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모메 식당 영화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무레 요코의 신작 <이걸로 살아요>. 요코 중독자들을 즐겁게 해줄 가볍게 읽기 좋은 취향 존중 에세이입니다.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면서도 무심코 사버리곤 반성하기 일쑤이지만, 오래된 물건의 설렘을 간직할 줄 알고 이것만큼은 취향을 내던질 수 없다는 확고함도 가진,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귀여운(?) 무레 요코의 물건에 담긴 소소한 행복을 엿볼 수 있어요.


<이걸로 살아요>에는 21가지의 취향이 등장합니다. 책 표지에도 무레 요코가 언급한 것들로 아기자기하게 채워져 있네요. 스타우브 냄비로 밥을 짓고, 삼베 시트와 지지미 파자마의 시원함을 좋아하고, 청소기보다 빗자루를 애용하고, 편지지와 우표를 모으는 걸 좋아하는 무레 요코. 노묘와 함께 살며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를 애지중지하는 그의 소소하지만 확고한 취향들을 보면서 공감하게 되는 장면이 어찌나 많던지요.


원고지에 손으로 글을 쓰던 시절이 과거의 유물처럼 되었고, 쓰지 않으니 해가 갈수록 손글씨가 볼품 없어진다며 투덜거립니다. 그래도 만년필과 연필 등 필기구 사랑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문구류도 죄다 플라스틱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되도록이면 플라스틱 제품을 안 쓰려고 노력하는지라 일부러 고무지우개를 굳이 찾아 사용하기도 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노력을 쏟는 일 자체를 즐깁니다. 


밥을 짓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일들을 즐길 줄 아는 무레 요코입니다. 냄비나 뚝배기에 밥을 짓는 일을 20대 중반 첫 독립 때부터 줄곧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냉동밥도 쪄서 해동하는지라 전자레인지가 없는 집입니다. 밥 짓기 좋은 냄비를 갈아타온 역사를 듣는 일도 즐겁습니다. 요즘 쓰고 있는 건 가장 작은 사이즈인 2인용을 원했던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스타우브 브랜드라고 해요. 빨간 색깔과 앙증맞은 디자인을 보며 '역시 귀여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 결국 충동구매하기에 이릅니다. 저는 전기압력밥솥도 쾌속취사를 할 정도로 빨리빨리를 추구하는데, 밥 짓기에 진심인 무레 요코를 보니 뭔가 숙연해지는 기분입니다.


뜬금없이 모기향도 취향이라고 나와있어 뭔 일인가 싶었어요. 줄무늬가 약간 있다 해도 전혀 귀엽지 않은 모기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무레 요코. 모기 퇴치, 박멸용 제품을 이것저것 다 사용해 봐도 역시 최고는 모기향이더라고 합니다.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만든 지지미 파자마 이야기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지지미 옷을 검색하고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지지미 재질은 습하고 더운 여름날에 입기 딱 좋은 재질이어서 저도 예전에 입었던 기억이 나는데 까무룩 하고 있었습니다.


뜨개질을 좋아해서 털실을 고르는 취향도 확고한 편입니다. 다양한 색깔 덕분에 반한 오팔 털실로는 후딱 완성되는 양말을 열심히 만들고, 가볍고 따뜻해 보여서 좋아한다는 로완 사의 털실로는 스웨터를 틈틈이 뜨기도 합니다. 평소 스카프나 숄처럼 몸에 두르는 소품류를 애정 하는 무레 요코이니 목도리도 뜹니다. 그리고... 욘사마 매듭으로 두른다고 합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줄이기 위해 여전히 처분 중이지만 특히 책장 앞에서는 머리를 감싸 쥐는 나날들의 연속이라고 고백합니다. 책을 찾을 때 고개를 세우기도 하고 눕히기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서 어찌나 공감되던지요. 저 역시 앞뒤 이중으로 꽂지 않고 고개를 요리조리하지 않게끔 책 분량을 간소화하고 싶습니다.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편지지를 보며 '후후후훗' 싱글거리는 게 바로 행복이지 않나며 확고한 취향을 즐길 줄 아는 무레 요코의 일상. <이걸로 살아요>를 읽는 내내 마음이 유쾌해지는 시간을 누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을 보다 - 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
마크 C. 테일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인들은 침묵 없이 사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소음은 청각적일 뿐만 아니라 시각적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음성과 이미지는 우리의 감각을 공격하며 우리의 삶 깊숙이 침투해있습니다. 소음에 빠져 벗어나지 못한 채 소음에 중독된 우리에게 침묵을 이야기하는 책 <침묵을 보다>.


​종교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C. 테일러 저자는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 작가 등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침묵을 분석해나갑니다. 침묵하는 법 같은 자기계발 성격이 아니어서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침묵의 의미를 이토록 집요하고 폭넓게 파헤치는 저자의 역량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세상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가진듯한 독창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어 명쾌한 이해보다는 알쏭달쏭하면서도 어느 순간 매료되는 낯선 경험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침묵은 그저 소음 없음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주체를 적극적으로 나에게 맞춰본다면, 자신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을 하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침묵을 들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침묵을 듣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침묵을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주변의 침묵보다 더한 침묵이 되어야 침묵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 에드몽 야베스처럼 침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침묵을 보다>는 부모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오래된 사진 박스에는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사람들이 찍힌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과거를 살펴보며 침묵 속에서 며칠을 보냅니다. 그 사진들을 보며 침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때는 기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잊혀진 과거의 침묵뿐 아니라, 침묵 너머의 침묵을 마주한 겁니다. 침묵을 듣는다는 것은 당신이 없는 세상을 듣는다는 것과 같다는 걸 알게 됩니다.


도시의 침묵은 시골의 침묵과 다르고, 시작의 침묵은 끝의 침묵과 같지 않으며, 젊음의 침묵은 노인의 침묵과 같지 않듯 이런 다양한 형태의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새로운 말(세계)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침묵과 언어와의 관계를 깊게 파고든 하이데거,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비트겐슈타인 등 여러 철학자들이 정의 내린 침묵을 찾아 나섭니다. 수전 손택은 <침묵의 미학>에서 침묵을 충만함과 텅빔이라는 양면적인 성질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침묵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말하지 않는 것도 있는 반면 말할 수 없는 것도 침묵의 형태로 나타나니까요.


1952년에 첫 공연한 존 케이지의 유명한 작품 <4분 33초>는 연주시간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완벽히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무향실에서 절대적인 무음이 아닌, 자신의 신경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경험 이후 침묵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됩니다. 2012년에 열린 메닐 재단의 <침묵> 전시는 여러 예술가들이 해석한 침묵 작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시각예술이 침묵의 소리를 탐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짚어줍니다.


침묵을 지키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도 있을 테고 말이죠. 역설적으로 침묵을 지킴으로써 오히려 말을 하는 셈입니다. 말과 침묵을 그저 반대로만 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살은 최후의 침묵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침묵에 몰두하며 결국 자살한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를 통해 침묵의 공간을 찾아 헤맨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컬러애 빠지다>를 통해 반타블랙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는데요. 거의 모든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는 절대 검정인 반타 블랙. 블랙홀 같은 느낌도 들고, 입체감 없이 평면으로 보이게 할 정도인 반타블랙의 사용 독점권을 확보한 예술가 카푸어의 작품을 통해 심연의 어둠과 같은 침묵을 해석해 보기도 합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침묵은 오히려 사치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음 공해를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탄생될 만큼 침묵의 상업화에 이른 수준이 되었습니다. 침묵은 두 눈을 감아야만 듣게 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소음을 다 눌렀을 때 남는 게 침묵이 아니라고 한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처럼 침묵을 새롭게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책 구성도 침묵의 공백을 넣어 흥미진진하게 표현했습니다. 아무런 내용 없이 … 만 표기된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제임스 터렐, 바넷 뉴먼, 애드 라인하르트, 마크 로스코, 애니쉬 카푸어, 마이클 하이저, 도날드 저드, 로버트 어윈, 엘스워스 켈리, 안도 타다오 등과 함께 하는 침묵의 시각 예술을 만나는 시간 <침묵을 보다>. 예술을 통해 철학적인 침묵의 세계를 탐구해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대표 환경기자 윤지로 저자의 <탄소로운 식탁>. 기후위기와 먹거리와의 관계를 잘 짚어준 책입니다. 해산물 섭취 세계 1위, 돼지고기 소비량 세계 2위, 쇠고기 소비량 아시아 1위. 그리고 먹방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밥심에 진심인 우리나라. 그런데 식재료를 누가 어떻게 길렀는지, 어떤 유통 단계를 거쳤는지,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는 과정은 무관심 일색입니다.


<탄소로운 식탁>은 먹거리가 식탁 위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과정을 다루고, 기후위기 시대 먹거리 전환에 관한 문제의식을 제기합니다. 그저 탈육식, 유기농 재배만을 강조하는 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고기, 채소, 과일, 해산물 등 먹거리를 기를 때 탄소를 발생시키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기후위기에 탄소가 왜 무엇 때문에 문제 되는지 살펴봅니다. 산업혁명 전만 해도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280ppm(0.028%)였지만 이후 415ppm(0.0415%)까지 높아졌습니다. 별로 문제 될 게 없어 보이는 비율이지만 문제는 이 적은 양만으로도 우주로 빠져나갈 복사에너지가 대기 중에 붙들려 대기 온도가 올라가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다행히 달성한다 하더라도 2100년엔 무려 1135ppm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은 수명이 9년 정도인데 이산화탄소는 길면 1000년이나 사라지지 않는다니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기후위기의 가해자이지 피해자로 악순환의 반복에 갇혀 있습니다. 석탄으로 만든 전기와의 결별, 휘발유·디젤 차와도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먹거리 체계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먹거리 선택과 재배되는 방식을 변화시키면 기후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 됩니다. 우리의 한 끼가 지구의 1도를 낮출 수 있는 겁니다.


육식 논쟁은 기후위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비거니즘과 육식주의자 문제보다는 지나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지난번에 읽은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도 읽었지만 소가 문제라기보다는 최단기간에 최대로 소의 몸집을 키운 인간의 문제입니다. 축산업 효율화의 핵심은 더 빨리 살찌우는 겁니다. 소의 트림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건 가축 특히 돼지 분뇨입니다. 국내 돼지 사육 두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분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메탄 발생량은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살펴보며 그 한계를 짚어줍니다.


고기를 줄인다고 해결되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농업 부문 배출에서 육식과 채식의 비중은 44 대 56으로 채식이 조금 더 높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단순히 육식이냐 채식이냐의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곡물, 채소, 과일을 기르는데 왜 온실가스가 나올까요. 


농기계, 비료, 농약, 땅을 갈고 물을 대는 일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과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비료는 제조할 때뿐만 아니라 뿌리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발생시킵니다. 왜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지, 유기농 재배가 현실적으로 왜 힘든지, 왜 그렇게 비닐하우스가 많은지 현재 관행농업의 현실을 알아갈 때마다 우리가 마트에서 농산물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탄소를 권하는 농업이 된 우리나라의 농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바다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안타깝게도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어업정책을 펼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족 자원이 줄고 기름값은 오르고 함부로 이용하기 힘들어진 바다. 정부 보조금으로 간신히 어업을 유지하거나 양식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양식업이 더 친환경적인 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전기를 만드는 나라니까요.


광어 양식장의 경우 펌프 8대로 바닷물을 끌어와 순환시키고,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 히트 펌프 6대를 풀가동하며 물을 데운다고 합니다. 전기를 덜먹는 장비를 설치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해도 1년에 2억 원의 전기료를 냅니다. 작물 재배업, 축산업에 이어 양식어업까지도 전기 먹는 하마 시스템인 겁니다.


밥상 위 먹거리가 어떤 과정 속에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지를 보여준 <탄소로운 식탁>. 농업, 축산업, 어업 모두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하지만 아직은 개별적인 사례 위주로만 실행 중입니다. 이 책에는 비현실적인 먹거리 논쟁보다는 온실가스 중립을 위한 시스템 변화의 당위성을 이해하면서 선순환의 고리에 접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업체들이 소개됩니다.


소비자로서는 원산지와 친환경 여부를 따지듯 탄소발자국도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저도 평소 저탄소 인증받은 농산물이 있으면 그걸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나만 변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온실가스에 대한 빈약한 문제의식과 정책 부재를 짚어주는 <탄소로운 식탁>을 읽으며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실천하면서 저탄소 먹거리로 시민의식이 전환된다는 점이 의미 있는 일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시아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3
이무열 지음 / 가람기획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 역사라 하면 사회주의 혁명 후 소련의 이야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현대 러시아의 아성은 옛날 같지 않습니다. 그러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오늘날 러시아의 행태를 보면 기나긴 역사적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터진 사건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러시아역사 다이제스트 100>. 100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기에 해당 나라의 역사 기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흐름을 따라 쉽게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러시아역사 다이제스트 100>으로 키예프 러시아로부터 시작해 러시아 제국,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그리고 현재 러시아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역사와 민족성을 이해하게 되면 러시아의 현재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러시아라는 국명이 채택된 건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 시대 러시아 제국이 성립하면서부터입니다. 그때만 해도 우크라이나, 발트 지방까지 아우르는 유럽 러시아와 아시아 시베리아 지방을 지배하던 러시아였습니다. 기록상 러시아 역사는 9세기 키예프 러시아로 시작합니다. 키예프 주변 동슬라브인들이 스스로를 루시라 부르고 그들이 살던 땅을 루시의 땅이라 명명합니다. 이후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이고 키릴 문자를 보급하며 성장하다가 몽골족에게 몰락합니다. 이때 러시아인들이 대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벨로루시인으로 분화합니다. 슬슬 조짐이 보이지요? 키예프 러시아 시절은 러시아인들에게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합니다. 분열된 루시의 땅은 이후 러시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대통일을 이룩하며 모스크바 러시아 시대가 시작됩니다. 모스크바의 지리적 위치상 어떻게 경제 중심지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러시아 특유의 전제권력이 어떻게 확립되는지 이어집니다. 300년을 이어간 로마노프 왕조의 출현으로 개혁 전제군주 표트르 1세로부터 시작된 러시아 제국은 북으로는 스웨덴, 남으로는 투르크, 서로는 폴란드까지 팽창하게 됩니다. 옛날 키예프 러시아가 영유하던 지역 대부분을 다시 손에 넣게 된 거죠. 당시 러시아 제국 법전 제1조는 "전 러시아의 차르는 독재하는 절대군주이며, 그 최고 권력에 외경심을 가지고 마음으로부터 복종할 것을 신의 이름으로 명령한다."였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합니다. 


19세기 러시아는 최악의 전제정치와 농노제의 폐해 속에서 시대정신의 승리라고나 할까요. 각종 분야에서 당대 최고 수준의 위업을 달성합니다. 푸시킨, 고골리,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등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가 펼쳐집니다. 과학, 음악, 예술 분야에서도 유명인들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유럽 열강이 충돌한 크림 전쟁 패배 이후 농노제 존립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농노 해방 등 대개혁이 단행되었고 노동운동의 성장과 마르크스주의의 보급으로 이후 러시아 혁명 운동의 역사가 이어집니다. 러일전쟁에도 패배하자 제국의 허약함은 고스란히 노출되었고 결국 1917년 무혈혁명인 10월 혁명을 통해 세계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하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탄생된 것이 소비에트 연방입니다. 러시아가 소련이 되었습니다. 이때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아제르바이잔, 아르마니아, 그루지야 등은 연방으로 남게 되었고, 폴란드, 발트3국, 핀란드 등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런데 히틀러 독일의 위협으로 몰도바, 발트3국이 이후 다시 연방에 가입하게 되면서 역사는 또다시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집니다. 스탈린의 대숙청 시대를 거쳐 동서 냉전이라는 위태로운 평화 공존 시대를 한동안 이어갔지만 소련은 경제 위기를 겪으며 서서히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주변국들의 탈소 독립운동이 급격히 증가하며 소련 체제가 흔들립니다. 그동안 억지로 봉합했던 민족 문제가 폭발한 겁니다. 결국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며 러시아와 옛 소련 구성국들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하게 되고 저마다 자유민주적 질서에 새롭게 정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옛 소련의 위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높은 자존심은 찢겼습니다. 민족분열은 더욱 심화되어갑니다. 2000년 이후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을 추구하는 푸틴 체제하에서 주변국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푸틴이 생각하는 위대한 러시아는 옛 소련과 표트르 치세 러시아의 혼합이라고 합니다. 풍부한 가스와 석유 자원을 무기 삼아 옛 소련의 다른 공화국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까요. 옛 영광을 찾겠다는 야망이 전쟁으로 드러난 이 시점에서 이번 선택이 어떤 결말로 기록될지 지켜보게 됩니다.


이 책에는 2012년 푸틴 대통령 재취임까지의 러시아 역사 연표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역사 다이제스트 100>으로 만난 러시아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을 비롯해 러시아와 서유럽과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기로운 중학 생활 - 입학 준비부터 자유학기제, 내신, 고등 입시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중학교 생활 가이드
황유진 지음 / 생각지도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유튜브 왔쌤TV로 중학교 생활 및 고등 입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21년 차 중학교 교사이자 현직 교감 선생님 황유진 저자의 <슬기로운 중학 생활>. 초등학교 고학년생 학부모부터 현재 중학생인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중학교 3년 동안의 로드맵을 정리한 유용한 꿀팁이 가득한 책입니다.


초등학교와는 다른 시스템의 중학교 생활을 앞두고서 지역 맘카페 정보 수집 외에는 딱히 정보를 얻기 힘들고, 너무나 시시콜콜해서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한 중학 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할 겁니다. 게다가 중학교 입학에 초점 맞춘 정보가 대부분이라 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정보는 소홀히 한 탓에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납니다.


<슬기로운 중학 생활>에서는 입학 준비부터 자유학년제, 내신 공략 같은 중학 생활뿐만 아니라 고입 전형 및 자기주도 학습 전형 준비 등 고등 입시까지 충분한 분량으로 다루고 있어 이 한 권만으로 든든해집니다.


예비 중등 부모에게 가장 시급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1장에서는 중학교 배정에서부터 입학까지의 과정을 시기 순으로 알려줍니다. 지역마다 중학교 배정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에 해당 지역별로 배정 방식, 재배정 신청 조건 등을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원치 않은 학교로 배정되었다고 해도 아이의 3년을 생각해 본다면 부모가 함부로 미리 불만을 내뱉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처럼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주고 있어 공감되더라고요.


저는 교복을 몇 벌 사야하는지에서 헤맸었어요. 동복과 하복마다 교복 외에 생활복도 있고 체육복도 있거든요. 더운 계절엔 하복 교복 대신 생활복을 입어도 되는 학교가 많습니다. 입학 전 교복 구입할 당시엔 그걸 몰랐던 터라 교복 여름용 긴바지는 한 번도 입지 않은 반면에 생활복은 추가로 더 사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 체육복은 중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외 입는 걸 금지한 학교를 다녀서 체육복도 꽤 새것처럼 멀쩡하게 남더라고요. 다른 학교는 수업 상관없이 입어도 되는 곳이라 이처럼 학교마다 규정이 제각각입니다. 그 외 실내화, 명찰 등 소소한 궁금증들을 알려줍니다.


중학교에서는 수업 시간도 늘어나고 배우는 과목도 늘어나고, 학교마다 교과서도 다르고 출판사별로 저자도 나뉘니 과목별로 문제집 하나 고르는데도 정신이 없습니다. 사회2 교과서라고 해도 2학년 때가 아니라 3학년 때 배우기도 하고요.


교과 시간 외 자율학기 활동, 창체 시간이 배분되어 있는 시간표만으로도 낯선 용어로 해롱대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도 지필 평가 없는 자유학년제에 대해서는 아이들 입장에선 놀자 분위기가 형성되는지라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제가 자유학년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절절하게 남아있는 케이스라 예비중 부모님들은 이 시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아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는 소중한 이 시기를 놓치면 허송세월 1년이 지나갑니다. 그러다 보면 중2병 치르느라 또 한 해가 순삭이고, 어느새 졸업반에 고등학교 입시도 그렇게 휩쓸려 버립니다.


<슬기로운 중학 생활> 2~3장에서는 아이의 핵심역량을 길러주고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며 보낼 수 있도록 자유학년제에 관한 모든 것이 잘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 중학교 3년 동안의 학교생활기록부가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 관리법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출결 상황에 따라 고입 입시에 영향이 미치기에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자칫 불이익을 받게 되니 기본 중의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중학교 성적통지표 읽는 법부터 갈수록 중요해지는 교과세특의 의미와 관리 방법, 학교생활기록부의 마지막 항목인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 아이가 평소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지 유의미한 도움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자녀의 긍정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부모가 알고 있으면 좋은 내용들입니다.


중2 때까지 관심 없이 지내다가 고입을 앞두게 되면 아차 하는 후회할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 집 아이도 더 적성에 맞는 고등학교를 미리 알아보지 못해서 뒤늦게 후회한 쪽이어서요. 아이가 관심 두고 있거나 진학하고 싶어 하는 고등학교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손놓고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고등학교는 대입과 연결되어 있어 고등학교 선택을 쉽게 판단 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어영부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일반계고 외에는 입시 일정 및 입학전형요강 확인을 일찌감치 준비해야 합니다. 어디로든 무난하게 가기 위해서는 결국 중학 생활을 얼마나 잘 꾸려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매년 3월이 되면 고입정보포털 사이트에서 다음 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고등학교 입학전형 영향평가 매뉴얼이 업데이트되니 관련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위해 확인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도 4~5장에서 잘 다루고 있어 낯선 용어에 당황하지 않고 합격을 위한 자기소개서 쓰는 법, 면접 준비를 포함해 자기주도학습전형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입학만 한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중학교 입학은 고등 입시를 비롯해 대입 및 사회로 나가기 위한 여정의 시작점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 동안의 중학 생활이 우리 아이 인생 중 얼마나 중요한 시기였는지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슬기로운 중학 생활>로 든든하게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황유진 선생님의 오랜 중학교 교사 경험의 노하우가 이 한 권에 압축되어 있어 누구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 놓치기 쉬운 팁들을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