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 퇴근이 필요해
케이티 커비 지음, 박선령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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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육아서에 지친 맘들에게 필요한 책 <육아도 퇴근이 필요해>. 영국맘 케이티 커비는 육아를 하며 겪은 총체적 불공정성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이 아닌, 나만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는 건가 하고 자괴감을 덜 요량으로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네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온갖 모순이 연이어서 발생하는 하루하루를 겪는 것과 같습니다. 온갖 골칫거리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은 이 시간이 멈췄으면 바랄만큼 사랑스러워지는 아이들.

 

짜증나게 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잠드는 순간 힐링을 온몸으로 겪는다면 육퇴가 필요한 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제발 자라 자라 자라... 얼마나 빌었었는지.)

 

 

 

졸라맨 같은 막대기 인간 그림은 단순 명료하면서 유쾌함을 더하네요.

유산을 한 번 겪기도, 임신 때는 입덧으로 고생하는 부류에 속했고, 첫째 출산 때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출산의 경이로움은 중독성 있는 경험이라 결국 둘째까지 낳게 된 케이티 커비.

 

쪼끄만 인간을 집으로 데려온 첫날 기쁨의 흥분은 곧 수유 후에도 자지 않고 우는 아이가 되는 순간 와장창 깨집니다. 갈수록 쉬워진다는 말은 흥! 지나고 보면 갓난아기 때가 그나마 수월했더라는 기억뿐입니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은 비슷할 겁니다. 지금 이 순간 걱정과 불안을 안겨주는 아이들의 지긋지긋한 행동이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작은 일에도 감정이 무너져내리며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되죠.

 

 

 

육아의 책임은 부부가 균등하게 나누는 게 정상인 시대. 사실 말만 번지르르한 경우가 태반이긴 하지만요. 아빠가 혼자서 아이를 공원에 데려가는 건 '다정한' 행동이 아니라 '당연한' 행동이라고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폭풍 공감하기도 했네요. 아내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도록 아내가 하는 일은 뭐든지 다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남편은 와우... 희귀종처럼 보입니다.

 

 

 

육아의 최고봉은 아이가 밤새 깨지 않고 자도록 하는 것. 물론 아이답게 잠은 잘 잡니다. 품에서 떼어놓지만 않으면. 우리 아이도 두 돌 넘어서까지 최악의 수면 문제를 보여줬습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깨고, 침대에 내려놓기만 하면 발악하고.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렸습니다. 아이 수면 문제로 지쳐 나가떨어졌던 제 멘탈이 억울할 정도로 허탈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아이는 이 수면 문제 외에는 사실 무척 키우기 수월한 아이였어요. 보통은 수면 문제 외에도 식사, 배변 등 온갖 문제가 따릅니다.

 

 

 

어쨌든 육아하다 보면 내 정체성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기 마련입니다. 특히 첫 육아를 하는 초보맘은 더 흔들리기 쉽습니다. 육아서에서는 반드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대체 어떻게 시간을 낸다는 건지. 낮의 아이, 밤의 아이로 성향이 다른 남자아이 둘을 키운 케이티 커비 저자에게 '나만의 시간'은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육아서나 전문가들의 말도 내 아이에게는 해당 안 되는 것 투성이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는 걸 이해는 하지만 내 행복찾기를 할만한 에너지조차 탈탈 털린 상태입니다. 분유를 먹이든 모유 수유를 하든, 직장맘이든 전업주부든 육아의 결정적인 답은 다른 부모가 아니라 실제로 양육하고 있는 나에게 있습니다. 매달리는 심정으로 다른 데서만 해답을 찾다 보면 아이의 문제는 곧 엄마의 문제로 인식하게 됩니다. 내 양육방식을 비판받는 기분이고, 부모로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 문제는 집착을 버리는 데서 찾아야 합니다. 저자는 정말 중요한 이들에게만 집중하자고 합니다. 아이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인 엄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첫째를 키울 땐 완벽을 추구하려고 해서 스트레스받았지만, 둘째 땐 방치 수준으로 될 만큼 겨우 두 번만에 극과 극의 마음을 경험합니다. 물론 아이 하나보다 둘일 때 물리적인 힘은 더 들어가지만, 사소한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 생활을 완전히 앗아가 버린 아이들이 성가신 건 사실이지만, 아이가 자랄 때 엄마도 함께 자란다는 말처럼 엄마는 아이들의 불완전한 부분까지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합니다.

 

<육아도 퇴근이 필요해>는 정통 육아서처럼 해법을 알려주려고 하진 않습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애가 있어. 난 이런 심정이었어. 그리고 난 이렇게 행동했어.' 식입니다. 그런데 이 엄마의 말과 행동에 점잔 빼는 일은 없습니다. 고백하지 못한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이 엄마는 주저 없이 내뱉습니다. 거기에 공감 포인트가 많습니다.

 

아이 키우면서 똥 이야기는 기본,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에피소드도 과감히. 육아서를 한 권 쓴다면 비스킷으로 아이 키우기라는 제목이 탄생할 거라며 비스킷 뇌물로 아이를 키운 (남들은 불량엄마라고 말하겠지만) 저자. 그렇다고 시니컬함으로만 무장하지도 않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육아 에세이입니다.

 

'육퇴가 필요해'를 외치는 맘들에게 폭풍 공감을 안겨줄 육아 에세이 <육아도 퇴근이 필요해>.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육아서에 지친 맘들에게 추천합니다.

 

"오후 6시가 지나도록 여전히 잠옷 차림으로 더러워진 가제 수건과 반쯤 먹다 남긴 시리얼 그릇과 차게 식은 찻잔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더라도, 온종일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여러분의 아기는 틀림없이 깨끗하고 배부르며, 따뜻하고 안전한 상태일 텐데 그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다. 사실 그게 전부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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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 2017~2018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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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트립>, <사십춘기> 등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대세 여행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라고 해서 엄청 멀게만 느꼈는데 거리상으로는 베이징, 도쿄보다도 가까운 곳이네요. 러시아 항공을 이용하면 북한 영공을 바로 지나가기에 2시간 만에 도착, 국내항공은 중국 쪽으로 둘러 가는데 그래도 3시간이 안 걸린다니. 2시간에 만나는 유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지리적 이점을 만끽해볼 만하겠어요.

 

 

 

극동의 중심지 블라디보스토크. 11월부터는 바로 겨울 시작이라 추워진다고 합니다. 낮이 짧아져 여행 코스는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는 게 답일 것 같아요. 대신 극야의 즐거움인 오로라를 어느 지역에서든 관측할 수 있다는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의 나이트 라이프를 충분히 누릴 수 있고, 뭣보다 가까운 해외 스키여행지로 제격인 곳이기에 스키, 보드 여행자에게 환영받을만한 겨울입니다.

 

 

 

시크함으로 무장한듯한 러시아인 특유의 표정. 해시태그 트래블 책 덕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요. 러시아 문화적 특성상 미소를 남발하면 진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해요. 우리와는 미소 개념이 다릅니다. 요즘은 관광객이 늘어나 블라디 시민들과 음식점 직원들은 미소 짓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을 오래 한 대범's 여행 Tip은 소소하지만 살아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조대현 저자 역시 언제나처럼 실여행자가 궁금해하고 실제 여행에서 닥치는 상황을 최대한 다루고 있어 실용적인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편에서는 특히 복잡하지 않은 여행을 중점으로 뒀는데요. 가까운 곳인 만큼 한 곳을 더 보려고 허둥대기보다는 한 곳을 덜 보고 여유롭게 여행하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시내만을 집중적으로 둘러보는 1박 2일 코스부터 패키지로 흔한 2박 3일 코스, 조금 깊이 만나는 3박 4일 코스까지.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입니다.

 

 

 

그 도시에 도착해서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낯섦의 시작입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에서 러시아 처자들이 한국으로 왔을 때 서울역에만 도착하면 걸어서 다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버스를 잘못 타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블라디보스토크는 공항에서 시내로만 들어가면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실여행자를 위한 여행가이드북인만큼 블라디보스토크 편에서도 공항 전경을 보여줌으로써 익숙하게 하는 효과가 있네요. 기존 여행책은 공항 입출국 루트만 할애하다 끝나버리는데 이 책은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과정, 어떤 교통 편을 이용해 첫 발을 떼는지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알레우트스카야 거리,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아르바트 거리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블라디에서 30~40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독수리 전망대, 극동지역 최고의 휴양섬 루스키 섬까지 다룹니다. 루스키 섬 놓치기엔 좀 아까워 보이더라고요. 여기 다녀오는 데 하루 잡으면 된다고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이자 끝인 곳이어서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내를 견학하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도시의 상징적인 관광지가 모인 중앙광장 주변엔 잠수함 박물관이 있는 전쟁공원을 둘러봐야 하고, 유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아르바트 거리에선 해양공원을 즐겨야 합니다.

 

흔히 우리가 연해주라 부르는 곳에 속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일제 강점기 경성보다 오히려 한인 인구가 많았던 한인 거주지 신한촌.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역사적 장소인 만큼 신한촌을 둘러보는 건 우리의 의무!

 

 

 

블라디보스토크의 카페는 음식을 함께 먹는 장소이고, 커피만 마시는 곳은 카페이냐라고 부른다 합니다. 20~30대 여행자가 많은 곳인 만큼 맛은 물론이고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 핫한 카페를 소개하네요.

 

블라디보스토크는 물가가 저렴해 바가지 써도 속이 덜 쓰릴 정도라니 ㅎㅎ 너무 매력적인걸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킹크랩 전문점이나 치맥을 할 수 있는 곳도 많아 밤이 긴 블라디의 겨울 여행이 지루할 틈은 없을 것 같습니다. 숙소 역시 저렴한 편이어서 여름 성수기 때만 아니라면 별문제 없을 것 같아요.

 

여기저기 만나는 동상의 의미는 무엇인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면 좋은 물건은 무엇인지, 잊지 말고 들러야 할 장소는 어디인지 꼼꼼히 알려줍니다. 조대현 저자의 여행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도보여행 소개도 이번에 만족스러웠어요. 읽는 것만으로도 직접 그곳을 걷는듯한 기분이거든요. 유럽인 듯 유럽 아닌 유럽 같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매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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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조대호.김응빈.서홍원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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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위대한 유산>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진행된 연세대 교양수업 '위대한 유산 : 생명과 인간'을 책으로 펴낸 겁니다. 철학, 생물학, 영문학 교수가 참여한 이 수업은 이질적인 영역을 한데 모아 생명과 인간에 대한 본질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생명을 포함한 세계, 우주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보아왔는가를 그리스 신화와 철학, 기독교의 생명관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가졌던 생각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영혼을 중점으로 생명현상을 풀어냈습니다. 호메로스, 오르페우스교도, 그 이후 자연철학자들의 각각 다른 방식의 영혼관을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19세기 다윈의 진화론 이전에 이미 기원전 5세기에 진화론적 사상은 있었다는 겁니다. 신적인 원리를 도입하지 않고 자연현상을 설명한 진화 사상의 아버지 엠페도클레스의 이야기도 다뤄집니다.

 

그러다 점차 창조론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우주와 모든 생명체를 신이 만들었다는 기독교적 생명관인 창조론. 우주 탄생에 대한 텍스트와 그림을 통해 기독교의 신에 대해 설명합니다.

 

 

 

중세·르네상스 기술혁명은 사람들의 사고를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습니다. 세상 만물을 부분으로 나누고, 부분의 합으로 보고, 부품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점진적으로 기계화됩니다. 근대 과학혁명 시기입니다. 철학과 종교의 역할이 이제는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근대 과학혁명과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생물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근대 생물학의 출발점인 다윈 진화론과 멘델 유전법칙 이후 100년도 안 되어 DNA 구조가 밝혀지고 이후 50년 만에 인류는 준인공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과학은 기술 발전과 미래를 보는 비전에 힘입어 발전한다고 합니다. 이제 생물학은 철학과 함께 과학의 전망을 성찰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과학, 철학, 문학의 한계를 직시하고 세 학문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면서 학문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함을 내세웁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서양 최초의 생물학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했는데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와 다윈의 생명의 나무를 비교해 생명을 보는 패러다임이 영혼 중심에서 유전자 중심으로 바뀐 관점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2400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은 생명체는 위계질서 속에서 저마다 고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이 세계관은 중세 기독교 우주관의 토대가 됩니다.

 

반면 다윈의 생명의 나무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분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다윈의 생명의 나무 외에도 에른스트 헤켈의 인간의 계통수,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단속평형 이론 등 진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생명체는 공통의 유래를 갖는다는 생각은 동일한 관점을 유지합니다.

 

 

 

『종의 기원』 이후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생존 기계로 보고 유전자는 철저히 자신을 더 많이 복제하도록 해당 생명체를 이용한다는 것인데요. 어쨌든 과학적인 진화론 역시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영화 『모던 타임스』,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 비전』 등을 소개하며 인간이 기계화, 부품화되고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기계화와 과학 발전 간의 상관관계를 다룹니다.

 

이젠 인간이 데이터화되는 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생명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한 영역이 아닌 학문 간 벽을 허물어 찾는 과정은 의미 있어 보입니다. 영혼을 중심으로 생명을 이해했던 시기를 거쳐 창조론과 진화론, 생명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의 변화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이해까지 <위대한 유산>은 철학, 과학, 문학 영역을 통해 인간이 세계를 보는 관점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교양 수업치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깊숙이 들어가는 부분도 있어 꽤 전문적인 내용도 많이 등장합니다. 가볍게 슥 읽어넘길만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세 영역을 아울러 융합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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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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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기로 악명 높다는 하이데거 철학. 그래서 더 도전심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하이데거 철학을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정말 난해한가라는 의구심을 품을 만큼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이데거의 책이 얼마나 어려운가하면, 지성계를 뒤흔든 대표작 <존재와 시간>은 서울대 선정 권장도서 100선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너무 어려워서'라고 말이죠.

 

하이데거 사상을 쉽게 풀어주는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먼저 만난 건 저로서는 행운이었지 싶어요. 하이데거 철학의 첫만남은 이 책으로 꼭 시작해보세요. 

 

 

 

20세기 사상이지만 하이데거 철학이 최근 각광받는 까닭은 미래 예측을 잘 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할겁니다. 과학 기술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현대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하이데거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이 시대를 '궁핍한 시대'로 규정합니다. 에너지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삶은 궁핍한 세계라는 거죠. 공허하고 삭막한 현대의 정신적 상황은 고향 상실의 시대입니다. 현대는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라 우리 삶이 진정 충만해지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말합니다.

 

 

 

1942년에 이미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예견한 하이데거. 과학과 기술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통념을 지적합니다. 현대인들은 과학기술을 도구로 보는 것을 넘어 의존하고 종교가 되어버렸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 책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등장하죠.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자 기술의 주체처럼 보이지만 실상 객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개개인은 한낱 노동 에너지로밖에 취급되지 않는 시대라며 현대문명의 성격을 설명합니다. 현대기술문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기술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의지와 탐욕이고, 인간은 탐욕의 노예인 셈입니다. 과학기술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에 더없이 딱 맞는 하이데거 사상입니다.

 

 

 

하이데거는 "오늘날 인간은 존재를 망각했다"고 말합니다. 노동과 향락으로 이루어진 삶은 공허한 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고독감, 무력감, 허무감을 느끼는 인간. 삶을 짐으로 여길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라고 합니다. 이 세계에 던져졌지만 나 자신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기에 존재 가치를 잃는다는 두려움이 삶을 부담으로 느끼게 하는 겁니다. 특히 죽음은 가장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사건입니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해 문제삼는 인간만의 독특한 존재방식을 하이데거는 '실존'이라 부릅니다. 고독감, 무력감, 허무감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뇌가 바로 인생입니다.

 

 

 

그렇다면 존재 상실에서 오는 공허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서양 전통철학은 과학에 가깝지만 하이데거는 시가 갖는 심미한 의미에 주목합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인상 깊었어요. 직접 시를 쓰라는 건 아닙니다. 매순간 시적 태도로 세계와 사물을 대하라는 의미입니다. 시야말로 사물을 그 자체로 바라보려 하기때문입니다.

 

하이데거가 이야기하는 시는 시적인 정신으로 충만합니다. 순수한 산문 역시 시적이기에 시와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시의 반대는 진부해진 일상어와 정보언어입니다.

 

시적 태도는 평소 자명하고 진부한 것으로 보아 넘겼던 것들에 대해 놀라워하는 세계의 사물을 '경이롭게' 봄으로써 가능해집니다. 하이데거는 그저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경이로운 것으로 느끼고 그것들을 존중하며 살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 삶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고,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기쁨을 느끼려면 '경이'라는 기분 속에서 세계와 사물의 신비를 경험할 때 가능해진다는 하이데거. 세상이 정한 가치들에 집착하는 것을 벗어날때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행위에 시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하이데거 철학은 헨리 데이빗 소로처럼 우리는 자연의 지배자 대신 자연에서 태어나 의존해서 살다가 죽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세계와 사물의 경이로운 존재를 경험하는 삶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난해했지만, 거창한 개념이 아니었어요. 단순하고 소박한 것에서 발휘합니다. 우리는 그걸 잊고 살 뿐이지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권태와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현대인의 행동은 타인에 대한 비교의식과 잡담과 호기심이 지배하는, 자기 삶의 주체로 살지 못하게 하는 행동으로 악순환에 빠져있는건 아닌지 짚어주고 있습니다. 궁핍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알아야 할 하이데거 철학입니다.

 

"인간은 본래 시인이며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해야 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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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여행 코스 가이드북 - 바쁜 비즈니스맨을 위한 맞춤형 여행 가이드북
김충식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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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3박 4일의 짧은 전시 참관 및 해외출장을 하면서 정말 일만 하고 돌아올 순 없죠!
해외출장을 떠나는 직장인을 위한 여행가이드북 <비즈니스 여행 코스 가이드북>은 반나절, 하루 동안 돌아볼 수 있는 핵심 코스만 소개하는 여행책입니다.

 

 

 

비즈니스 출장이 잦은 도시 도쿄, 타이베이, 홍콩, 상하이, 베이징. 다섯 곳을 다룹니다.
일반 여행자를 위한 여행과 비즈니스 출장 여행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짧은 시간 내 둘러볼 수 있도록 최대한 전시장과 도심 여행을 위주로 합니다. 도심 근교까지 더 나가는 것도 사실 벅찬 일정이니 최대한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동선 중심으로 코스를 소개하고 있어요.

 

 

 

비즈니스 출장이기에 숙소도 전시장이나 도심 주변만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동하기 편한 위치가 가장 중요하죠.

 

 

 

제한된 시간에 여러 곳을 이동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여행 특성상 관광지 연계 코스까지 다루진 않습니다. 핵심 관광코스와 동선 중심의 코스만 있습니다.

 

다섯 도시의 전시장을 찾아가는 방법은 자세하게 다룹니다. 도쿄의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과 마쿠하리 메세 전시장, 타이베이의 난강 전시장, 홍콩의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와 아시아 월드 엑스포 전시장, 상하이의 상하이 신국제박람중심 전시장, 베이징의 중국 국제전람중심 전시장 등 대표 전시장을 소개합니다.

 

 

 

비즈니스 출장인 만큼 저녁에는 술 한잔 생각나기도 하는 밤을 맞이할 텐데요. 도시별로 시원한 맥주 한 잔,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기 좋은 곳을 소개하고 있네요.

 

 

 

홍콩 여행의 시작점이자 마침점인 홍콩의 역사기념물 시계탑에서 보는 야경, 독특한 디자인의 고층 빌딩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상하이 풍경 등 야경 투어와 지역 탐방을 테마로 코스를 선정했습니다.

 

타이베이에서는 베이징에도 없는 국보급 보물이 많은 국립고궁박물원을 추천하고 있어요.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곳이라고 추천합니다. 상하이 고층 전망대는 비싼 이용료가 있는 만큼 딱 한 군데만 선택할 때 무엇을 보고 싶냐에 따라 찾아가야 할 전망대가 달라지기도 해 선택 기준을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둘러보기만 해도 기본 3박 4일이어서 베이징 도심을 중심으로 한 핵심만 뽑았습니다.

 

주요 출장지 다섯 곳의 필수 관광 스폿만 추천해 비즈니스 여행에 꼭 필요한 맞춤형 코스를 다룬 여행책 <비즈니스 여행 코스 가이드북>. 바쁜 일정 속에서 적은 비용으로 즐기는 비즈니스 여행을 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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