과 소통하며 생생한 이야기를 발굴해 내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드론을 활용한 항공 촬영, 유적지 원문 등 풍부한 시각 자료도 매력적입니다. 위나라와 촉나라의 땅을 거닐며 영웅들의 숨결을 따라가는 이 책은, 삼국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야 할 독서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