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로맨스 소설은 소장용으로 웬만해선 간직하지 않는 편인데, <나 여기 있어요>는 책장에 벌써 자리 잡았습니다. 소설 내내 남녀 간 대화 없이도 이렇게 달달한 로맨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2015 프랑스 새로운 인재상 수상 작가 클레리 아비 작가의 로맨스 소설 <나 여기 있어요 I'm Still Here>.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라고 해서 처음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후 남녀 간의 꽁냥꽁냥 스토리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없는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흡인력에 푹 빠져 무척 즐겁게 읽은 소설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지 20주. 깨어난 지 6주.
엘자의 의식은 깨어났지만 이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상상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시간들을 '고치를 빌려 사는 번데기처럼' 홀로 보낸다는 걸 상상하니 오싹해집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나 여기 있다고.

 

 

 

동생의 사고로 병원에 왔다가 엘자의 병실로 잘못 들어간 티보. 하필 그날이 엘자의 생일인 걸 알고 생일 축하 뽀뽀를 하질 않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을 풍기는 엘자에 끌려 그 병실에서 낮잠을 자질 않나... 뻔뻔하지만 유쾌한 티보의 행동은 그린라이트가 반짝반짝~!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뭘 바라는지는 알아.

 

감각은 없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엘자는 티보가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유일하게 새로운 것이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흥밋거리입니다. 웃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 사람입니다.

 

애증으로 가득한 동생 때문에 오는 병원이지만 엘자를 생각하면 병원 면회 가는 일이 즐거운 티보. 병원 갈 때마다 엘자의 병실에 들립니다. 티보에게 그곳은 피난처이기도 합니다. 거의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서 자기도 모르게 위안을 받고 절실하게 깨어나길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낮잠을 자죠. 이제는 딱딱한 의자 대신 과감하게 엘자의 침대 한편에 누워 자는 티보. 그를 느끼지 못해 더 애가 타는 엘자는 그의 체온만이라도 느끼고 싶습니다. 눈을 뜨라고 명령하는 생각만 하면서 정신 훈련을 할 정도입니다.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새벽, 청소 아주머니가 엘자의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생깁니다. 엘자는 라디오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티보도 엘자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만 정작 의사들은 믿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력으로 숨도 거의 못 쉬는 엘자의 연명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합니다. 회복될 확률은 고작 2퍼센트도 안 된다며 의사의 공식 선고까지 받은 상황에서 가족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엘자는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믿어 주는 유일한 사람, 티보를 꼭 보고 싶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뜨고 싶다.

 

 

 

안타깝게도 동생의 자살로 절망에 빠진 나날을 겪는 티보. 뒤늦게서야 엘자의 연명 치료 중단 소식을 듣게 됩니다. 중단하는 바로 그날에 말이죠. 이미 늦었을지 모르는 시점입니다.

 

<나 여기 있어요>는 엘자와 티보 간의 직접적인 대화는 없지만 각자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네요. 상황상 분명 절절한 안타까움으로 가슴 아릿해야 하는데, 담백하게 절제한 감정과 소소하게 한 번씩 치고 들어오는 유머가 별미입니다.

 

엘자의 병실에서 꼬박꼬박 낮잠 자는 티보는 병원 매트리스의 편안함을 격하게 칭찬하며 단잠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 부부의 아기를 봐주면서 유모차 펴는 법을 몰라 씨름하는 모습 등 은근 허당 기질이 엿보이더라고요. 사실 읽는 내내 이런 남자 남편감으로 최고라고 할 만큼 아기의 대부 역할은 엄지 척! 해줄만했어요. 엘자 역시 살아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의사를 두고 분노의 태풍이 몰아닥치는 상황에서 "저 인간 다리몽둥이가 부러지게 해주세요." 하며 순간 풋~ 웃음을 주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눈물바람나게 해 마음이 불편해지는 로맨스류는 두 번 읽지는 않는데요, <나 여기 있어요>는 소소한 웃음과 심쿵할만한 달달함 그러면서도 심장이 저릿해지는 안타까움까지 그 균형이 절묘해서 한 번 읽고 난 후 다시 읽어 볼 정도였어요. 외전이 필요해!!! 외치게 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내가 가장 제정신으로 저지른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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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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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 엽기적인 제목을 봤나. 벚꽃 만발 달달한 표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제목이라니.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면 저 제목을 읊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련해진답니다.

 

2016년 일본서점대상 2위, 일본 독자가 읽고 싶은 책 1위 등 2016년 일본 출판계 각종 상을 휩쓴 라이트노벨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선배 작가의 눈에 띄어 빛을 본 소설이라는데 만화판, 영화판으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독자 반응도 폭발적입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열일곱 살 사쿠라에게서 나온 이 말을 듣자마자 카니발리즘 소설인가 싶어 흠칫.

신체 어딘가 안 좋은 곳이 있을 때 다른 동물의 그 부분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든지, 영혼을 가질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카니발리즘이 행해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췌장에 생긴 병으로 1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쿠라. 얼마 남지 않은 생이지만 학교에서는 유쾌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어 그 누구도 그녀의 사정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나'에게 공병문고라는 비밀노트를 들켜버립니다. '나'는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유일한 클래스메이트입니다.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나'의 이름. 그녀는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 '사이좋은 클래스메이트' 등으로 부르고, 친구들 역시 '음울해 보이는 클래스메이트', '눈에 잘 안 띄는 클래스메이트' 식으로 불러요.

여기서 '나'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 관심 없고 타인과 거리를 두는 '나'. 반면 그녀는 친구가 많고 인간관계 폭이 넓습니다. 나와 그녀는 모든 것이 정반대입니다. 불가피하게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후로는 그녀에게 휘둘리며 끌려다니게 됩니다. 

 

 

 

 

그녀의 밥이 되어 주말 외출도 함께 하고 1박 2일 여행도 하게 되지만, 죽음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과 행동을 하는 그녀를 볼 때면 죽음의 두려움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녀가 왜 나 같은 사람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건지 의아할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결정권에는 고분고분~

 

둘의 대화를 보면 은근 재미있어요. "죄송하지만 자살하기 위한 밧줄을 찾고 있는데요, 역시 외상을 입고 싶지는 않아요. 그럴 경우에는 어떤 타입의 밧줄이 가장 무난할까요?" 하며 자살용 밧줄을 점원에게 묻는 것처럼 그녀는 깨는 행동을 할 때가 참 많습니다. '또렷이 들려오는 그녀의 약간 머리가 돈 듯한 질문'이라고 평하는 '나'.

독자 입장에서는 둘의 관계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순수함이 깃든 채 어른 놀이를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미래가 없는 그녀의 옆에 있어도 죽음을 의식하지 못했던 '나'는 그녀의 가방에서 주사기와 수많은 알약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 지진이 난 듯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로에게 왜 끌리는지 깨닫지 못하는 상태였어요. 갑작스레 입원하게 된 그녀를 두고 죽음의 두려움이 점점 커지기도 합니다.

 

퇴원 후 만나기로 한 그날. 그녀를 기다리면서 '나'는 비로소 내 감정을 깨닫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은 '나는 실은 네가 되고 싶었어.'였다는 것을. 그동안 그녀에게 끌려다닌 게 아니라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더 이상 휩쓸리는 풀잎 배 따위가 아닌, 나와는 정반대인 그녀를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투병일기가 아닌 공병(共病)이라고 이름 붙인 노트에는 병이 든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기로 한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의 고등학생 소녀가 소년을 만나 풋풋한 사랑을 하다 죽는 이야기라는 결말이 예측되는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았어요.

 

시작과 끝은 예상할 수 있지만 뻔한 전개도 아니었고 개성 넘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덕분에 유쾌하게 읽기도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가슴에 와 닿는 문장도 많아요. 은둔형 외톨이 소년과 긍정덩어리 소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어리고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그녀를 만난 그날, 내 인간성도 일상도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가 가져와준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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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美學 미학 - 비우며 발견하는 행복, 나와 친해지는 시간
본질찾기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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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비움의 생활에 도전하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비우는 기술만 열심히 따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책이 있어요. 일상 속 행복을 찾는 진정한 미니멀라이프 에세이 <생활의 미학>.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도는 동안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느끼고, 느려도 깊이 있게 즐기는 살림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봄맞이 대청소는 하루 만에 모든 공간을 하는 게 아니라 요일별로 공간 정리합니다. 월요일엔 달빛처럼 빛을 내는 조명 청소, 화요일엔 불을 지피는 가스레인지 주변, 수요일엔 물이 많은 욕실, 목요일엔 나무 소재 물건을, 금요일엔 금속으로 된 전자제품을, 토요일엔 현관과 베란다. 이렇게 요일이 의미하는 것과 비슷한 것을 청소하는 거죠.

 

 

 

청소를 수월하게 하려면 비우기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비워진 공간은 절로 청소하고 싶은 욕구도 높아지고요. 저희 집에도 부엌 찬장을 꽉 채운 건 그릇과 반찬통인데요. 손님용 그릇을 치워버리고 내 가족이 최고의 그릇에 먹겠다는 기준을 잡고 나니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손님용 그릇을 위해 부엌 공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부피 차지하는 토스터 대신 석쇠를 이용해 식빵을 굽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에 관심 가지게 됩니다.

 

잉여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둘러보세요. 언젠가 쓸 물건에 대한 자기만의 엄격한 기준을 세우면 비누, 치약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용품까지 미리 한가득 쌓아두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있을 것이 다 있다'라는 말 자체는 의미 없이 공허하다. 만족이란 것은 있을 것이 다 있어서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라, 만족하는 법을 알기에 만족하는 것이 아닐까." - 책 속에서

 

 

 

감성 사진과 찰떡궁합인 사계절 요리 이야기도 있어요. 봄에는 오징어젓갈을 담고, 여름엔 토마토소스와 오이피클을 만들고, 가을엔 야채 말리기와 사과잼을, 월동준비로 유자청, 겨울엔 레몬청까지. 제철 식재료로 그 시기에 만들어야 할 것들을 알려주네요. 계절의 변화에 충실하게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아날로그 방식도 좋지만 지치는 한여름에 굳이 수건 삶느라 뜨거운 불 옆에 있기보다는 적당히 문명의 이기를 이용할 때도 있고, 소소하지만 나만의 사치를 누리는 취향 저격 물건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비우기의 본질은 내 안의 결핍감을 들여다보며 나만의 모습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고 묻습니다. 그저 트렌트에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절약을 위한 절약은 자칫 인색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조언합니다. 왜 비워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위에만 전념하다 보면 '나'로 사는 삶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거죠.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것에 미니멀라이프의 본질이 있습니다.

 

 

 

육아에 관한 지론도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 내가 나를 키워나가는 의미더라고 합니다. 아이는 결국 부모를 통해 자라니까요. 부모의 생각을 아이와 자주 소통하며 나누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육아라고 합니다.

 

비움의 목적은 '나를 아는 것'으로 귀결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으려면 내가 지향하고 있는 나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비우고, 요리하고, 살림하는 평범한 일상. 필요와 여유의 그 공간에서 온전한 '나'로 사는 삶을 이야기하는 일상모음집 <생활의 미학> 덕분에 마음이 한결 넉넉해진 기분입니다. 

 

똑같은 평범한 일상인데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책을 읽는 내내 미니멀라이프의 종결자가 가진 여유로움이 저한테까지 고스란히 다가오라고요. 간소한 삶을 추구하기에 남긴 물건의 애착은 더욱 높아집니다. 모든 것이 사랑받는 물건들로 채워진 공간,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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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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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교양 지식을 담은 뇌섹시대 맞춤형 책이지만, 일반적인 책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모든 주장을 철저히 의심하라."를 바탕으로 내가 알던 것이 궁극적인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류 학설을 객관적이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죠. 논쟁거리가 될만한 주제가 가득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근거 없이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 증거와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주류 학설에 이의 제기합니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은 우리 주변의 미지의 영역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합니다.

콜럼버스 이전 고대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교류, UFO, 초심리 현상, 고대 전지, 생명 진화, 첨성대,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주제에 따라 관심 없었던 분야라면 많이 낯설만한 것도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양자역학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어 저는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습니다. 그 파트는 아직 내가 이해할 때가 아닌가 보다 싶어서 언젠가 다시 읽기로 하고 이번엔 슬슬 읽고 넘겼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코카인, 니코틴 성분을 함유한 식물이 자생하지 않는 곳이라는군요. 지금까지 정석은 콜럼버스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 디딘 후에나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미라에 코카인·니코틴 성분이 검출되었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단순 오염, 가짜 미라 등의 논란은 해소된 상태를 전제로 합니다. 다양한 가설을 살펴보다 보면 결국 콜럼버스 이전에 이미 신구 대륙을 오가며 교역했을 거라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교역을 했을 거라 추측할만한 폴리네시아인의 미스터리에 관한 이야기는 유럽 중심 세계사를 뒤흔들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공약으로 UFO 정보 공개를 내걸었을 정도로 미국은 UFO에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 성인의 51퍼센트가 UFO 실재를 믿는다는군요. 11퍼센트는 직접 목격했다고 하고요. UFO가 집중적으로 출몰했던 시기도 있었고, 로즈웰 사건처럼 온갖 음모론이 나올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50년대 UFO를 직접 목격했다고 알려져 있고, CIA 국장까지 지냈던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은 UFO와 관련된 진실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 말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여전히 미스터리로만 남은 UFO의 진실,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론은 없지만 단순 음모론과 추측을 넘어 문서를 바탕으로 UFO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0세기 대표 정신과학자 프로이트, 물리과학자 아인슈타인. 이들도 말년엔 초심리학에 관심 가졌다는데?! 프로이트는 텔레파시 부정론자에서 긍정론자로, 아인슈타인은 텔레파시 책의 서문을 쓰기도 했다네요. 텔레파시 실험은 우연의 확률을 크게 넘어서야 의미 있죠. 미스터리한 결과를 보여준 실험들을 소개합니다. 

아인슈타인 에피소드에서는 원자 폭탄 이야기로 넘어가길래 의아했는데요. 핵폭탄 연구 실험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아인슈타인이 배제된 걸 설명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또 다른 유명 과학자 파울리가 배제된 이유 때문입니다. 당시 파울리 효과라고 불릴 만큼 파울리가 참여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미신'이 있었거든요. 이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다윈 자연선택설을 자연선택의 원리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 맹성렬 저자는 철저히 반대 이론을 펼칩니다. 생명 진화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해준다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계적 환원론으로 무장한 현대 진화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기도 한데요. 더 이상 가설 수준이 아닌 원리 수준으로까지 확고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거죠.  저도 이 부분은 저자의 의견에 공감해서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저자는 수많은 우연의 연속보다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 효율적인 생존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것을 아닌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생명체는 기계가 아니기에 생명 진화의 효율성에 관한 주제는 알면 알수록 어렵네요. 특히 슈뢰딩거의 생명현상과 양자역학의 관련성 제기 이후부터는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가 감당하기에는 더욱 어렵더라고요.

 

 

 

세계, 동양 최고의 천문대로 알려진 첨성대. 하지만 이설의 등장 이후 첨성대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토착 종교와 불교 신앙이 표현된 우물설, 별이 아닌 태양과 관련됐다는 가설, 불교적 상징물일 뿐이라는 설 등 다양한 이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천문 관측 상설 천문대가 아니라 점성술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하는 절충설이 가장 유력한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맹목적으로 천문대라고 알았던 첨성대의 새로운 논란도 흥미진진한 주제였어요. 

 

 

 

노벨상 수상자인 천재 물리학자 조지프슨은 생물학자와 신경생리학자가 모인 자리에서조차 초능력 타령을 할 만큼 초능력 현상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당시 비틀즈도 초월 명상에 빠졌었고 세계가 초월 명상 붐이기도 했다는데요. 조지프슨은 이 문제를 양자역학으로 풀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해요.

 

이 파트에서는 양자역학 이야기가 어려워서 절망했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책 제목만으로는 솔직히 가십 수준의 내용이 아닐까 하고 너무 쉽게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교양 수준에서 다룰만한 용어가 아닌듯한 낯선 용어가 많네요. 양자역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해할듯합니다.

 

평소 크게 관심 없거나 어려워했던 분야는 역시나 어려웠어요. 초중반 정도까지는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요. 지금 이해하지 못한 파트는 언젠가 '아, 이게 이런 얘기였구나.'하고 이해할 날이 오리라 기대합니다. 어쨌든 합리적 의심을 하며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이 의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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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 세기의 천재이자 위대한 과학자!
코린 마이에르 지음, 안 시몽 그림, 권지현 옮김 / 거북이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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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생애에 초점 맞춘 그래픽노블 <아인슈타인>. 과학의 아이콘 아인슈타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천재 과학자, 바람둥이, 시온주의자, 원자폭탄의 아버지, 반전 운동가... 아인슈타인을 수식하는 단어가 많은 만큼 그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바람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 아인슈타인에 대한 선망이 깨졌다고나 할까요. 우리나라 작가가 쓰고 그렸다면 들어가지 않았을만한 장면도 몇 컷 있는데 역시 코드가 조금 다르긴 하구나 싶네요. 미화하기 바쁜 인물 이야기가 아닌 시니컬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객관적인 시선이 느껴질 정도니. 굳이 이런 컷도 넣어야 하나 싶은 부분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무조건 좋은 점만 바라보게 하지는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삶에는 비중 있게 등장하는 두 여인이 있습니다. 첫 아내 밀레바는 아인슈타인도 인정할 만큼 똑똑한 여자여서 그의 연구에 자극 주는 학문적 파트너로서 필요한 여자였습니다. 그녀와의 사이에 두 아들이 있었지만, 아인슈타인의 명성이 높아지며 정상적인 삶에서는 점점 멀어진 그는 좋은 남편과 아빠는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사촌 엘사의 편안함과 배려에 빠져버린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와 이혼하고 엘사와 함께 인생 후반기를 보냅니다.

 

 

 

아인슈타인의 삶은 이방인의 삶과도 같았습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 유대인, 스위스인, 독일인, 공산주의자 등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환경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유대인으로 독일에 살았던 어린 시절은 특히 소외감이 심했고요. 학교 수업 방식을 견디지 못하고 거의 모든 것을 독학으로 공부한 것은 뛰어난 두뇌를 가져서라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유일하게 혼자 유대인이었던 환경 역시 큰 작용을 했을 겁니다.

 

<아인슈타인> 책에서는 가장 유명한 업적인 상대성 이론이 어떤 배경으로 탄생했는지 그리고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줍니다. 아인슈타인의 지적 호기심이 이론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그의 이론을 제법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어요.

 

상대성 이론 논문에는 물리학의 가장 유명한 명언이 등장합니다.

"질량과 에너지는 같다. 질량은 빛의 속도에 근접할 때 에너지로 변환된다. 에너지는 속도를 잃을 때 질량이 된다."

E=mc^2를 수식 없이 글로 간단히 소개하고, 이것이 어떻게 원자폭탄 연구에 영향을 끼친 건지 보여줍니다. 모든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환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멩이 하나도 에너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극소량의 질량에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분열입니다.

 

 

 

세계관을 흔들어 놓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업적도 한두 페이지로 임팩트 있게 정리해 짧은 시간에 아인슈타인의 일생을 훑을 수 있는 책입니다.

 

 

 

미국에 머물던 아인슈타인은 마지막 가는 길에 유언이 분명 있었지만, 그 누구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독일어를 몰랐던 간호사 때문에 미궁에 빠져버렸군요. 뭔가 허탈한 기분인 걸요 ;;;

 

아인슈타인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를 들여다보며 삶과 업적을 함께 들여다본 그래픽노블 <아인슈타인>. 그의 일생이 궁금하지만 무거운 책은 피하고 싶다면, 간결하면서도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이 책 읽을만합니다. 아이들 그림책 큰 판형이랑 비슷하네요. 그래서 처음엔 아이도 읽을만한 책인가 싶었는데, 적어도 중학생 이후... 청소년 이상부터 권장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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